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13일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고리1호기의 가동정지와 관련해 즉각적인 폐쇄를 주장하고 나섰다.

4월 12일 오후 8시 46분 고리원전 1호기가 가동을 멈추면서 수명연장 원전의 가동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후폭풍으로 인해 시민사회단체의 즉각 폐쇄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수원은 이례적으로 고리 1호기 발전중단과 관련해 참고자료를 내고 원전 안전성과는 무관한 단순기기 고장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 즉각 폐쇄 요구 빗발쳐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기회에 고리1호기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역 시민사회단체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부산, 울산지역 시민, 환경단체는 13일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원전 1호기의 폐쇄를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고리원전측은 기계 고장 직후 보호신호 작동으로 터빈과 발전기와 원자로가 자동정지 된 것일 뿐 원자로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만 밝혔다”며 “사고가 발생해도 사소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 사고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언급은 일절 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설계수명 30년 만료로 가동이 중단되었다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와 같이 수명을 연장해 가동중인 발전기”라며 “이러한 시점에서 발생한 이 번 사고를 가볍게 여기고 간과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정의행동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절차에 따라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나 안전성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공개 되지 않은 채 한수원의 영업 의지에 따라 수명연장이 강행됐다”면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주장처럼 몇몇 주요 부품만 교체한다고 안전성이 확보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고리 1호기는 애초 웨스팅하우스社에서 건설해 준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많은 고장ㆍ사고를 일으켜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핵발전소 사고ㆍ고장 643건 중 고리1호기에서 일어난 사고는 127건으로 전체 중 20%가 고리 1호기에서 일어났다”며 “그동안 이에 대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가 가동한 횟수가 오래되고, 처음 핵발전소를 해외에도 도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고ㆍ고장 건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해 왔다”고 언급했다.

또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고리 1호기를 수명연장 한 것은 분명한 실책”이라며 “어제 일어난 고리 1호기 고장 사고가 발전소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못하는 사고라 할지라도 이는 더 큰 사고를 위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체 전력의 1.07%(2009년 기준)를 담당하는 고리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대규모 정전사태나 전력대란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이보다 고리 핵발전소 인근 30km에 살고 있는 320만 국민의 안전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의 교훈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한 지역에서 대규모 핵발전소를 집중적으로 건설하고, 수명연장과 무리한 가동으로 발전소를 운영한 것이 참사를 더욱 크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한수원이 단순고장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를 단순한 고장으로 봐서는 안 된다.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의 수백만개 부품 중 또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작은 고장과 사고가 계속되는 데도 불구하고 수명을 연장하고 가동을 강행하다가 자연재해 등의 또 다른 외부 조건이 겹치게 되면 예상치 못하는 대규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경주, 울산, 부산의 수백만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고 이번에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리 1호기를 지금 당장 가동을 해야 하는 이유도 없다”며 “2011년 1월 총 전력판매량(사용량) 43,117GWh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한겨울 추위로 전력수요가 급증했지만 당시 전력 생산량이 48,286GWh라서 5,169GWh(11%) 가량의 전기가 남았던 것을 감안하면 굳이 위험을 무릅써가며 고리 1호기 전기 생산을 할 필요가 없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최중경 장관 “원전 선택은 불가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2일 단독으로 진행한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당장 원자력발전 관련 정책 기조에 손을 댈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이종혁 의원의 질문에 “화석연료는 언젠간 고갈될 것이고 그것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적어도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이 있을 때까지는 원전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며 “원전은 불가피한 선택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다만, 안전하다는 것을 확보해야 되기 때문에 안전성에 많은 역점을 두고자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최 장관은 이종혁 의원의 고리1호기 관련 거듭된 질문에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있으면 폐쇄를 포함해서 다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최 장관은 이날 김재균 의원의 질문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 분석을 해서 우리가 원전을 얼마나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하고 또 필요한 안전조치를 확실하게 하고, 그런 전제하에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해 에너지계획을 다시 한전 들여다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15일 가동을 멈춘 고리1호기 현장을 찾아 안전성을 집중 점검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성을 높이는데 주력해달라고 한수원에 요구했지만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장을 방문한 지경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고리본부의 안내를 받으며 고리1호기 비상디젤발전기와 4호기의 주제어실과 터빈건물, 신고리원전 3호기의 격납 및 연료 건물 내부 등을 둘러 봤다.

#점검…점검…원전은 점검 피로 누적 중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은 ‘안전 점검’이라는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점검단은 제외하고서라도 정부 관계자는 물론 지자체, 국회의원 등의 현장 안전점검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다.

국내 원자력계 한 관계자는 “높은 분들의 경우 발전소 현장 자체를 되도록 방문을 안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소 안전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높은 분들 수발로 인해 오히려 안전운영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라면서 “원전의 경우, 사람이 피로하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설비나 기계의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이를 운영하고 있는 현장 인력들이 피로를 느끼게 되면 될수록 오히려 원전 안전성이 위협을 받게 된다”며 “법에 따라 안전성을 확보해 왔는데, 하루 아침에 죄인이 된 기분이 들 정도로 사기가 많이 저하되어 있다”고 밝혔다. 현장 일꾼들의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원자력계 한 관계자는 국내 암환자의 경우 방사선 치료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방사선을 쪼이게 되는데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방사능 누출과 관련해 방송 등 언론보도가 지나치게 국민을 자극하는 방향으로만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보다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노력이 바로 지금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