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병 처장 프로필 ▲ 1979년 12월 한전 입사 ▲1989년 7월 부산화력 터빈과장 ▲1991년 5월 분당 복합화력발전소 시운전과장 ▲1993년 6월 본사 감사실 검사역 ▲1995년 7월 필리핀 말라야발전소 효율부장 ▲1997년 8월 울산화력 발전부장 ▲ 2000년 6월 필리핀 일리한발전소 시운전 본부장 ▲2004년 7월 본사 해외사업처 부장 ▲ 2007년 1월 필리핀 일리한 발전소장 ▲2011년 5월 본사 해외사업개발처 팀장 ▲ 2012년 3월 필리핀법인장 ▲2013년 12월 본사 해외발전기술처장(현재)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한전과 손잡고 해외 현지에서 신뢰를 쌓아 나가면 더 큰 값진 결실을 맺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전분야 중소기업에게 한전이 운영하는 해외발전소에 부품을 공급하도록 길을 튼 황규병 한전 해외발전기술처장은 향후 기대치를 이같이 표현했다.
 

한전은 최근 해외에서 운영하는 7개국 10개 발전소의  발전설비 부품을 국산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산화 규모는 향후 단계적으로 6,700품목 1,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해외 발전설비의 부품 국산화는 기존 송배전분야 위주로 중소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해온 한계를 뛰어 넘어 발전기자재 업체로 그 영역을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전이 운영하는 해외발전소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구체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국산화프로젝트에 승선(乘船)할 대상기업으로 한전 해외발전소나 이들과 유사기종의 발전소(평택, 여수, 군산복합)에 부품을 납품한 실적이 있거나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가려 뽑았다.
가스터빈, 증기터빈, 보일러, 전기, 제어 등 5개 분야에 걸쳐 총 32개사다.
 

황 처장은 “기존에도 일부 해외발전소에 소모품 위주로 국산화한 사례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분석해 체계적으로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면서 “향후,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해외 발전사업 수주 시 수출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발전소의 경우 발전설비 부품 국산화가 많이 이뤄졌습니다. 이를 토대로 국내기업에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자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최대 목적입니다. 일단 한전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발전소에 적용해 품질이나 성능을 입증하면 자연스럽게 타 해외 발전사업자도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사실 중소기업은 해외진출에 목말라 하지만 제반 리소스가 취약해 해외시장 개척에 한계가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때문에 한전이 해외발전소의 문호를 열어 중소기업이 진입하도록 길을 터준 것은 중소기업으로서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격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미하지만 한전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준다.
 

해외 현지에서 외산을 쓰다보면 비용이 많이 들고 특정품목의 경우 조달기간이 길거나 비싸 제약이 따른다.
국내기업 부품을 발전소에 적용할 경우 품질 확보는 물론이고 안정적으로 부품을 조달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황 처장은 프로젝트의 무게중심이 한전 비용절감보다 중소기업 수출에 있고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실적을 쌓아 해외사업을 다각화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납품실적이 별로 없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고 해도 통과의례로  거쳐야 하는 ‘실적의 벽’을 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한전이 먼저 써주면 그 것을 근거로 해서 한전이 아닌 타 해외 발전사업자에도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입니다. 업체로서는 실적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일 것입니다.”
 

해외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국산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왔다고 말하는 황 처장은 올해 초부터 부품국산화 프로그램을 해외발전기술처의 핵심과제로 설정해 실행에 옮겼다.
“단기, 중기, 장기 3단계로 나눠 사업을 추진합니다. 1단계는 현재 운영 중인 필리핀 일리한발전소, 세부, 나이지리아 액빈, 멕시코 노르떼2 등 한전이 직접 셀프 O&M하는 발전소의 부품을 국산품으로 적용할 계획입니다. 2단계는 준공을 앞둔 발전소로 확대하고 10년 후인 3단계에는 베트남 응이손 발전소등 수주된 발전소와 타 해외 발전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발전소로 영역을 넓혀나갈 예정입니다.”
 

황 처장은 초창기에는 필리핀을 시험무대로 삼아 사업을 전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공략지역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오는 10월에는 한전이 최초 해외사업을 시작한 필리핀 현지에서 수출 상담회를 열어 ‘승부수’를 띄울 계획도 가지고 있다.
 

타 처는 물론 발전회사와 연계해 참여기업에게 한전 및 발전사 등록업체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황 처장은 “설정한 국산화 목표를 원활하게 달성해 중소기업이 해외 발전설비 부품시장에서 성장해나가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CEO의 의지가 강해 사업 추진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황 처장은 “조환익 사장이 해외사업에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하고 해외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키도록 중소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CEO도 언급 했듯 사업이 형식화되지 않고 중소기업이 부품국산화 프로그램에 안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화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도 이를 발판으로 한층 더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전이 운영하는 발전소에는 지속적으로 국산부품을 공급할 수 있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의도하는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없습니다. 한전이 납품기회를 부여하고 수출상담회까지 연결시켜 주면 그 다음은 기업의 몫이 크지요. 한전 지원을 ‘마중물’로 삼아 스스로 시장을 넓혀나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동남아 시장을 장악하고 싶은 포부가 있다면 홍보활동이나 영업 세일즈를 더 강화해 더 많은 기회를 잡아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해외에서도 부품에 대한 신뢰를 쌓으면 한전보다 더 수월하게 사업을 펼칠 수 있다”고 단언하며 “중소기업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전이 앞장 서 수출 루트를 개발해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단품 위주 수출에 그쳤던 해외사업 양상이 서비스, 기자재, 발전소 건설 및 운영을  함께 아우르는 복합 패턴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발전 플랜트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전략적으로 파트너십을 이뤄 중소기업 동반성장 분야에서 새로운 꽃을 피울 때입니다.”
 

황 처장은 “이번 프로젝트 추진을 계기로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 발전부품 시장에서 한전과 상호 협력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 해외발전기술처는 해외사업의 사업개발, 건설관리, 운영관리의 기술 분야를 총괄할 강력한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난 해 말 신설됐다.
해외사업 수주 확대를 위해 경쟁력 있는 기술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시대적인 요청이었다.
처는 개발팀 건설관리팀 운영기술팀 등 3개팀을 두고 해외사업 프로젝트의 원 플로어를 모두 기술적으로 커버한다. 
 

황 처장은 “발전소 수주를 많이 따내고 건설공기가 지연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발전소를 잘 돌려 최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이바지해 나가도록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외발전기술처가 발족 후 내건 케치프레이즈는 ‘Best Technology, Dream Power Plant' 다.
‘최고의 기술력으로 꿈의 발전소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해외발전사업 입찰 경쟁력 제고, 발전소 건설 공정률 달성 및 적기 준공, 발전설비 운영 신뢰성 제고를 올해 경영방침으로 정했다.
 

초대 해외발전기술처장으로 발탁된 황 처장은 33년 간 국내외 발전사업에 참여한 ‘정통 발전인’이다.
특히 한전의 해외사업과 궤를 같이 하며 남다른 족적을 남겼다.
해외사업 ‘프론티어 1기’로 뽑힌 황 처장은 한전이 해외사업에 첫 발을 내 디딘 시점부터 해외현지에 투입됐다.
 

이후 대표적인 해외사업으로 꼽히는 필리핀 말라야 프로젝트와 일리한 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했다.
1994년 한전 해외사업의 시발점이 된 필리핀 말라야발전소 재가동 복구공사 때 효율부장으로 참여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430MW 발전소 출력을 650MW로 끌어 올리고 효율을 30.58% 에서 35.1%로 높여 필리핀 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3년간 필리핀 현지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정관계 인맥을 두텁게 쌓은 그는  한전의 두 번째 프로젝트에도 기용됐다.
 

2000년 한전 최초 파이넨싱 프로젝트 사업인 1200MW 일리한 복합화력 건설 및 운영사업때는 시운전 본부장 및 발전소장을 맡아 역량을 발휘했다.
일리한발전소를 세계 탑(TOP)12 발전소 선정, 아시아 환경 금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줘 세계적인 발전소로 등극시켜 필리핀 내 한전의 위상을 한층 격상시켰다.
 

황 처장은 필리핀 해외사업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필리핀 현장에서 보낸 기간만 13년에 달한다.
가장 보람된 순간을 묻자 주저 없이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고 값진 결실을 맺은 한전 최초의 해외사업인 말라야 발전소 재가동 복구 사업을 떠올렸다.
 

“당시 말라야 발전소를 가보니 익히 알던 발전소의 모습이 아니라 충격을 받았습니다. 발전소 외형은 붕괴직전의 몰골을 하고 있었고 설비는 정상적인 정비를 하지 않아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환경적으로 가장 쾌적해야 할 발전소 중앙제어실에 들어서니 근무자가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더군요. 그 것도 참을 만 했는데 현장을 둘러보려면 방독면을 써야 했습니다. 보일러의 가스가 하도 많이 새어나왔기 때문이지요. 우리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황규병 처장

더욱이 복구 조건도 두 개 호기를 다 세워놓고 복구하면 수월한데 한 개 호기는 운전하고 한 개 호기는 정지해 복구해야 하는 여건이라 어려움이 더 컸다고 한다.
한 개 호기로는 기존 전력수요를 충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기를 복구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3개월밖에 주어지지 않아 3년 동안 거의 매년 복구와 운전을 반복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첫 해외사업이 대내외 관심사로 떠올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습니다. 제대로 성능(출력과 효율)이 나올까 고민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이같이 술회한 황 처장은 “한전의 O&M에 대한 능력을 바탕으로 24시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 해준 국내업체와 혼연일체가 돼 정해진 공기를 제 때 맞출 수 있었다”면서 “말라야 사업 성공으로 논란이 많았던 공기업의 해외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고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굵직한 수익이 창출되면서 다른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근간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한전의 해외사업 성공은 여론을 타고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는 계기가 됐다.
황 처장은 한전이 해외사업으로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과 관련해 건설 및 운영에 관한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고, 공기업이 해외사업을 함으로써 상대국 발주처의 신뢰를 갖게 해준 것이 큰 요인임을 내세웠다.
 

덧붙여 “이제는 한전이 사업을 수주하면 발주한 나라가 우선 안심하고 사업을 맡긴다”고 전했다.
“발전소를 평가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요소는 고장정지와 효율입니다. 한전은 이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고장정지 비율이 낮고 효율이 높게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돌려 계통에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생산 코스트를 낮춰 결과적으로 발주한 국가도 이득이 되는 쌍방이 윈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지요. 거기에 파견자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기업의 사회활동 참여로 인해 현지인과의 우호적 관계는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이러한 여러 장점들이 모여 한전이 해외사업을 전개하는 데 든든한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황 처장은 평소 젊은 직원들에게 해외사업을 꼭 해보라고 권유한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하는 해외사업은 세계적 유수의 기업과 동반 진출하므로 국제 감각의 의식과 매너를 배양할 수 있고 그동안 쌓아온 각자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기 위해 평상시 업무 및 어학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기계발에 매진해야 하겠습니다.”
젊었을 때 기회를 잡아 해외사업에 도전할 것을 추천하는 것도 그 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