“국민들에게 스마트그리드를 알려야 합니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국민들이 알아야 스마트그리드 시장이 창출되고, 시장이 만들어져야 해외시장 선점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녹색성장위원회 위원)는 스마트그리드의 대국민 홍보가 신묘년 주요 과제임을 강조한다.

문 교수는 “국민들이 스마트그리드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으며, KTX의 운용을 위해 고속철도가 존재하듯이 보다 효율적인 전력사용을 위한 인프라가 되는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녹색성장’이 대세다. ‘스마트그리드’ 역시 녹색성장과 맞물려 세계적인 화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과연 스마트 그리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문 교수를 만나 ‘신묘년 스마트그리드와 그 과제’를 짚어봤다.

 -스마트 그리드 도입 추진 이후, 대한민국 전력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지?

 국내 전력산업 변화를 리드(lead)하는 핵심이 바로 ‘스마트그리드’다. 저탄소 시대다.요즘처럼 에너지절약이 대두되는 시기에는 전력에너지 ‘차세대 전력망 시스템’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에 현존하는 전력시스템은 거대한 공룡 같아 변화하기가 어려웠다. 시대적 화두인 녹색성장을 바탕으로 CO2를 줄일 신성장동력을 찾다보니 스마트 그리드가 부상하게 됐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 기술뿐만 아니라 IT기술, 풍력ㆍ태양광기술, 전기자동차 기술에 소비자 마음을 읽는 기술까지 융합해 더불어 성장하는 시대를 열었다.  이제는 소위 스마트그리드 컨버전스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도입을 위한 현(現)정부의 역할과 노력은?

우리나라 전력정책은 정부와 공기업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09년 2월부터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큰 그림을 정부가 그려왔으며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제주도에 스마트그리드 테스트베드(실증단지)를 설치하고 있다. 아직은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사업화 하기가 어려워 관련 시장이 미성숙한 상태다. 이 단계를 넘어서려면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중요하다.

-신묘년, 정부 및 산업계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세계시장에서 한 발 앞서나가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이 있어야 우리의 스마트그리드 기술과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팔린다. 기술에는 완성이라는 것이 없다. 향후 스마트그리드,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남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성공하지 않겠나.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기술이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남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이었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부적인 스마트그리드 진출분야를 정하고 세계시장을 선점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마트그리드 분야 인재양성 방안은?

스마트그리드로부터 파생되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미래 인재들은 전력 이외의 다른 분야에도 능숙 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원자력, 통신 IT산업, 충전 배터리와 그에 따른 부가적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다. 이제는 학문과 학문의 울타리를 넘나드는 인재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응용하게 될 분야를 두루 이해해야 좋은 기술이 나온다. 인재양성과 관련해 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오거나이즈(조직화)의 필요성’이다.

스마트그리드에 바탕을 둔 ‘융합형 인재양성’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현재 다양한 부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인재양성사업을 축소ㆍ통합하고 연계시켜 보다 종합적인 그림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신묘년 한해를 관통할 전력산업계 화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관련 된 일들이 기업전반에 큰 임팩트를 줄 것이다. 신묘년에는 실제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발전사포함)이 ‘어느 정도로 CO2를 줄여야 하는지’를 정부가 실제 산정하게 된다. 기업입장에서 공장 가동률을 낮추지 않고 CO2를 줄이기 위해서는 설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생산 공정 등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곧 ‘기업 내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이제는 분리하는 것이 의미 없다. 기업이 CO2를 줄이는 것과 녹색성장을 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올해는 스마트그리드가 가시화 되고 현실화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묘년 소망이 있다면?

스마트그리드 관련해서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지능형 전력망 촉진법’이 조속히 제정됐으면 한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정책이 탄력을 받아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아쉬운 점은 시행한지 2년이 되어가는 스마트그리드사업이 아직도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스마트그리드를 실감할 수 있는 공간을 개설해야 한다. 대국민 홍보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신묘년 신시장 창출과 함께 스마트그리드의 시대를 우리 모두가 체감하게 될 것이다.

연구실에서 세계최고기술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와 공간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신묘년을 맞아 마음의 양식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한다면?

2009년에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총 여섯 권을 감명 깊게 읽었다. 로마제국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세월은 변했지만 변치 않는 인간의 마음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