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흥건 효성 전력PU 사장

주춤하던 (주)효성의 중공업PG 상승세가 가파르다. 3년 가까이 적자의 시련을 겪은 중공업PG가 흑자전환의 ‘고지 정복’을 눈앞에 두고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특히 전력 퍼포먼스유니트(PU)가 국면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해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을 24% 가량 늘렸고 해외부문의 수익성을 현격하게 개선시켰다. 올 들어서도 전 세계 곳곳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어가 ‘효성 부활의 청신호’로 역할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알제리에서 ‘희소식’을 전했다. 단일 변전소 수주 건으로는 최대인 1억 달러 규모의 초고압변전소 물량을 따내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 EPC강자로 부상했다. 북아프리카 내 최대 전력시장으로 떠오른 알제리 시장에서 우위적 지위를 선점해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난 해에는  대형 태양광 EPC 프로젝트를 수주한 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같은 해 홍콩 전력청으로부터 수주한 400kW ESS도 올해 초 납품을 마치는 등 ESS 분야 시장 진출에도 탄력이 붙었다.
효성이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핵심 축에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전력PU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백흥건 사장이 자리한다.
 

흑자전환의 일등공신인 백 사장을 만나 그 비결을 묻자 돌아 온 답변은 의외로 지극히 평범하고 대단히 심플했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그 것이다. 스페셜한 비결이나 스킬이 있거나 있을 수도 없다는 반응이다. 
“세상 일이 그렇지만, 거져 얻어지거나 거져 되는 일은 없다. 해외시장에서 위치를 점하려면 거기에 걸맞는 기본적인 활동들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에 충실하고 부단히 노력해 하나 하나 성과를 내는 것, 그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이다.”
 

그는 지난 해 거래관계를 중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고객 군(群)을 많이 만들어 나가는 데 힘썼다. 중동의 사우디, 인도, 미국, 카타르 등 전체 매출의 70%에 이르는 기존시장을 꾸준히 확대해나갔다. 전후 복구사업이 활발한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신규시장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욕심 같아서는 신규시장을 대폭 늘려 전체 시장을 크게 키워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것이 책임자로서의 희망이자 책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장기 고정 거래선을 확보하는 영업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이나 시장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특히 성장 가능성이 큰 잠재력이 있는 시장을 발견해 거기서 성공할 수 있는 포뮬러(공식)을 읽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원하는 게 뭐고, 고객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거기에 대응하고 있는 경쟁사는 어떤 식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지를 알아야 한다. 거기에서 뭘 얻어내려면 경쟁사보다 잘 해주던지 고객의 마음을 사야 한다, 기대에 상응할 만한 뭔가를 보여줘야 고객과 시장이 반응한다.”
그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범주에 들어있는 것이라며 다시금 ‘기본’을 강조했다.
 

“고객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싸고 품질이 확보되어 있는 제품을 원한다. 때로는 고객사정에 따라 원하는 게 많고 요구사항 또한 각기 다르다. 이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해결의 열쇠다. 한 마디로 말해 남들은 못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해답과 신뢰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는 ABB, 지멘스 등 메이저 기업보다 효성이 후발주자이지만 시장상황에 적응하는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메이저 기업들은 시스템적으로 조직화 되어있기 때문에 케파나 권한 밖의 일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효성은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한 강점을 최대한 살려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그는 “아무리 시장분석을 잘 해도 우리의 능력이 거기(분석)에 걸맞는 수준에 못 맞추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취임 초기부터 조직의 기본체질 강화에 매진해 온 연유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상호작용한다. 시장의 니즈에 맞춰 우리의 상황을 다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조직원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고 팀플레이를 주문했다.”
 

빅3 보다 역사가 짧고 조직이 크지 않은 효성은 전 직원의 역량을 결집해 큰 힘을 만들어 내야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고 설 자리가 생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우리에게는 열심히하는 열정의 DNA가 있다. 주눅들지 말고 팀웍을 이뤄 끈질기게 도전할 때 비로소 성공의 길이 열린다고 자주 말해 왔다.” 
리더가 긍정의 영향력을 전파하고, 전심전력을 다해 기본에 충실한 기반을 굳건히 다져나가면서 활기가 넘쳐났다.
 

“중요한 것은 실적이다. 모든 노력이 실적으로 나타나야 조직도 자신감을 갖게 되고 선순환이 이뤄진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흑자기조로 전환되면서 조직원들이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팀웍이 살아나고 있다. 앞으로 더 큰 희망을 갖게 한다.”
‘숫자(실적)’에 책임을 져야하는 직원들이 매출을 맞추기 위해 저가수주를 감행하려는 유혹을 느꼈을 법하다고 기자가 말하자 그는 단호하게 손사래를 쳤다.
 

“무리한 저가 수주는 회사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결국 고객에게도 손해를 끼친다. 일시적으로는 고객에게 좋을지 모르지만 잘못되면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모든 것은 일방적일 수 없다. 상호호혜의 원칙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저가 수주를 원천 봉쇄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려 노력했다”며 “수익을 개선하지 않으면 적자경영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전력PU 사장에 취임하기 전에도 해외 수출 부문은 볼륨이 꽤 컸다. 하지만 적자누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기업 전반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었다. 부임한 후 가장 먼저 꺼내 든 카드가 ‘수익성 관리’였다. ‘수익성 바’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이하로 수주하는 것은 철저히 차단했다.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질적성장의 드라이브 정책을 밀어붙인 그의 뚝심은 흑자기조를 실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전력PU 중장기 비전인 ‘2020년 발송배전 기자재 및 솔루션분야 글로벌 톱3’로 도약하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력PU는 올해 전년 대비 ‘최소 10% 성장’을 목표치로 설정했다.
“직원들과 상의해 우리가 해낼 수 있는 것을 기준 삼아 보수적으로 목표치를 잡았다”라면서 “현재까지는 당초 세웠던 계획을 달성해 가고 있어서 더 늘려나갈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직원들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하는 표정에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업계에서는 올 해 효성 전력PU가 지난 해 못지않은 괄목할만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시장과 신재생 에너지사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성장동력을 이끌 대표주자로 초고압직류송전(HVDC), 무효전력을 보상하는 스텍콤, 전력저장장치(ESS)를 언급했다. 전력산업의 새로운 판도를 예고하고 있는 전압형 HVDC의 경우 지속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며 전력PU의 향후 주력분야로 키우고 있다. 실증을 앞두고 기술개발이 착착 진행 중이라고 귀뜸했다. 일찌감치 사업화를 시작한 스텍콤은 독보적인 기술과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새롭게 시장이 태동한 ESS 분야는 스토리지, PCS 등 각 기능을 통합해 전체 시스템으로 포지쇼닝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해외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진단을 내놨다. 고객은 날이 갈수록 영리해져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선택하려는 추세가 강하고, 게다가 생산 케파가 늘어난 초고압변압기 플레이어들이 물량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고객에게 베니핏을 주고 효성에게는 차별화된 혜택을 가져올려면 힘들게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면서 원가를 최대한 짤 때까지 짜내고 기술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 시장을 공략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한 바탕 위에 부품을 공급받는 생태계를 견고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기업이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경쟁력은 우리만 잘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협력업체들이 경쟁력을 같이 갖춰져야 가능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효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장의 최일선에서 빅 3와 싸우고 있는 현실을 똑같이 인식하고 기본에 충실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실 인식과 마음자세를 공유하지 못하면 좋은 제품과 결과를 낳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가격경쟁으로 치닫는 업계 현실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자제를 요청했다.
“ ‘치킨게임’은 피해야 한다. 힘들게 일하고도 소득이 전혀 없는 현실을 다시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멀리 내다봐야 한다.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은 업계의 건실화를 해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에도 득이 안된다.” 
 

그의 바람은 세계시장에서 주요한 공급업체로 자리잡은 우리나라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가격과 품질로 평가받고 제대로 된 가격을 받도록 업계가 함께 노력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