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비즈니스맨으로서 '전투력'을 강조한다. 변 부사장은 "패자의 기록은 허무한 전설이 되고, 승자의 기록은 살아있는 역사가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단호하고, 명확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UAE 원전의 수주배경, 글로벌 마인드, 그리고 수출전문가 육성은 물론, 안정적 원전 운영과 명품건설, 그리고 제2의 원전 수주의 필요성과 폐로기술 확보까지….
우리나라의 첫 원전 수출 프로젝트인 UAE 원전 건설현장은 지금, 사막의 뜨거운 모래바람속에서도 기반공사가 한창이다. UAE 원전건설 공사는 물론, 원전 수출의 최전선인 한전의 원전수출본부를 최초로 맡아, 그 책무를 수행하고 있는 변준연 부사장에게 UAE 수주 소감을 비롯해 건설현황과 수출전망, 그리고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물었다.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후쿠시마 이후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의 환경이 변하기는 했지만, 국내 원전의 안정적 운영과 명품원전 건설이 원전 해외 수출 경쟁력의 원동력이라면서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 수출 거점국가를 중심으로 제2의 원전 수주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변 부사장은 또 원전 플랜트 수출외에도 설계, 컨설팅 등 원전 관련 요소기술의 수출을 위해서도 노력해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명품건설 경쟁력은 물론 폐로기술을 확보해 해외 원전건설과 폐로시장에서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UAE 수출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올림픽으로 말하자면, 첫 출전에 우승을 한 것이다. 저는 10년간의 KEDO 사업 추진과정의 처음부터 끝을 함께 했다. 결론적으로 KEDO사업의 경험이 UAE원전을 수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KEDO 사업은 집행이사국이 오너다. 집행이사국에는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이 참여했다. 그 세 나라가 (UAE 입찰에서)딱 우리 경쟁국이 된 거다.

국제 입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살펴보니 국내에는 몇 천 페이지 되는 입찰서와 관련된 영어 자료가 아무것도 없었다. 그 때문에 수주전에 엄청난 장애물이 많았다. 하지만 KEDO 자료는 절차서, 계약서, 협상자료, 가이드라인, 매뉴얼 등 전부 영어로 작성된 것이다. KEDO 사업이 우리나라가 맺었던 턴키계약의 시초인데, 아마 가장 완벽한, 세계 원전계약서의 모델이자 모범적인 계약서가 KEDO 턴키계약일 것이다. 각 나라들이 심혈을 기울여 조건을 만들고, 북한과 협상을 진행했다. 완벽한 명품계약서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걸 모태로 UAE 수주용 계약서를 만들었다. 협상 경험, 계약 경험, 각종 영문으로 된 수많은 절차서, 노하우 그런 것들이 바로 (KEDO 계약서)거기에 담겨 있다.

▲앞으로 어떤 점에 주력할 계획인가?
가장 큰 목표는 제2 원전수출 달성과 UAE에 명품원전을 건설하는 것 그 두 가지다. 그게 해외수출 하는데 가장 큰 경쟁력이다. 국내원전에 문제가 있다면 발목이 잡혀 수출이 불가능 하다. 수출하려는 자국의 원전을 가장 안전하게 운용해야 하고 건설 또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명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두 가지가 최고의 경쟁력이다. 제2 원전수출 달성은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기술력 등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켜 원자력 강국으로서 한국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원전수출본부 탄생 배경과 역할은
한전의 원전수출본부는 원전수출 업무에 조직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태어났다. 과거에는 화력, 수력, 송배전, 자원 개발, 신재생 등 원자력을 포함한 해외사업 전 분야를 해외사업본부가 담당 했지만, 이제는 원전수출본부가 원전수출 업무만을 전담하게 된 것입니다. 원자력발전소는 기계, 전기, 전자 등 약 500만 기기로 구성된 첨단 산업의 집합체이고, 원전 프로젝트는 사업비가 수십조원이 소요 되는 대규모 메가 프로젝트로써 계약을 체결할 건수만도 수백 건에 이르기 때문에 고도의 사업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을 원전수출본부가 전담, 수출 경쟁력을 한층 더 제고 할 수 있을 것이다.

▲UAE 원전 건설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5월말 현재 사업공정률은 계획 5.81% 대비 실적 5.83%로 100.2%를 달성하고 있으며, 내년 연말에 예정된 본관 구조물 최초 콘크리트 타설 적기 착수를 위해 설계, 구매, 인허가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원전건설 준비를 위해 지난해부터 사무실, 숙소, 부지정지 등 인프라시설에 대한 건설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6월 현재 노무자 1,800여명을 포함해 약 2,100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주사무실이 준공되어 한전 직원 60여명과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 직원들이 입주해 본격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1단계로 시공사 사무실과 직원숙소가 준공될 예정이다. 또 사무실 및 직원숙소 이외에도 원전 건설사업에 필요한 콘크리트 생산시설 및 실험실, 철근가공장 및 창고 등의 부대시설 건설과 발전소 취?배수로를 위한 해상 준설공사 등이 착수되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본격적인 원전건설은 올해 10월 본관 기초굴착 공사를 시작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2012년 7월 건설허가 적기 취득과 함께 본격적인 구조물 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1호기 최초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공사 준공은 2017년 5월 1호기 준공을 시작으로 이후 매년 1개호기 씩 준공될 예정이다.

▲건설현장에서 느끼는 애로가 많은 텐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UAE 건설현장은 무려 8,000킬로나 떨어져 있다. 기자재 하나를 옮기려면 8,000킬로를 가야한다. 엄청난 어려움이 있다. 국내와는 비교가 안 된다. 국내 노무자들은 원전 건설경험이 많아 현장 상황을 잘 안다. 반면 UAE 건설현장에는 방글라데시 등 제3국 노무인력이 대부분이라서 언어가 다르고, 식사가 다르고, 관습도 다르다. 국내와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일반인들은 이런 상황을 잘 모르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어려운 환경이다. 기본 베이직이 완전히 다르다. UAE 건설현장은 아부다비로부터 약 270km 떨어진 오지다. 사막이다 보니, 한낮 기온이 40~50도에 달한다. 바람도 엄청나다. 그뿐인가 라마단이 1달이나 되고, 낮에는 법적으로 12~3시까지 일을 못하게 되어 있다. 모래 바람은 또 어떤가? 원전은 정밀계측기기 많은데, 모래 바람이 들어가면 안 된다. 특히 미세한 모래바람이어서 발전소의 안전에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 그런 것을 다 예상해가면서 작업하고, 대응해야한다. 물론 대비책도 다 가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이후 원전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UAE사업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유럽쪽에는 프랑스외에는 전부 독일, 스웨덴, 스위스, 이탈리아 등 원전을 중단하거나 보류했다. 일본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출구조가 좀 단순해 졌다. 결국 우리와 미국, 프랑스 3개국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이다.

3월 중순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발주처인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은 사고경험 반영과 바르카원전(BNPP)의 안전성과 관련해 설계특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 전담 Safety Review Team을 구성한 바 있다. 한전도 지난 5월 전담팀을 구성,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와 수차례 회의를 개최해 BNPP 설계의 적정성 및 안전성 증진방안에 대해 상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7월에는 UAE원자력규제기관(FANR) 요청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조치 설명회’에 참석해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의 지진 및 자연재해 대처 방안 수립 등의 분야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앞으로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와 한전은 주요 국제기구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관련 규제동향 파악 및 BNPP원전 반영여부 검토 등의 분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해 국제적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노력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UAE 계약이 성사되면 원전 관련 국내기업들의 해외 판로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한 기대감은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나?
-원전 설계용역, 공사 계약, 터빈 공급계약, 원자로 공급계약 등 주요 하도급협력사는 모두 국내 기업이며, 이외에 전기, 기계 등 보조기기는 180개 품목중에 현재 120품목이 입찰 진행중이다. 계약이 완료된 보조기기 품목은 3개 품목이며, 20개 품목은 낙찰자가 선정돼 계약체결 절차를 진행중에 있다. 현재까지는 모두 국내사가 계약상대자다. 또한, 향후 계약될 보조기기 역시 95% 가량 국내사가 계약상대자가 될 전망이다.

▲향후 원전 해외 수출시장은?
인도, 말레이시아, 사우디, 남아공, 이집트, 터키 등 여러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국가별로 사정이 다르다. 원전 도입을 위한 정책결정, 법적 제도적인 준비, 부지 선정 등 원전 도입을 위한 준비기간 만도 2∼3년이 소요되기에 단기간에 제2의 원전수출을 달성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하였다고 말하고 있지만 상황을 파악해보면 세계 원전시장은 매우 협소한 것이 현실이다. 자국 노형을 건설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을 제외하면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국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또한 2009년 UAE 수주이후 공개적으로 국제경쟁입찰이 나온 것은 한 건도 없었다. 최근의 일본 원전사고는 원전수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일본 원전사고를 비롯한 여러 상황들에 대해 위기 이자 동시에 기회라고 생각하고, 수출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수출협회가 발족했는데 바람직한 협력모델은?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는 KEPCO 원자력 그룹 5개사, 두산중공업, 건설사, 한국수출입은행, 금융기관, 법무법인 등이 참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한국형원전 해외마케팅, 비공식 활동 지원, 원전 도입국 수주동향 및 경쟁국 정보수집 등을 통해 원전 수주 활동을 지원 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즉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는 원전 수주활동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한전은 입찰서 작성, 협상, 계약 체결 등 직접 사업을 담당하며, 원전 수출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협회 발족으로 인해 한국의 수출 역량이 더욱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출 확대를 위한 돌파구는?
-우선은 국내원전을 가장 명품으로 건설해야 하고, 아주 안전한 운영을 해야 한다. 국내 원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수출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6개국 밖에 없다. 나머지는 전부 수입국인데 이러한 나라들은 원전을 도입하는 방식이 나라별로 다르다. 국제경쟁 입찰을 하는 나라가 있고, 수의계약으로 하는 나라가 있다. 국제경쟁 입찰이냐 수의계약이냐에 따라 방법도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여러 특성을 감안, 국가별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수주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네트워크 및 홍보 또한 강화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430기의 원전이 가동중인데, 앞으로 폐로사업이 앞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원전 건설, 설계 능력은 있는데, 폐로기술 능력이 없다. 원전 건설을 하는데 폐로를 남의 나라 기술에 의존할 수 없지 않는가. 폐로기술을 갖춰, 건설도, 폐로도 우리기술로 할 수 있도록 자립해야 한다. 그런 포부를 갖고 폐로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은 자꾸 원전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막연한 이야기다. 우선 수주를 해야 원전 건설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래서 수주가 더 중요하다. 수주시 필요 인력은 국제적인 법률전문가, 계약 전문가, 회계, 협상, 리스크, 보험, 수송 등의 분야다. 한마디로 (수주를 위한)협상과 (원전)건설은 완전히 개념이 다르다. 그걸 섞어 놓고 원전인력이 모자라다고 하는데…. 수주마케팅, 협상계약전문가를 많이 키울 필요 있다. 계약서란 각자 서로의 의무를 누가 지도록 할 것인가를 명문화 한 것이다. 서로에게 그 책임과 의무를 전가하려고 벌이는 것이 협상이다. 그것을 정리한 것들이 바로 계약서의 문장들이다. 원자력을 백그라운드로 가진, 분야별 베테랑 전문가 요원들이 많이 필요하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77년 입사 후 34년 동안 원자력분야에서만 근무했는데, UAE 수주를 이뤄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원전 수출을 내 세대에 이뤘다는 것, 그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직원들에게 항상 이야기 한다. 전쟁에서 2등은 죽음을 뜻하고, 경쟁에서의 2등은 회사의 파산을 뜻한다라고…. 비즈니스맨으로서 저는 항상 전투력을 강조한다. 2등은 필요가 없다. 패자와 승자의 논리를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데, 항시 승자가 되어야 한다. 해외사업 성공을 위해 1~2년을 노력한다 해도 (입찰결과에서 떨어지면)발표와 동시에 1초만에 모든 피 땀흘린 노력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주사위 논리를 강조하는데, 나만(앞면) 보지 말고, 다른 5개 면을 볼 줄 하는 국제적인 마인드가 그래서 필요하다. 그들이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패자의 기록은 허무한 전설이 되고, 승자의 기록은 살아있는 역사가 된다. 승자가 되어야 한다. 패자는 역사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구전으로 떠 돌뿐이다. 승자의 기록이 역사의 기록이 된다. UAE도 우리가 승자가 되니, 역사에 기록이 됐다. 살아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