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재단과 환경운동연합은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과연 안전한가’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장순흥 KAIST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원자력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각성해, 안전성 강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추후 건설 될 새로운 원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며 “비상전원을 더욱 확보하고, 디젤발전기 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더 ‘reliable’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 및 한수원은 지진 등의 자연재해도 더욱 크게 고려해 관련 방안을 강구하고, 설계 시에도 이를 염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특히 방사선 영향에 대해 “별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에는 0.01mSv정도가 누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인체에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쏟아내는 곳은 바로 비정부기구인 시민단체다.

#시민단체 “원전 확대 정책 재검토” 등 강력 반발=환경운동연합 등 NGO는 이번 기회에 원전 의존 정책을 탈피해야 한다며 일본 상황을 주목하면서 연일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핵발전소가 존재하는 한 단 한번의 예상하지 못한 재앙이 닥칠 상황은 항상 항존한다”며 “원자력발전은 경제성도 없고, 안전하지도 않고, 깨꿋한 에너지도 아니다.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원전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과연 안전한가’ 토론회에서 국내 원전에 대한 시급한 안전진단과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장정욱 마쓰야마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3호기에서는 우라늄-플루토늄 혼합연료(MOX)를 쓰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국내 원전의 안전검사를 위한 민간공동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18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일본 지진피해 대책회의에서 ‘국내 원전 안전점검 방향’을 보고하면서 “기존의 안전규제 전문기관과 원전 사업자 위주의 점검에서 벗어나, 점검단에 다양한 민간 전문가를 균형있게 포함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치방향을 도출토록 할 계획”이라며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국내 원전 안전점검을 위한 민관공동기구를 구성할 때, 정부와 민간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4개 원전 지역의 주민과 시민대표, 국회의원, 시민단체 대표가 포함되어야 한다”며 “나아가, 이 기구가 우선의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단기적인 대응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위해서는 민관 공동조사 결과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행조치 평가와 점검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원자력 현장 반응은?=원자력발전소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사례를 교훈 삼아 보다 강화된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면서 “원전 르네상스는 물 건너 간 느낌이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원전 산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력 기술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깊어 졌다”며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 원자력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경험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시나리오별로 대응 체계를 구체화 해 실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상대응체계가)포괄적 개념이 아니라, 각각의 시나리오별로 대응체계를 세분화 해” 촘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의 다른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과는 다른 방식의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고, 여러 대응체계를 갖고 있어 일본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원전 확대 정책이 (강력한)조정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등 해외 반응은?=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우선 일본쪽 반응이 가장 뜨겁다. 일본의 시민환경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전역의 원전 가동을 중지할 것과 함께 현 상황의 심각성이 방송을 통해 충분히 전달되고 있지 못하다며 정부와 동경전력에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원자력자료정보실은 13일에도 기자회견을 갖고 방사능 누출과 관련된 원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일본 전역에서 가동중인 원전을 재차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일본 원전사고 대책을 내 놓으면서 1980년 이전 건설된 7기의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새로운 안전 계획이 승인받을 때까지 건설계획을 (잠정적으로)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와 관련 ‘사용 후 핵연료봉’이 보관된 수조 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일본 원전 사고로 누출 된 방사성 물질이 미국령 도서지역인 하와이, 알래스카나 미국 서부해안 등에서 위험수준 이상 검출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강한 각성을 촉구, 미국 원전 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재점검에 나설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일본 현지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해군 등 자국 군인들에게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반경 80km 이내에 진입하지 않을 것을 지시하는 한편 공군들에게는 원전으로부터 112km 이내로 접근할 시, 요오드제 복용을 의무화시켰다.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원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평가하면서 일본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아마노 사무총장은 18일 현재 일본 현지에서 원전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일본 정부 관계자를 만나 원전 문제 경과 보고를 듣고난 뒤 IAEA가 소집한 비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IAEA의 감독기능 강화를 주장해온 나지메딘 메슈카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국제사회가 원전사고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IAEA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일본 원전사고를 계기로 IAEA의 임무를 새롭게 규정해 원전의 안전성 확보는 따로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도 이번 일본 원전 사고에 대해 원전사고 등급인 국제원자력현상평가척도(INES) 7단계 중 6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단계를 기존 4단계에서 5단계로 격상했다.

제러미 브라운 영국 외무부 부장관은 자국 BBC 방송에 출연 “후쿠시마 원전 상태가 악화하고 있고, 교통·통신 등 국가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며 “일본에 머무를 경우 버스와 철도를 이용하고, 서부와 남부 쪽으로 이동하라”고 말했다. 영국 외무성 또한 일본주재 영국인에 대해 피난을 촉구했다.

#신규원전 부지 선정 영향은?=4.27 강원도지사 재선거가 치러지는 강원도에서 삼척 원전유치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 올랐다. 한나라당 엄기영 예비후보가 17일 삼척 원전 유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위원회는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월성 수명연장도 당장 타격=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17일 오전 신고리제1발전소 현장을 방문한 당일, 고리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는 민주당 부산시당, 진보신당, 시민단체 등이 모여 수명연장한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며 고리1호기 가동 중단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오창환 교수는 17일 환경재단과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우리 원자력 발전, 과연 안전한가’라는 긴급토론회에서 월성원전 주변에서 리히터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진보신당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해선 안 된다”며 “고리 1호기 가동 즉각 중단,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포기를 선언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진보신당은 “건설된 지 30년 된 고리 1호기는 이미 수명연장이 결정되어 계속 가동 중이고 월성 1호기는 올해 6월 안으로 수명연장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반면, 독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4일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결정을 3개월간 보류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은 그러면서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은 그 만큼 위험을 연장한다는 의미”라며 “설계 수명이 다 한 핵발전소는 더 이상의 수명연장 없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계 일본 구호 활동 벌여=엔씨소프트 등 국내 기업의 일본 지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수원은 대지진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도쿄전력에 인적, 물적, 기술적 지원을 다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지난 15일 마사타카 시미즈 동경전력 사장에게 긴급 편지를 발송하면서 대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에 잇따른 사고가 발생해 큰 어려움에 빠져있는 상황을 깊이 애도하고,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한수원은 인적, 물적, 기술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또 “일본은 과거 재난 사태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만큼 빠른 시일내 복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WANO(세계원전사업자협회) 동경센터 이사장이기도 한 김 사장은 또한 18일 회원사들에게도 편지를 보내 “일본 원전업체의 피해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하고 “동료로서 기술적 지원 등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자”고 호소했다.

앞서 한수원은 도쿄전력이 지난 16일 웨스팅 하우스 한국지사를 통해 방사선 작업자 보호용 마스크 및 필터를 긴급 요청함에 따라 18일 마스크와 필터 200개씩(4천만원 상당)을 항공편을 통해 전달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붕산 52톤을 지원키로 한 바 있는 한수원은 일본 동경전력이 추가로 필요한 물품을 요청할 경우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지진 피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 성금을 전달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7일(목) 현대중공업 도쿄지사를 통해 지진 피해 복구 및 이재민 구호를 위한 성금 5,000만 엔을 일본 적십자사에 기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