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선 한전산업개발 대표이사

한전산업개발에게 올해는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오랜 숙원이자 도전 목표이던 발전소 핵심 정비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료공급·탈황처리와 관련된 업무에 머물던 사업영역이 터빈과 보일러 정비까지 영역을 넓히는 ‘큰 산’을 넘어선 것이다. 

“직원 모두가 줄기차게 염원해왔던 주설비 정비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제 사다리를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이를 잘 다듬어서 키워나가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이삼선 한전산업개발 대표이사가 밝힌 소감은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장본인답지 않게 의외로 차분했다.

하지만 정확한 수주 날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꺼내 든 다이어리 수첩이 ‘쾌거의 기쁨’을 대신 표현했다. 입찰에 성공한 날인 10월 6일 자 다이어리에는 ‘축 GS동해전력 북평화력 2호기 낙찰. 드디어 해내다’라고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의 염원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증빙한다.
입찰 결과가 발표되는 날은 노조 중앙위원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낭보가 전해지면서 번개팅이 이뤄져 노조 간부들이 그를 기마를 태워 함께 축하했다고 한다.

그는 순탄치 않은 여건을 딛고 ‘지성을 다하면 하늘도 답한다’는 지성감천의 신념으로 전력투구한 직원들에게 염원 실현의 공을 돌렸다.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직원들이 큰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전 임직원이 하나된 마음으로 열심히 뛰어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거듭 언급한 그는 “앞으로 남은 1년의 임기동안 한전산업이 명실상부한 ‘친환경 종합 에너지 전문기업’이 되도록 역량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발전 주설비 정비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만큼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 사업을 수임, 그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소비 형태가 새롭게 변화되는 전기에너지 시장의 환경변화에 적극 참여하는 길을 열겠다고 덧붙였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변화와 사회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맥을 짚기 위해 책을 가까이 두고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는 그는 최근에는 ‘3차 산업 혁명’이란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스마트드리드, ESS,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산업 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미래사업 쪽을 향해 떠나는 큰 선박에 승선하는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작아 보이지만 신에너지산업 비중은 커질 것입니다. 지금 승선을 못해 배가 떠나면 우리가 주설비공사 분야에 승선하지 못해 고생했던 전철을 다시 밟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삼선 한전산업개발 대표이사

그가 추구하는 경영의 클 골격 가운데 하나가 노사간 상생하는 모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노사 공동의 생활터전인 회사를 발전시키는데 노사가 따로일 수 없습니다. 회사 발전을 위한 노사의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전통을 만들겠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직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터전을 이뤄나갈 복안도 가지고 있다.
그는 “회사의 힘이 닿는 범위 내에서 복지증진을 위한 노력에 더 관심을 가질 생각이다”며 “이런 성장을 통해 한전산업의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해 말 한전산업 호(號)의 선장으로 취임 후 지난 2년간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쉴 새없이 항해(航海)해온 그를 만나 주설비 정비시장 진출을 이뤄낸 과정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취임하신 지 2년이 돼 간다. 그 간의 주요 성과는?
=취임한 이후 부실한 자회사 문제 등 현안사항을 빨리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다행히 지금은 임직원과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그동안 기업문화혁신, 사람중심경영, 미래사업창출, 핵심역량강화 구축이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한빛본부 원자력 수처리운전 정비, 삼척그린파워 석탄취급설비 운전정비를 연속적으로 수주해 2014년에는 매출액 3,000억원 최초 달성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2015년 10월 GS동해전력을 수주, 주설비 정비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해 본격적인 Total Energy Company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 터빈·보일러 정비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준비했나.
=주설비 정비시장 진입을 위해 2011년 경쟁력강화 TF팀, 2013년 환경변화 대응 TF팀을 꾸려 ‘발전정비산업 경쟁도입 정책’에 맞춰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문제점을 파악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주설비 정비실적 확보를 위해 M&A에도 참여하고, 선제적으로 기술개발 투자비를 확보해 최신 정비장비를 갖춘 정비실습장을 설치했다. 발전정비사와 기술전문원을 양성해 나가는 한편, 경력자를 채용했다.

또한 주설비 정비업체와 기술협약을 통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전문기술을 습득하는 등 주설비 정비사업 진출을 위한 자립기반을 차곡차곡 다져왔다. 이번 북평화력발전소 터빈·보일러 수주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와 전 직원이 한전산업의 미래비전을 제시한 결과물이다. 북평화력발전소 터빈·보일러분야 정비업무 진출은 그동안 준비해온 결과물을 보여줄 차례이며, 완벽한 주설비정비 수행으로 고객만족은 물론 한전산업이 진일보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

▲ 해외발전소 시운전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주요 사업은?
= 2007년 이후 두산중공업 시운전을 시작으로 2008년 인도 소재 석탄발전소 건설 시운전에 처음 참여했다. 이어 칠레, 태국,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터키 등지로 해외 발전시운전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밖에도 인도네시아 Coal Terminal 투자 사업을 비롯해 3개국에 기술인력을 파견하는 등 해외사업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양한 설비의 운전, 정비 경험을 바탕으로 통상적인 시운전 수행은 물론 예상되는 문제점까지 도출해 개선함으로써 설비 안정성을 확보, 고객감동을 구현하고 있다.

▲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영역은.
=주력사업인 발전 O&M사업, 검침사업 이외 분야로의 진출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일례로  2013년도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주한 ‘전력계통시설 유지관리용역’업무를 수주해 운영 중이다. 또한 한국서부발전(주)가 발주한 ‘태안화력발전소 운영요원 등 사택건립 전기공사’를 수주 해 준공했다.

올해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원주~강릉 복선전철 둔내~진부간 전력설비 신설공사’를 공동수급협정을 통해 참여해 수주함으로써 전기시공 분야로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으로의 사업을 확장·모색하고 있으며, 단지 수익만을 위한 사업이 아닌 공익도 함께 고려되는 사업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 국가적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는지?
= KOSHA 18001 과 K-OHSAMS 18001 인증을 취득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모든 발전사업장에서는 회사와 직원이 다같이 참여하는 자율적 무재해운동을 추진해 산업 재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이해하고 접근하기 쉬운 콘텐츠 ‘무심코병 외 5개가지의 콘텐츠’를 개발해 안전교육시 수시로 상영하고 안전지침이 들어있는 별도의 마우스 패드를 제작해 전 직원에 배포했다.

이 콘텐츠는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작업 현장에서 단 한사람도 재해를 당하는 일이 없게끔 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다

◆ 지난 2년간 한전산업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기업은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변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혁신 DNA가 있어야 하며 서로간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사고의 융합을 이뤄내야 한다. 이것이 한전산업의 신 기업문화 ‘변화와 동행’이다. 임기 초부터 기업문화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전산업은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이색 경력을 가진 회사이지만, 회사 내부 분위기는 변화에 상당히 둔감한 편이었다.

이런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전 조직 구성원이 따라야 할 ‘33행동지침’을 제정하고 실천을 강조했다. 지금은 직원들에게 정확한 판단, 거시적 안목, 소통과 배려, 변화에 동참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회사를 새롭게 바꾸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최근 발전회사는 터빈보일러설비 경상정비공사와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에 대해 경쟁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조치가 시장의 혼란뿐만 아니라 회사의 경영환경이 크게 변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 나가실 생각인지?
= 발전회사의 경쟁입찰은 정부의 정책방향과 함께하는 사항이라 생각한다. 말씀하신 우려사항은 한전산업도 직면한 현실적 상황이다. 직원들은 고용불안, 근무지 이동 및 이로 인한 비용지출 증가 등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으며 회사는 성장보다는 생존자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사실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는 국가기간산업으로 발전산업의 중요한 축으로써 조그만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대규모의 숙련된 인력이 24시간 상주해 근무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중요 설비를 대상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 등을 종합 검토해 장기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운전분야 경쟁은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이고 한전산업이 힘들여 길러온 대규모 숙련인력들을 빼가서 수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