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계 기관장들은 지속가능한 산업의 발전을 저지하는 국내 전기 인력 양성의 큰 문제점으로 산업계의 각 층위에서 요구하는 인력과 실제 공급되는 인력의 미스매치에 목소리를 모았다. 그에 대해 기관장들이 내놓은 해법은 바로 ‘맞춤형 인재’다.

대한전기학회(학회장 김문덕)는 20일부터 22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개최한 제42회 하계 학술대회 개회식에 앞서 ‘대한민국 전기계 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토론주제는 바로 전기분야 인력양성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기관장들은 자격증 등 이론 위주의 교육 풍토 속에서 배출되는 대학졸업생들이 실제 현업 투입 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나 스마트그리드ㆍ신재생에너지 등 날로 고도화, 세분화 돼가고 있는 전력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현업 재직자들의 역량이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현장 ▲스마트그리드 등의 녹색신기술 ▲해외진출 ▲국제표준 ▲중소기업 지원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인프라 및 통합기관의 구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최길순 전기공사협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산학의 인력 수요공급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며 “재직자 및 취업준비자들이 급격한 기술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균형 잡힌 성장산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기협회 ▲전기공사협회 ▲전기산업진흥회 ▲전력기술인협회 ▲전기조합, 전선조합, 스마트그리드협회, 수도전기공고, 대한전기학회 등 9개 단체 단체장이 직접 패널로 참석해 전기분야 기술인력 현황 및 문제점을 언급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단체장들의 주요 토론내용을 발제자 순서대로 정리했다.

# 최길순 전기공사협회 회장= “정부 통합 인력 양성 기관을 통해 산업현장 중심의 맞춤형 인력 양성 필요”
최길순 전기공사협회 회장은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과 공업 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 배출되는 인력의 수요ㆍ공급 불균형성으로 인한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면서 “실제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인력양성 사업을 아우르는 전문기관을 구축,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안목으로 인력을 양성하려는 목표 아래서 현업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길순 회장은 특히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에너지 인력 양성 사업의 문제점으로 ‘취업과의 연계성’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인력양성사업의 경우 영리학원 중심으로 인력을 양성하기 때문에 양성된 인력에 대한 신뢰성도 낮고, 실제 전기 분야에 유입되는 실적도 낮다”며 “특히 산업현장 중심의 현장인력 양성을 위해 체험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의 노력이 요구되며, 대학 고급기술자, 시공현장 기능자, 관리자 등에 특화된 인력양성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최광주 한국전력기술인협회 회장= “전기산업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 ‘신기술’, ‘해외산업 진출’ 위한 맞춤형 인재 도입하자”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산업의 위상은 그 산업의 발전 여하에 달려 있다. 현재 스마트그리드를 포함해 저탄소 녹색성장 등 전력업계 신성장 동력의 국가경쟁력 향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각 분야에 따르는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최광주 한국전력기술인협회 회장은 전력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선진기술인력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미래 전력산업을 선도하는 분야별 고급인력관리의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같은 인력보급사업에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맞춤형 전력인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이루고, 이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과 전력산업 해외진출에 기여하는 모델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 박천진 대한전기협회 부회장= “‘표준’ 맞춤형 인재 양성 필요”
전력산업기술기준 등 전기산업계의 표준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전기협회는 전력 및 원자력 설비의 ‘표준 맞춤형 인재’를 요구한다.

박천진 대한전기협회 부회장은 “기계화, 자동화, 신재생의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 요즘에는 표준의 저변도 확대되고 있으며, 표준의 기준 적용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의 기술적 대립이 심각해지고 있다” 며 “국내 대학과 전문교육 기관 등에서 전력설비 분야 및 원자력 설비 분야의 국제표준 인력을 양성해 접지설비, 피뢰설비, 원자력 설비 등에서 국내 표준의 국제표준 적용기반을 넓혀가자”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원전 건설과 해외 수출로 2020년까지 총 23만 9,000명의 원전 전문 인력이 요구되나, 국내 원자력 관련학과는 6개에 그치는 등 대학의 인력 양성이 미흡해 기초 인력의 수급이 불안정한 것이 현실”이라며 “기초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한수원을 비롯한 원자력 분야 유관기관 및 산학연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박천진 부회장은 현재 전력산업계 내 기술 인력 고령화 및 젊은 층의 이공계 기피 등 사회현상에 따르는 전기 인력 수급의 불안정함을 풀 수 있는 해법으로 정부 및 전력그룹사의 정책적 지원과 대책마련에 따르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재광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전기기 설계 전문인력양성 지속적으로 하겠다”
이재광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전기기 설계 및 제작을 위한 지속적인 전문인력양성을 통해 중소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재광 이사장은 “중소기업의 기술력은 취약하고, 자금은 부족한 이 현실에서 (중전기기 관련) 전문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중전기기 설계 및 제작을 위한 전문 기술 인력을 확보해서 기타 중소기업들에게 기술 인력을 보급하는 일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기관련 교육은 이론에 그치고, 전기관련 학원들은 자격증 획득을 위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조합은 인력고도화 사업의 일환으로 실제 직무자들의 진급에 우대되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등을 비 조합원사 임직원들을 포함해 시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중전기기 설계 전문 기술자를 지속적으로 양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광 이사장은 “추후 이 같은 조합 중심 발급 자격증 제도의 노하우가 쌓이면 국가 자격증으로 격상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산업계와 학계가 협동해서 전기 산업계에 실제로 필요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인력양성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김인환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전무이사=“중소기업 간 인력 수평이동이 인력양성 저해”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이사장 박석모)은 “중소기업 간 인력의 수평이동이 전선 업계의 인력양성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박석모 이사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인환 전선조합 전무이사는 “전선기업들이 IMF 이후 신규채용 인력을 줄였다”며 “실제적으로 전선업계에서 필요한 품질 관리와 및 영업 업무에는 인원수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선 업계에) 이 같은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하게 됐는데, 평소 전선 기업들은 인력 양성에 주력하기보다 대기업에서 퇴사한 사람들을 데려오거나, 중소기업 간에는 인력 수평이동이 일어나 기업 간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한다”며 “(기업이) 기다리면서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전선조합은 인력양성 교육기관을 운영하지 않는다. 조합에 가입 된 국내 상당수 전선 관련 기업들은 가내 수공업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등 업계 속사정은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향후 인력양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토대 마련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유성수 한국전기산업진흥회 부회장=“산학연 전기산업 연구인력 발전협의체 구성으로 ‘전력신기술’, ‘중소기업 품질력 향상’  장기적인 연구인력 양성해야”
유성수 한국전기산업진흥회 부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력신기술을 캣치업(Catch-Up)해서 수출을 부흥시키고, 중소기업들의 기술력과 품질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연구개발인력의 육성을 위해 산학연을 아우르는 전기산업 연구인력 발전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수 부회장은 “최근 1970~1980년대 학번 연구개발 인력의 고령화를 극복할 수 있는 1990~2000년대 학번의 젊은 연구개발 인력의 유입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현재의 고령화 된 연구개발 인력으로 현 전력산업의 친환경 및 융합 트렌드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풍력, 태양광, 전기차 부품 등 신성장 사업 영역의 인력 유입 대책에 따르는 고민을 논의하기 위한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는 수직적으로, 중소기업과는 수평적 경쟁관계로 과당경쟁을 겪으면서 동종업계로 인력이 부당 유출되는 등 산업경쟁력은 악화되고, 품질력 향상 등을 위한 연구개발협력의 분위기 조성은 더욱 어렵다”면서 “전기산업체 수의 9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연구개발 인력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기산업 연구인력 발전협의체와 같은 산학연 중심 구직인력 협력시스템 등의 인프라 구축으로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인력 확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 구자균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회장=“융ㆍ복합에 강한 스마트그리드 맞춤형 인재 필요하다”
구자균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회장은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산업 내 세계선진국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인재 확보 키워드로 “전기ㆍ통신ㆍ중전ㆍ건축ㆍ에너지 등을 망라한 다양하고 종합적인 교육을 받은 다학제(트랙형)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꼽았다.

그는 “기초전력연구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필요예상인력은 12만명에 이르지만, 지금 같은 인재 양성 추세 속에서 2030년이 되면 관련 인력은 8만 9,0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집계 됐다” 며 “융ㆍ복합에 강한 스마트그리드형 인재를 지금부터 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그리드 인력양성을 위한 방향으로 특히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지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 배출되는 인력 등의 공급자 중심 교육을 탈피하고,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 등의 수요자 요구사항에 맞춰 학교는 주문형 교과과정을 적극 수용하고, 산학협동과정을 적극적으로 개설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학습자 중심의 개방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현장 중심에서 각자의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형 인재양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간 관계는 네트워크화 돼가고, 교수와 학습자가 수평적 관계로 변하고 있는 데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체계 구축 등에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스마트그리드는 단순 미래만 보고 하는 사업으로 인력양성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분야”라며 “협회는 향후 분야별 기관과의 협업으로 인력의 전문적인 육성을 통해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강희태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교장=“독일의 마이스터고 본받아 테크니션 등 전문기능인력 양성 필요”
강희태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교장은 “대학 인력 양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재의 균형적인 발전이 필요하다”면서 “기술 인력의 조화를 위해 테크니션(전문기능인) 양성을 위한 대책, 구체적으로 공업계 고등학교의 대책이 있어야 산업의 효율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그는 특히 독일의 ‘마이스터고’ 정책을 예로 들었다. 수도공고는 2008년 에너지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됐으며, 5월에는 전기산업진흥회와 전기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강희태 교장은 “독일 산업 경쟁기반의 핵심은 바로 마이스터고”라며 “독일에서 산업경쟁력을 갖춘 품목들은 한국, 일본 등과 비교해 그 수가 다양하고 골고루 포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산업 경쟁력이 중소기업 중심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그 토대에는 산업계와 학계가 서로 공존하면서 인력양성 노하우를 공유했던 마이스터고 중심의 인력양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역시 학계와 산업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테크니션 등의 전문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마이스터고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 김문덕 대한전기학회 회장=“전기산업 르네상스 이끌어 가기 위해 인력 불균형 요소 고민해 해결책 찾아야”
김문덕 대한전기학회 회장(서부발전 사장)은 “현재 전기 종사 인력들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인력은 고급화 돼있다”면서 “전기 분야의 대학졸업자들이 증가되면서 해외 수주 시, (이 같은 고급 인력들의 임금을 포함하기 때문에) 단가가 안 맞아 수주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현실적인 발언을 내놨다.

그러면서 “지금은 테크니션 등의 육성 및 주력 산업에 대한 기술 전문인(기능인)을 키워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산업 내 필요 인력의 구성 요소 및 불균형 요소 등을 고민해, 그런 걸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덕 사장은 “설비크기가 20배 줄어드는 동안, 인력은 겨우 2배 느는 등 자동화 시대에 접어드는 현재는 ‘전기산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며 “이 같은 글로벌 르네상스 시대에 전기 인력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자”는 긍정적인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