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은 춘약불경(春若不耕)이면 추무소망(秋無所望)이란 경구를 인용하며 전력계가 후회하지 않는 2014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꾸지 않으면 가을에 걷을 것이 없듯이 봄에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철저히 계획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몇 배의 결실과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 ‘덕담’이다.
 “갑오년 새해에도 변함없는 애정과 격려를 부탁드린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의정활동으로 보답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강 위원장은 올해 상임위에서 다뤄질 핵심이슈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수요관리정책, 해외자원개발 등을 꼽았다.
“간간히 발전 정지되는 원전들로 인해 수급에 비상이 걸린 데다 원전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밀양 송전탑이 핫 이슈로 떠올라 마치 이들 사안이 전부인 것처럼 기억될 만큼 나머지 사안들이 묻혔다는 인상이 들 정도였다”고 아쉬움을 표하고 “올해는 차분히 국가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에너지 청사진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 위원장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 문제를 두고 정부와 국회가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다”고 전하고 “1월 중 관련 공청회를 다시 열어 갈들을 빚고 있는 현안들을 심도있게 다루고 챙기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요한 산업임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국회차원의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창일 위원장을 만나 에너지계 이슈와 현안을 진단했다. 대담=김홍섭 편집국장
▲ 올 동계전력 수급은 지난 여름보다는 다소 수월해 보이지만 자칫 발전소 고장이 발생할 때는 또다시 위기가 초래될 우려도 있다. 9.15 순환정전 이후 계속되는 전력수급 위기 국면을 어떻게 진단하고 이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전력공급의 확충 정책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대수요를 어떻게 예측하고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전력수급정책은 민생문제의 접근이자 국가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정책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원전비리, 전력난뿐만 아니라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수립과 제6차전력수급계획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서도 과거와는 다른 방법이 요구된다. 전력수급계획도 한전중심의 계획이 아닌 국가 전체 전력수급계획을 수립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이해관련 공기업 중심의 기본계획수립은 왜곡된 결과가 도출돼 결국 국민들을 불편케 했던 일들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마트그리드와 연계한 수요자원시장, 인센티브 수용반응 프로그램 확산 등 보다 혁신적인 수요반응 정책의 출발은 물론 수요반응 인프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바로미터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새로 짜여지고 있는 중이지만 수요 전망이나 원전 비중 등을 두고 반발이 거세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가 국회보고나 공청회를 통해 제시한 계획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또 에너지 믹스등 바람직한 방향은.
= 이번 제2차 계획에서는 원전비중이 확대돼 심히 우려스럽다. 최근 정부가 밝힌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경우 2035년까지 전체 발전설비에서 원전의 비중을 현 비중 26.4%보다 2.6% 포인트 높은 29%로 설정해 이 비중을 맞추려면 원전의 추가 건설이 불가피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배치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수요관리는 번번히 실패했고, 전력수급의 위기를 넘기는데 국민이 감내한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정말로 국가의 기본을 제시하는 계획이어야 하며, 정권의 입맛과 무관하게 방향성이 제시되고, 실천가능성과 책임성이 강화돼야 한다. 특히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을 가동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전력예비율이 70%가 넘었기 때문으로 에너지 계획에 있어서 기본철학이 반영돼야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수급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 위원회가 출범해 활동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공론화 작업을 앞두고 있지만 진 통이 예상된다. 공론화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은 무엇인가.
= 정부와 국민간의 상호 균형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과 교훈을 남겨준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는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할 시대적 과제이며, 짐으로 작용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에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요소가 필요하며, 투명성과 책임성이 보장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공론과정에서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최선의 관리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해, 한수원과 전력거래소를 한전에 통합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배전과 영업부문을 추가로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향후 바람직한 전력산업 구조는 어떤 것인가.
= 전력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전력산업의 효율이 중요하다. 전력산업의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시장원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력산업은 통신 등 다른 네트워크 산업과 함께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어려운 산업으로 인식하고 모든 나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수직결합독점체제로 운영돼 왔다. 수직결합독점체제는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운영이나 강력한 규제를 통해 독점업체가 초과이윤을 얻는 것은 방치했지만 이윤동기의 결여와 경쟁의 부재로 인해 많은 비효율을 수반했다. 많은 나라에서 전력설비에 대한 과잉투자나 과소투자, 전원구성의 왜곡 현상이 발생했고, 그 결과 전력생산비용이 상승해 요금인상을 초래하거나 전력설비 부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막대한 기회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오늘날 15개의 서유럽 국가 중 스위스, 몰타 등을 제외한 12개국과 5개 북유럽 국가 및 중부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완전한 경쟁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은 최근 역내 전력시장을 통합해 단일시장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각국의 시장을 통합해 단일 전력시장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의 일부 지역과 호주에서도 경쟁체제에 의해 전력산업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력산업 진화에 따라 세계적인 추세를 받아들이는 것은 맞는 바이나 국내 상황에 맞게 받아들이고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누적된 비리가 드러나고 잦은 원전 고장 등으로 인해 그동안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자부해온 원자력계의 신뢰가 무너지고 그 생태계마저 점차 붕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원자력 생태계를 올바르게 복원할 수 있는 방안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 지난 50년간 전쟁의 폐허에서 맨 주먹으로 일어나 원자력 발전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최저가로 공급하게 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원자력은 가장 중요한 숙제인 안전과 안보를 해결한 이후에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엔진이 되지만 지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민의 불안감은 원자력발전소 뿐만 아니라 방사능오염의 불심으로 인한 수산물 판매가 급감해 어민들의 생계에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또한 잦은 사고와 비리로 얼룩진 국내 원자력 산업은 위태로운 상황이며, 이는 왜곡된 정부 정책과 산업구조가 원자력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의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자력은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기계로 자동차가 만개의 부품을 가지고, 점보기가 십 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됐다고 보면 원자력은 백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그만큼 언제든지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은 원자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안전시스템이 기본적인 중요 요소이며,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 정부가 창조경제를 새로운 국가 의제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지만 뚜렸한 방향설정이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창조경제, 성공하려면 어떻게 추진해야 한다고 보는가.
= 최근 경제발전과 더불어 에너지소모가 극심해지고, 기존 화석연료의 고갈 및 환경오염의 문제로 인한 국제적,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은 국가와 개인 생존의 문제라고 간주되는 21세기에 세계는 에너지를 둘러싼 패권경쟁의 시대에 돌입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선진국들의 환경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비롯해 다자간 협력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활성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아울러 1980년대 초 약화되었던 자원보유국들의 자원민족주의는 2000년대 이후 다시 강화되었으며, 강대국 간의 자원 확보 경쟁도 본격화됐다.  이러한 시점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해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보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독려하고, 생산비용을 보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창조경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렇듯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요한 산업임을 인식해 중요 산업으로 구축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끝으로 전력경제신문 독자와 전력계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은.
= 우리나라 전력의 중요성과 전기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기 위한 사명감으로 창간한 전력경제신문 독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한다. 전력산업은 한 국가의 산업 경쟁력은 물론 개인의 삶의 질까지 결정짓는 중추기반 산업이지만 최근까지 불거진 전력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은 높다. 그렇기에 국가 에너지 청사진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전력경제신문은 국내 전력수급에 따른 문제 제기 및 에너지 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국내 전력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의 발전을 견인해 주길 바란다. 또한  전력계와 경제계의 동향 및 최신정보, 전력산업의 이슈 등의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도해 관련 산업의 발전과 국가 전력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앞장서 주시길 당부한다.
                                                                                            대담=김홍섭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