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섭 총괄팀장 프로필 △ 1993년  한국전력공사 입사 △ 1993년  한전 월성원자력 근무 △ 2001년  자재처 근무(보조기기 구매, 자재처 기획 담당 차장) △ 2004년  감사실 근무 △ 2011년  구매사업단 근무(발전자재팀장, 원가조사팀장) △ 2014년  경영혁신실 근무

경영위기의 어두운 터널에 들어 선 공기업들이 타개책으로 의례히 꺼내드는 ‘카드’가 ‘혁신’이다. ‘혁신’이라는 낱말이 너무 자주 등장하고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여겨지다 보니 ‘의미 퇴색’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한 ‘혁신의 이미지’도 한수원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 ‘결과의 값’과 ‘과정의 치열함’은 사뭇 달라진다. 연이은 비리, 계속되는 가동원전 중지 탓으로 국민의 신뢰가 급전직하한 당시의 총체적 위기 상황은 ‘원자력 르네상스’를 꿈꾸던 한수원에게는 회복 불가능해 보였었다. 하지만 한수원은 임직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쳐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전기를 마련하고 안정을 찾는 뚝심을 발휘했다.

위기 탈출의 열쇠를 ‘혁신’으로 규정하고 그 중심에는 지난한 고통이 수반되는 ‘혁신’이 자리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로 여겨지는 이유이다.

한수원은 올 들어도 경영혁신의 방향을 ‘신뢰받는 한수원’, ‘미래를 준비하는 한수원’, ‘국민과 함께하는 한수원’으로 정하고 ‘혁신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안전’이 곧 ‘효율’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한수원의 ‘혁신 강도’는 여전히 높다. ‘혁신’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인물이 궁금해지는 것도 이 지점이다. 김병섭 한수원 경영혁신실 총괄팀장을 만나 ‘혁신’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성과와 계획을 들어 봤다.

▲한수원의 경영혁신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팀을 맡은 소감과 각오를 밝혀 주십시오. 
=한수원의 경영혁신업무를 총괄하는 팀장으로서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신뢰받는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경영혁신실은 회사의 경영혁신업무를 종합관리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조직입니다. 변화와 혁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요인을 발굴·개선하는 혁신체계를 구축하고, 전사적인 혁신 공감대 확산과 내부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혁신과제의 철저한 이행을 통해 가시적인 혁신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마음에 새기고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 먼저, 그동안 한수원이 추진한 경영혁신의 골자를 살펴보지요.
=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12년 원전 납품비리와 2013년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원전에 대한 국민신뢰가 급락하는 등 원전사업은 큰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원전산업계의 비리방지와 원전 안전운영을 위해 120개 혁신대책 과제를 선정했고 현재 대다수 과제를 이행했습니다. 특히 조직, 인사, 문화 3대 혁신을 기치로 CEO의 현장경영 등을 통해 혁신분위기를 확산하는 한편, 조직 내부의 불건전 관행을 개선하고 긍정적 마인드를 높이는 등 조직문화 개선에도 노력했습니다.

▲ 한수원은 전방위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요성과를 소개해 주시지요.
= 지금까지 전사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한 결과, 원전 운영실적, 청렴도 지수, 재무상태 등 각종 경영지표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원자력지지도와 기업호감도가 반등했고 내부 구성원의 조직문화 만족도 상승을 이끌었다고 평가합니다.

주요 경영지표 개선내용을 살펴보면, 이용률의 경우 2012년 82.27%, 2013년 75.47%이던 것을 지난 해 84.99%로 끌어 올렸습니다. 고장 정지 건수도 9건(2012년)→6건(2013년)→5건(2014년)으로 줄었습니다. 5등급에 머물렀던 권익위 청렴도 평가에서도 3등급을 받았습니다. 2013년 마이너스를 기록(-1,883억원)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 해 1조 5,000억원(추정치)을 기록했고 부채비율도 128%(추정치)로 감소했습니다.

▲ 올해 추진하는 경영혁신이 지금까지 추진한 혁신의 방향과 어떤 점이 다른지요?
= 지금까지의 경영혁신은 원전사업의 위기극복과 국민의 신뢰회복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올해는 한수원이 ‘신뢰받는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체제를 정비·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경영혁신의 핵심가치인 대내외 ‘소통’ 활성화, ‘긍정’의 조직문화 조성, ‘도약’을 위한 선진경영체계 구축을 실천할 계획입니다.

▲ 한수원의 원천적인 의무는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혁신은 어디에 초점이 맞춰져 있나요?
= 지금 한수원은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하는 원전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 최우선 원전 운영에 초점을 맞춰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후쿠시마 후속대책 56건의 과제(정부과제 46건, 자체과제 10건)를 완료하고, 완벽한 사이버 보안 및 물리적 방호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원전을 구현하고자 합니다.

▲ 선진경영모델을 개발 중이시죠? 모델 개발을 추진하는 배경, 그리고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요?
= 국내원전의 다수호기 동시운전에 적합한 업무수행체계의 질적 변화가 요구되고 해외진출 등 제반여건을 고려해 통합경영관리모델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원자력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외 선진사례 등의 장점을 살린 한수원 고유의 모델 개발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외부 컨설팅기관과 함께 모델 개발을 시작해 금년 상반기 중에 모델의 전반적인 체계를 완성할 계획입니다.

▲향후 원전 기자재 시장규모가 총 60여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련 기업이 줄어 적기 자재 조달에 어려움이 상존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풀어나가실 계획인지요?
=최근 원전 기자재 공급자 감소로 자재의 적기조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한수원형 SCM체계 구축과 적정 구매가격 산정체계 확립이 완료될 경우, 건전한 원전 생태계가 조성돼 안정적인 원전 자재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조석 사장은 현장 안전점검을 직접 챙기시는 행보를 계속해 왔습니다. 현장경영 내용과 특이사항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지요.
= CEO께서는 작년부터 자발적인 혁신 분위기를 확산하고 회사 현안이나 정책방향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한편, 현장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CEO 현장경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사장님께서 총 29 차례, 전국 28개 사업소를 방문(누적거리 20,000㎞)해 현안해결과 고충처리, 혁신 분위기 확산, 긍정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현장경영 때는 혁신토론·감성 특강·직원 간담회를 갖고 현장시설을 일일이 확인·점검함으로써 현안사안을 해결하고 장애요인을 해소하셨습니다.

이와 더불어 SNS·e-mail(개별)· 동호회·도서 간식 전달 등 먼저 다가서는 소통을 펼쳤습니다. 올해도 위기의식 공유를 통한 일체감 조성과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위기 형성에 중점을 두고 현장점검·회사 현안 공유·현장직원과의 대화 등 ‘CEO 현장경영’이 지속적으로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