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당대표 조승수)는 24일 ‘한국의 원전증설 이대로 좋은가?’의 주제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를 두고 정부를 비롯해 각종 지자체, 유관기관, 시민단체들은 저마다의 논평과 대책을 내놓기 바쁘다.

그런 가운데 진보신당을 비롯한 환경시민단체들은 반핵운동이라는 이름 하에서 약 30년을 시종일관 유지해왔던 ‘핵 위협 없는 한국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번 일본 원전 사고가 정부 및 원자력계 종사자들을 넘어 온 국민들에게 그 위험성을 각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원전 확대 중심의 정부 정책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었다.

진보신당(당대표 조승수)는 24일 ‘한국의 원전증설 이대로 좋은가?’의 주제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산업화 한국을 돌아보면서  원자력 이외의 에너지 대안이 가능한가를 살펴봤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이날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전략핵무기 숫자가 만개 정도 되는데 원자력발전소는 500기가 있다”며 “만개의 핵무기 중 사고를 일으킨 것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로 두 번이지만, 원전은 79년 드리마일, 86년 체르노빌, 올해 후쿠시마까지 총 3번의 사고를 일으킨 만큼 원전은 핵무기 보다 더 위험한 확률을 지녔다”며 “다들 원전이 경제적이라고 말하는데 그 폐기물 등 사후처리 비용은 계산도 되지 않으며, 결코 경제적으로 싸지도 않다는 사실은 이미 기정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원전 사용에 있어 도그마를 극복하고, 정부 및 국민은 원전 문제에 대해 그 배경과 철학을 가지면서 단계적으로 탈핵(脫核)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정민 고려대 지속발전연구소 연구교수는 “에너지 정책 기조가 지난 30년간 성장중심으로 움직여 왔고, 싸고 풍부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력생산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원자력은 더욱 확대돼 왔다”며 “더 이상 에너지 패러다임을 경제성장 우선주의와 공급중심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유정민 교수는 원전의 확대에 대해 한전 중심의 중앙집권형 전력 공급구조도 한몫했다며 고급관료만 에너지 및 과학기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지역에서의 시민적 활동들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덧붙이며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변화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자력 르네상스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공급 중심적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원전의 확대 보다는 에너지의 절약과 효율 향상,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에 정부 및 온 국민이 초점을 맞추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앙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하에서 원전 증설계획의 허와 실을 밝히는 데 주력하는 한편 에너지절감,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으로 ‘패시브 하우스’라는 건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더 많은 에너지, 더 많은 원자력으로 실상 ‘전기에너지’는 전체 에너지의 17%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부 에너지 공급계획의 구체적인 그림의 대부분은 전기 공급계획으로 이는 국가에너지 기본계획과 함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지식경제부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이원영 국장은 “지경부는 발전소 및 송전탑을 어디에 건설할 지 계획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처”라며 고효율 및 에너지 절약 건물을 건설하고, 그를 규제하고 촉진하는 정책을 집행하는 일, 도시, 도로, 철도 계획 등의 인프라 구축은 지경부 소관이 아닌 만큼,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큰 틀에서 정책 범위가 전체 에너지 17%에 불과한 전력수급정책으로 쏠리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견해다.

정부의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4년까지 신재생에너지와 집단에너지 설비를 제외한 발전설비 투자비는 총 약 44조원으로 그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조 9,748억 약 30조에 달한다. 양 국장은 “우리나라의 원전 신규 건설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공격적인 건설 계획”이라며 “30조를 들이고도 방사성 물질, 핵사고 위험, 핵 폐기물 문제, 온배수로 인한 바다 파괴, 지역 공동체 갈등의 대가를 치루면서 가동되는 원자력이 우리 에너지를 충당하는 비중은 최종에너지의 8.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녀는 에너지 계획의 핵심이 ‘더 많은 에너지’가 아니라 ‘에너지 절감’이라며 그녀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독일이 에너지 절감형 신축 주택인 패시브 하우스를 도입했던 점에 주목하면서 그와 더불어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해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직접 충당할 수 있는 플러스 에너지 하우스를 강조했다. 패시브 하우스는 냉난방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및 각종 전기제품 사용에너지를 포함해 120kWh 이상을 사용하지 않는 공간으로 쾌적함까지 제공한다.

한편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이미 원전산업이 국내에서는 포화된 만큼 신규로 원전을 건설하려 하면 할수록 원전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든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며 “핵 폐기물 문제, 안전성 문제, 사회적 갈등 문제, 경제성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내포한 핵 발전소 증설 계획에 ‘저탄소’나 ‘녹색’의 수식어를 붙이는 정부의 상상력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원전부지 유치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법적근거 없이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의 자체계획 및 자체공문법 의해 단독으로 진행되는 절차라 주장하며 지자체가 발전사업자의 유치신청 요구에 응하는 일은 지자체 스스로의 격(格)을 낮추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핵 발전소 건설은 반복되는 지역간의 불평등을 야기시키고, 원전 증설 부지 용도를 넘어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부지 선정 등도 함께 고려되는 만큼 다양한 측면의 문제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미 삼척은 핵발전소 건설이 아니라 제2원자력연구소, 스마트원자로 건설지를 포함한 ‘원자력 클러스터’가 조성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들 부지에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인 파이로프로세싱 포함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어 핵발전 비중의 증가는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지역간의 형평성, 핵발전의 현실가능성, 지역발전과 핵발전소와의 상관관계 등을 모두 포함한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