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철 서부발전 관리본부장 인터뷰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
정영철 서부발전 관리본부장(전무)이 취임한 지도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났다.
정 전무는 “맞닥뜨린 굵직굵직한 난제를 숨 가쁘게 해쳐나가다 보니 어떻게 시간이 흘러 갔는 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시점에 전무로 취임한 그는 산적한 현안을 풀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출발했다.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개선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라는 ‘지상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난제였다.

“부채 감축의 핵심은 기존사업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국내외에서 벌여놓은 사업을 조정하고 연장하고 매각해야 합니다. 더불어 경비절감에도 나서야 합니다. 자칫 잘못 추진하다가는 사업이 좌초되는 부작용이 초래 될 수 있습니다. 복지 문제도 노동조합과 부딪히는 사안입니다.”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며 추진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승진이라는 기쁨도 잠시, 곧바로 개혁의 핵심인 경영정상화라는 현안해결에 전력투구했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사회통념에 부합하도록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해소 대책을 세워 전사적으로 추진했다.

취임 전부터 당면한 현안 해결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기대에 걸맞게 난제의 실타래를 뚝심있게 풀어나가며 진가를 발휘했다.
각고의 노력은 지난 해 10월 중간평가 결과 38개 중점관리대상 기관 가운데 우수기관 달성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조기에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부채관리중점기관 최초로 방만경영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지난 해 정부의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서부발전의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같은 성과를 낸 원동력으로 전력계 안팎에서는 "그가 업무추진 능력도 탁월하지만, 내부 출신으로 관리처장, 미래사업실장, 자재처장을 거치면서 사업추진 배경이나 추이를 꿰고 있어 빠른 대응이 가능했고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부채비율 낮추고 방만경영 꼬리표 떼고 서부호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부채감축과 관련해 서부발전은 2017년까지 부채 예상 규모인 7조 7,000억원 부채를 6조 2,000억원으로 줄이는 대책을 마련했다. 사실 자산의 헐값 매각 등 부채감축을 위한 자구노력이 자칫 회사의 미래성장동력에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란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사업조정, 자산매각, 경영효율화 등 재무건전성을 강화해 나가며 부채감축 목표를 앞당겨 달성해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시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체 건설을 계획했던 신평택발전을 SPC로 전환해 우량 투자자를 유치하고, 동두천 드림파워 지분 일부를 당초 투자금액 이상으로 매각하는 등 협상력을 발휘해 당초 목표치로 정한 6,114억원보다 많은 7,744억원 부채를 감축, 125%를 초과달성했다.

그는 지난 해 7월 노조의 저항에 부딪쳐 지지부진하던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의 물꼬를 튼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공공기관 노사는 ‘경영평가성과급의 평균임금 제외’ 안건을 놓고 첨예하게 갈등을 빚었다.

직원 1인당 약 3,000만원 상당의 금전손실이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어 노동조합이 극렬 반대에 나선 것이다.
이 문제만은 개선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여겨 포기하는 공공기관이 속출했다.
정부의 개선의지는 단호했지만 이곳 저곳에서 협상이 번번이 실패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서부발전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는 우선 여러 개로 분산되어 있는 노사간 협의체를 하나로 통합해 집중도를 높이고, 직원들에게는 정상화 이행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나갔다. 특히, CEO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2박 3일간 밤샘협상을 통해 노사간에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었고 닫힌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여기에 그는 협상(안)으로 개발한 ‘경평성과급 DC제도’를 제안하고 노조를 지속적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했다. 이 제도는 1인당 퇴직금 감소액을 DC전환효과로 상쇄하면서도 동시에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도 부합하는 협상(안)이었다.

협상시한 마지막 날 저녁 노조위원장과 독대한 그는 “정부의 의지가 단호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 있다. 이 제도는 손해를 보지 않는 안이다”며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보자”고 설득해 노조의 통 큰 결단을 이끌어 냈다.

서부발전의 개선사례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창의적 협상의 대표적 케이스로 선정됐고 발전사로는 유일하게 기재부 공기업 정상화 워크숍에서 우수사례로 발표돼 타 기관 정상화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확산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후 서부발전의 노사 합의소식은 순식간에 타 기관에 전파되면서 소강상태에 머물러 있던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에 가속도가 붙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수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그 해 서부발전 직원들은 인센티브를 받았다.
경영혁신 노력이 직원에게 인센티브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는 “경영정상화는 비단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측면 뿐 아니라, 내실을 다져 서부발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계기였다”며 “성공적으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관리본부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기회가 주어져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곧 발표할 종합평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부발전은 발전회사를 평가하는 바로미터인 고장정지율에서 발전사 최저수준인 0.083%를 기록, 기대감을 키운다.
“발전회사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2014년 초 ‘고장정지율 역대 최저 달성’이란 최우선 과제를 수립해 비상경영회의를 통해 선포한 이후 발전운영, 재난안전분야에 인력과 예산을 추가 배정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준비과정을 설명했다.

2014년 정부 경영평가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013년도의 저조한 평가이후 전 직원이 합심해 공기업 경영정상화 중간평가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이끌어 낸 만큼 이 저력이 종합평가의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성공적인 본사이전 상생의 길을 찾다
그는 태안 본사시대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것도 현안과제로 뽑았다.
신사옥이 6월 준공될 예정이고 8월까지는 본사 이전을 마칠 계획이라며 사전준비 과정이 순조롭다고 했다.

사실 전력그룹사 중 유일하게 군(郡)단위로 본사를 이전하게 돼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고려하고 풀어야 할 사안이 많아 다른 발전회사보다 일찍 본사 이전 분야별 TF팀을 가동해 왔다. 2013년 10월 태안군과 공동으로 ‘본사이전에 따른 상생협력 방안 컨설팅’을 시행해 상생발전전략을 구축했다.

그는 “태안군과 상생협력 과제를 선정해 매주 한 차례 ‘상생협력 실무자 협의’를 열고 추진상황을 점검·보완해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자칫 준공시기가 늦춰질 뻔한 상황이 발생했으나 태안군과 협력해 해소했다”고 소개했다.

직원들의 이주 불안감 해소와 지역 경제활성화 등 이전에 따른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대열에는 노동조합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노사정 운영과 협력은 타 발전회사와 차별화를 이루는 대목이다.
그는 “그동안 많은 준비를 했지만 빠지거나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다시 확인하고 점검해 이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전 후에도 태안군과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국가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사회 행복공동체 창조로 서부발전만의 성공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라.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정통 ‘재무통’ 답게 매사 빈틈없는 업무 스타일로 완벽을 추구하지만 막힘이 없고 호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무 밖에서는 직원들과 격의없이 담소를 나누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는 1984년 한전 입사 이후 직원과 과장시절을 재무분야, 특히 국제금융파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부발전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첫 재무팀장에 기용됐다.

이어 기획팀장과 연료팀장을 거쳐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미래사업실장, 경영관리처장, 자재처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는 전문 분야 식견과 타고 난 승부사 기질로 최초의 기록을 많이 세웠다.
그가 세운 성과물은 분사이후 발전회사가 자리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재무팀장 재직 당시, 자체적으로 자금조달 능력이 없는 발전회사가 국가와 동일한 최우량 신용등급을 획득, 직접금융의 새로운 이정표를 열었다.
스왑을 통해 국내 원화 차입보다 낮은 금리로 유로본드 1.5억 불을 발행한 것도 발전회사 최초의 기록이다.

특히 산업은행과 단판을 벌여 고금리 채권에 허덕이던 발전회사의 재무판도를 바꾼 것도 그다.
일부 금리를 인하하고 조기상환하는 ‘카드’를 제시, 금융비용 170억 원을 절감한 것이다.
이는 타 발전사에도 전파돼 전력그룹사 재무 부담을 경감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서부인상 1호의 영예를 안았다.
리먼 사태가 터져 서부발전이 고가탄 구매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는 문제해결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연료팀장을 맡은 그는 계약자와 ‘배포 큰 협상’을 통해 일부는 단가를 인하하고 일부는 계약을 취소하는 결과물을 도출, 경영난의 숨통을 트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계약에서는 인덱스계약을 도입하는 등 헷지효과로 위험을 경감했다.

그는 “나름대로 자부할 수 있는 경력과 성과들을 이뤄 낼 수 있었던 것은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라. 최선을 다하라’라는 인생의 좌우명에 충실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또한 “살다 보면 자신의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조직 속에서 직업인으로 살아갈 때, 남들이 기피하는 업무도 많이 맡게 된다”고 언급한 후 “그러한 경우에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한다면 남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자신에게도 뿌듯한 성취들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제 그는 꿈과 희망의 미래를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간 한수원 사태 등 부조리 사건들로 인해 발전회사의 명예가 실추되고, 방만경영 개선에 따른 복지축소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진단하고 “지난해 11월 선포된 ‘희망의 Vision 2025’를 통해 제시한 것처럼 앞으로 서부의 미래성장을 위한 든든한 토대를 쌓아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데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실안주의 이미지가 뭍어 나는 기존 관리본부의 명칭도 기획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미래를 지향하는 의지를 담아 낼 계획임도 시사했다.
회사경영의 주체는 사람이고 훌륭한 제도와 시스템을 갖춰도 사람이 경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확고한 견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경영이 핵심이며 기업 성공과 실패는 기업에 소속된 구성원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낼 수 있는 가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철학을 반영하듯 그가 추구하는 경영의 키워드는 전문성, 소통능력, 균형감각을 갖춘 청렴한 인재를 키우고 그들의 열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는 “‘도전과 창조, 글로벌 서부’라는 CEO의 경영방침을 구현할 수 있도록 CEO를 보필하고 구성원들과 합심해 앞서가는 서부, 최고의 서부발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 ‘서부호’의 든든한 조타수로서 모든 역량을 발휘하도록 노력을 경주하겠다. 무엇보다도 우리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서부인의 한 명으로 남을 수 있도록 인생 선배로서 꿈을 공유해 함께 성장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