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특별 인터뷰"

“남동발전과 한전기공을 민영화한다는 기본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며 민영화에 매달려 ‘헐값 매각’은 결단코 하지 않을 것이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이 19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초 실세 장관으로 관심을 모았던 정 장관은 실무경제에서 익힌 경험과 정치 관록에 바탕한 합리적 일처리로 산자부를 무난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장관이 산자부 입성 이후 경제계에 던진 화두가 ‘질 좋은 성장’이다. 경제주체들끼리의 상생협력을 통해 많은 중견기업들이 허리를 튼실하게 받치는 항아리형 산업구조를 실현해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정 장관이 말하는‘질 좋은 성장’의 본질이다.

'질좋은 성장론‘이나 ’항아리론‘은 정치입문 전 18년 동안의 기업 근무 경험과 의정활동 기간에 보고 느꼈던 철학을 녹인 것이라 실천적 모습을 띄고 있다.

취임 후 정 장관에게 주어진 대내외 여건은 녹록치 않다. 국제유가가고공 행진을 거듭하며 3차 오일 쇼크에 대한 불안심리를 고조시키고 있다.환률급락과 원자재값 급등은 기업들의 채산성과 의욕을 꺾고 있다.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산자부 장관직을 맡아 바뿐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 장관을 만났다.

■ 대담 김홍섭 편집국장

“ 에너지 효율을 높이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습니다. 신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정 장관은 정치인 답게 자신의 소견을 막힘없이 피력했다.

“어떻게 보면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지금이 에너지 절약을 하나의 문화로써 뿌리내리고 정착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경제와 소비 활성화와도 상호 연계성을 따져야 하지만 에너지 절약의 가치는 소중한 것 입니다”

“일과성 정책은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정 장관은 “자동차 5부제나 10부제는 공공부문에 권장해야 하겠지만 전 국민을 강재할 경우 실익이 그리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자칫 자동차를 생계수단으로하는 계층에게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원외교 노력의 결과로 현 위기를 넘기는 것은 불행중 다행이지만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은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정 장관은 유가가 안정기조로 가더라도 에너지절약 시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IMF이후 공급 설비 투자가 주춤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원외교를 열심히 해서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취임이후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대륙권을 넘나들며 자원외고 다변화를 이끌어 냈다. 최근 베네수엘라 등 남미 좌파정부 출범이후 에너지 자원산업의 국유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자원개발 확보경쟁도 가열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장관은 자원정책을 기존‘안정적 에너지 도입’위주에서 ‘적극적인 해외 자원 개발’ 중심으로 전환하고 대외 협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확보한 해외 유전의 총 매장량은 110억배럴에 달한다. 이는 참여정부 초기 50억배럴보다 2배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앞으로 정부는 이라크, 이란, 러시아, 아프리카 등 자원부국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자원 외교 중점 추진지역을 다양화해나갈 계획입니다. 자원개발과 에너지 인프라사업과 동반 진출에 나서 석유 가스 자주개발 비율을 18%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정 장관이 추구하는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고유가 충격이 경제에 큰 무리없이 흡수될 수 있도록 정책노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자원확보 못지않게 수요측의 에너지효율 개선으로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구조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미 선진국들은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냐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장기목표를 세워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에너지빈국이라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도 중요하지만 에너지효율 정책도 같은 비중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환경경제시대의 도래는 더욱 수요측의 정책비중을 강조하게 될 것입니다”

“네트워크 망 산업은 특수한 분야입니다. 타 산업보다 효율성과 공공성의 덕목이 중시되는 사업입니다”

정 장관은 “IMF라는 특수 상황에서 성안된 구조개편법이 긍정적인 성과만 나타나도록 큰 흐름을 이끌겠다”고 피력했다.

가스공사의 문제는 양질의 가스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국가적 차원에서 낭비가 없겠느냐에 포인트를 갖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가스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에서는 가스공사의 도입 도매부문을 나눠 민영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참여정부 출범 후 가스공사의 현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정 장관은 “앞으로 민영화법을 바꿔 가스공사를 민영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경쟁을 통한 기업체질 강화와 경영 효율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남동발전과 한전기공은 경영권 매각과 증시상장을 통해 민영화한다는 기본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민영화에 매달려 ‘헐값 매각’은 결단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했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말 예상 공모가가 장부가격의 54%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장 시장에 내놓으면 매각손실이 약 2천760억원 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가치를 높여 제값을 받고 매각하면 모르지만 민영화에 급급해 헐값으로 파는 일은 없을 것 입니다”
예상 공모가가 장부가격에 도달할 때 증시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게 정 장관의 확고한 의지다.산자부는 현재 남동발전의 비용을 줄이고 설비개조를 통한 수익성 제고방안을 강구중이다.

산자부는 지난해 한전기공이 3년간 신증설되는 발전소 정비를 독점 수행하도록 여건을 마련, 한전기공의 예상공모가를 장부가격의 91% 수준까지 높였다.
올 하반기에는 한전기공의 증시 평가액이 장부가격 수준(11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산자부는 증시상장을 위한 제반 절차를 점검중이다.

정 장관은 제주 연계선 변환설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한데다 내연 발전기의 시스템 오류가 일어나 발생한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

“제주지역의 전력 문제를 푸는 장기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해저케이블 보강과 내연 발전소 건설을 별개로 추진하는 것보다 두가지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제주도민의 의사를 물어 최종 결론을 내겠습니다”

정 장관은 산자부가 명실상부하게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부처로 탈바꿈하기 위해  보다 신속하게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산자부는 인원 증원없이 8본부 10관 61팀 체제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마련하고 부처간 협의를 진행중이다. 산자부는 조직개편이 단행되면 업무 권한이 대폭 하부로 위임되고 간부들은 일상업무에서 벗어나 정책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을 하다가 실수해 접시를 깨뜨린 경우에는 용서할 수 있지만 일을 하지 않아서 접시에 먼지가 쌓이게 하는 것은 결코 용서될 수 없습니다”

정 장관은 “일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는 책임지겠다”면서 “무사안일과 대충주의는 용납이 안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과거 공직사회가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적극성을 띄고 현위치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보여주는 조직문화로 바꿔 나가야 합니다”

“공직자는 문제를 미리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 요구된다”는 정 장관은 “일이 터지고 나서 처리하는 것은 소방수가 하는 일이다”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정 장관은 산자부가 지금까지의 성과와 기반을 토대로 정책과 혁신을 연계해 국민이 혁신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 장관은 “힘 쎈 장관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힘있게 일한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전력경제신문이 산자부의 정책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리=조영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