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배덕자(背德者:L'immoraliste)》와 작자 지드를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각각 기술하고 있다.
「프랑스의 지드(A.Gide)의 장편소설. 20세기의 불안 문학(不安文學)의 선구가 된 작품으로, 학문밖에는 몰랐던 청년 고고학자 미셸이 폐결핵을 않고 난 뒤 생(生)의 환희를 알게 되고, 과거의 도덕에 반하는 관능적 생활에 빠진다는 내용임. 1902년 발표됨」

「앙드레 지드(Andre Gide)는 프랑스의 소설가·비평가(1869~1951). 소년시대에 받은 엄격한 신교(新敎)교육과 인간성의 자유를 구하는 마음의 갈등에 괴로워하면서, 그와 같은 혼(魂)의 불안을 깊은 분석, 대담한 기법, 엄밀한 형식으로 묘사하여 심리소설을 계획함. ‘엔에르에프지(NRF誌)’의 지도자의 한사람 임. 주요작품으로 ‘좁은 문’, ‘사전(私錢)꾼’ 등이 있음. 1947년 노벨문학상을 받음」

배덕(背德)은 ‘도덕에 어그러지는 것’이고, 배도(背道)는 ‘도리에 어그러지는 것’이다. 또 배신(背信)은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신의(信義)를 저버리는 행위를 배신행위(背信行爲)라 하는데, 법률에서는 전쟁에서 진실을 알릴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전을 유리(有利)하게 하기 위하여 적을 오류(誤謬)에 빠지게 하는 허위의 행위를 말한다. 전시 국제법상 위법으로, 적십자기(赤十字旗)의 부정사용, 항복의 위장(僞裝)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배반(背反·背叛)은 등지고 저버리는 것으로, 구역(遘逆)과 같은 뜻이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담배에 대한 폐해에 대하여 논란이 많아 왔다.. 담배소송 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1954년 첫 소송이 제기된 이후 물경 40년간이나 계속해서 담배회사가 승소해 왔다. 그동안 소송에서 담배회사를 이기지 못하다가 1994년에 와서 드디어 반전하기 시작했다.

1994년 4월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빅터 드노블 박사는 의회에 나와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1980년대 초 필립모리스는 일련의 동물 실험을 통해서 니코틴(nicotine)의 중독성을 확인했으며,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려던 자신을 제지하고 그리고 해고했다.” 그 후 한 달쯤 지나서 담배회사 브라운 앤드 월리엄슨(BW)을 대리하는 로펌에서 한 비서가 BW의 비밀문서를 유출했다.

1만 쪽이 넘는 방대한 BW 내부문건을 복사해서 캘리포니아 주립대(UCSF)의 스탠톤 글란츠 교수에게 넘겼다. 당시 간접흡연의 피해를 연구해 온 글란츠 교수는 금연운동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는 유출된 문건을 즉시 되돌려 달라는 BW의 소송을 일축했다. 그리고는 오히려 한 수 더떠 ‘담배문건 도서관’을 설립하였다.

여기에 비치되어 있는 문건들은 담배회사들이 1660년대부터 담배의 해악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서도 숨겨온 사실이 낱낱이 기록돼 있었다. 즉 담배의 본질은 니코틴 중독이고, 중독성을 유지하기 위해 니코틴 함량을 철저히 조절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과 여성을 대상으로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마케팅을 펼쳐왔음을 명백하게 밝히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

그 후로도 담배회사에 대항하여 폭로는 계속되었다. BW에서 해고된 전직 기술담당 임원인 제프리 위간드 박사의 생생한 증언이 1996년 월스트리트 저널(WST)과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여실히 공개되었다. 그는 결국 회사의 비밀을 절대로 누설하지 않겠다는 애초의 계약을 파기해서 피소되는 극한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담배의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발암성 화학물질을 첨가했다는 사실을 토로했다.

1998년 미국 46개 주 정부가 4개 담배회사로부터 200조원이 훨씬 넘는 어마어마한 배상을 이끌어낸 것은 결코 쉽고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그 배경에는 이와 같은 다양한 사람들의 희생적인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전의 소송과는 달리 정부가 원고로 나섰다고 해서 쉽게 얻어진 결과는 결코 아니었다. 자본력은 물론이고 정치적인 뒷심을 고루 갖춘 담배회사에 맞서 상대해내기가 그만큼 어렵고 힘겹다는 뜻이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 주도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 체결된 것도 사실은 각국 정부조차도 힘이 달려 담배규제가 쉽지 않아 결국에는 국제적인 공조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FCTC 초안을 작성한 미국 조지타운 로스쿨 앨리 테일러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담배회사들은 흡연의 폐해와 해악을 밝힌 연구나 그 어떤 시도를 반박하는 자료를 내도록 연구단체나 연구원들을 뒤에서 음성적으로 지원한다. 기호품을 이용하고 흡연 할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 뒤에는 대부분 담배회사가 도사리고 있다.

대개는 화학·기술적으로 또는 법리나 절차 문제를 내세워 최대한으로 시간을 끌어가면서 상대를 지치도록 흔들어 대는 것이다. 결국 상대방은 지연되는 시간과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나가떨어지게 만든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공단도 정부의 반대나 신중론을 뿌리치고 담배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미 각국에서, 특히 미국의 실례에서 보아왔듯이 결코 쉽지 않고 아마도 또 하나의 길고 험난한 투쟁이 될 것이다. ‘정부기관도 별 수 없이 지고 마는구나.’라는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면 경영진의 굳건한 결의와 준비가 있어야 함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반드시 내응(內應)이나 협조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현직에 있는 사람이면 더 좋고 과거에 담배제조회사에 근무했던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whistleblower(비난자, 밀고자, 내부고발자) 또는 turncoat(변절자, 배반자)라고 하여 양심적인 증언이나 폭로증언에 예의를 갖춰 대우를 해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아마도 동양적인 정서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사회 풍조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이 문제가 잘 풀리려면 뜻이 있는 사람들의 양심선언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외적(外的)인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자기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소위 자유권의 하나인 ‘양심(良心)의 자유(自由)’를 우리는 흔쾌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우리나라의 제조물책임(PL)법이 2002년 7월 1일자로 공포되어 지금까지 시행되어오고 있다. 10년 넘게 시행되어 오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부작용도 있었다. 이제 충분히 보완해서 우리 실정에 맞게 다듬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목하 국회에서도 개정검토가 거의 끝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양심수 선언과 같은 미국에서와 같이 whistleblower/turneoat의 증언을 ‘배신자’라는 낙인 없이 흔쾌히 인정하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개정작업에서 이러한 양심선언과 같은 자유를 공공연하게 받아 줄 수 있는 분위기와 충분한 여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