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세계는 총성 없는 에너지 전쟁이 진행 중이다. 신고유가에다 에너지 자원 국유화까지 가세한 올해는 그 여느 때보다 이 총성 없는 전쟁의 상처가 우리나라에게 주는 여파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고유가에다 환율악재까지 겹쳐져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인 중국과 미국이 신고유가 시대의 파고를 넘기 위해 원자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에서도 신규원전 건설 논쟁이 한창이다.

에너지 자원의 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세계의 신규원전 건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도 사회적 공감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원전의 비중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이 원자력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에 원자력발전과 진흥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순흥 카이스트 교수를 만나 진흥계획에 대해 설명을 듣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제시해 본다.

▶ 입안하신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의 주요내용은 무엇이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 이번 3차 계획에서는 원자력의 수출 산업화와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한 원자력 발전량 증대, 핵비확산성 핵연료주기 기술 개발, 방사선 치료기술 개발 및 의료 복지 확대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 원자력분야의 진흥을 위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 고유가 상황에 대응, 국내 경제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원자력에 의한 발전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과 해외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의학기술개발과 의료시설 구축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입니다.

▶ 원자력이 전력수요의 70%이상 점유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 우리나라는 매년 약 8억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불이 오를 때 80억불의 추가적인 부담이 더해지게 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며 그 중 하나가 전력이용을 증대하면서 원자력의 발전 점유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80억불은 APR1400과 같은 대형 원자력발전소 4기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현재 건설 계획대로 2015년까지 OPR1000 4기와 APR1400 4기가 건설된다면 전력수요의 50% 수준을 공급할 수 있으며 2015년 이후 APR1400 8기를 추가 건설한다면 이를 70% 수준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8기의 건설비용은 160억불 수준이며 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불 올랐다는 가정 하에 2년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에 지나지 않습니다.
1400MWe 용량의 원자력발전소는 수명기간인 60년간 원유를 대체할 수 있으며 유류발전으로 환산할 경우 526억불(60불/배럴 가정)에서 877억불(100불/배럴 가정)에 달하게 됩니다. 원자력 발전을 증대하는 것은 투자대비 25-40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유전을 건설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핵연료 주기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기술력이 부족하다는데 어떤 방향으로 개발해 나가야 하는지, 고견을.
- 미국 주도의 GNEP 계획이 추진되면서 앞으로 핵연료 공급국과 이용국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핵연료 주기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차와 2차 진흥종합계획을 통해 원자력분야에서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졌으며 국가적인 핵투명성 또한 제고되어 핵비확산성 핵연료주기 기술을 개발할 여건이 마련됐습니다. 이러한 바탕 위에 현재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경수로 사용후 핵연료의 중수로 연계 사용 핵연료 주기 기술(DUPIC)과 Pyroprocess와 같은 핵비확산성 핵연료 주기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원자력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와 수출에 걸림돌은 없는지.
- 수출 시장 조사와 수출에 적합한 국내 산업체제 구축, 금융을 포함한 수출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OPR1000, APR1400, SMART, 연구로 기술과 발전소 설계·운영·정비·보수 등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시장을 개발하고 국내 산업계의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국가에서 이를 적극 지원한다면 본격적인 원자력 수출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원자력 수출은 발전소 수출과 핵연료, 연구형 원자로 등을 통해 수출할 수 있을 것이며 플랜트 수출이 활기를 뛰게 된다면 산업국가로서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수출산업화를 통해 국가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방사선 의료기술을 치료기술로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
- 지난 2차 계획을 통해 권역별 사이클로트론 시설이 구축돼 암 진단에 효과적인 PET 시스템의 활용이 활성화되어 진단 측면에서는 높은 수준의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암 치료에 필요한 영상유도기술, 로봇 기술, 환자 맞춤형 치료기술 등의 개발에 집중한다면 진단과 치료 모든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최고수준의 의료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사용후 핵연료 정책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 단기적으로는 사용후 핵연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건식저장시설 구축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사용후 핵연료 정책을 제시하고 국민적 공감대 하에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 수출 촉진을 위한 SMART 개발과 발전소 건설에 대한 고견을 .
- 우리 기술로 개발한 안전성과 경제성이 증진된 3+세대 원자로인 APR1400의 건설이 조속히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SMART 원자로도 산업체의 주도 하에 시장에 필요한 원자로로 다듬어져서 건설이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원자력 관련 부처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 원자력의 국내 기여 증진과 수출 산업화에는 과기부, 산업자원부, 외교부 등의 부처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범부처적인 협력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현재 각 부처의 역할은 훌륭하게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수출 산업화와 고유가 대처를 위해 협조 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교수는 지난 86년부터 정부로부터 원자력진흥계획에 대한 연구용역을 받아 지금까지 수행해 오면서 당시 20위권에 있던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을 현재 5, 6위권으로 향상시켜 왔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적으로 신뢰와 믿음을 얻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하는 장 교수는 앞으로 세계 3위권 이내로 진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원자력 관련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장 교수는 정부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  장순흥 교수는

1992-1999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자문단(INSIG) 위원
1994-현재 OECD/NEA 안전위원회 위원
1997-2003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1998-1999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2001-현재 원자력안전자문위원회 위원장
2001-2003 한국과학기술원 기획처장
2003-2004 한국과학기술원 교무처장
2003-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2004-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2004-현재 미국, ANS Nuclear Technology 부편집장
2005-현재 한국과학기술원 대외부총장
2005-2008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 (15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