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가 ‘때맞춰’ 멈춰 버렸다. 이런 가운데 고리1호기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융단폭격’이 심상치 않다. 체르노빌과 같은 7등급 사고로 인해 최악의 방사선 누출 사고를 겪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후폭풍 때문이다.<관계기사 3면>

더구나 설계수명을 만료하고도 설비보강을 거쳐 다시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지진과 쓰나미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최악의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역시 수명연장을 통해 재가동에 들어간 발전소라는 점 때문에 폐쇄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12일 “고리원전 1호기가 4.16㎸ 비안전모선의 ‘A’계열 인입 차단기의 고장으로 인해 터빈-발전기가 정지되면서 원자로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고리원전 1호기는 2006년 6월 설계 수명 만료로 가동을 중단한 후 정부가 18개월 동안 100여명의 전문가 자료검사와 현장검증, 실증실험 등을 거쳐 10년 동안 가동해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려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지만 고리원전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재가동에 어려움을 겪었고 2007년 12월 지역주민과의 합의를 거쳐 2008년 1월 17일 역사적인 재가동에 돌입한 바 있다. 재가동이후 고리1호기가 가동중에 멈춰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맞춰’ 멈춰버린 고리1호기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는 13일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온 국민이 방사능 공포에 휩싸여 있고, 고리1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해 부산지역의 목소리가 뜨거운 상황에서 고리 1호기 고장과 가동정지문제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며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조경태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지방의원 28명도 참여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고리1호기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고리 1호기를 즉각 폐쇄”해야 한다며 “전체 전력의 1.07%(2009년 기준)를 담당하는 고리1호기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대규모 정전사태나 전력대란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내고 단순한 고장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스스로 고장을 일으키며 가동이 중단된 고리1호기, 이번에 가동을 중단하고 폐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리1호기 가동중단과 관련해 박현택 한수원 발전본부장은 14일 지식경제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전원 차단기 내부에 과전류가 흘러 타버리는 바람에 정지한 것”이라면서 “고리 원전 1호기가 오래됐기 때문이 아니라 차단기 자체의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수원은 13일 관련 자료를 내고 “발전소 소내 부하 공급용 차단기의 손상에 따른 보호신호 동작으로 터빈, 발전기 및 원자로가 자동정지 됐다”면서 “차단기는 내부 연결단자의 접촉저항 증가에 따른 과열로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그러면서 14일까지 차단기 제어케이블, 소손 계측기 등을 교체한 후 차단기 성능을 시험할 계획이라며 15일 18:00에 정상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5일 저녁 11시 현재 고리원전 제1발전소 안전팀 관계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안전검사가 끝나지 않아 재가동에 돌입하진 않았다”면서 “주말쯤 가동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 (안전검사 등)어떻게 될지는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지난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급을 7등급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원전사고 가운데 가장 높은 7등급의 사고는 1989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건이 유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