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헌철 지질자원연구원 전 센터장

“우리나라는 활성단층 최대 1.5km 정도라 진도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지헌철 지질자원연구원 전 지진연구센터장은 원자력산업회의가 29일 쉐라톤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주최한 제187차 원자력계 조찬강연회에서 ‘한반도 지질학적 환경과 경주 지진의 의미’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지 전 센터장은 “한반도에서 활성단층대의 경우 진도 5의 지진이 발생하면 1~2km, 6은 5~10km, 7은 수십km, 8은 300km, 9는 수백km에 걸쳐 피해가 발생하고 지각에 영향이 미친다”면서 “한반도에서 확인된 활성단층은 현재 10여개 확인됐고, 최대길이가 1.5km라 한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진도는 6.5가 최대치”라고 말했다.

또한 “규모 6.5의 피해반경은 30km이르며 200여명 이상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주지진과 관련해 지 전 센터장은 “원전은 응답스펙트럼에 의해 주파수별로 구조물을 짓고 있다”며 “응답스펙스럼을 넘어서는 설비들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안전성 강화 차원에서 보강이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진동의 지속 시간에 따라 피해 정도는 큰 차이가 있다. 보통 주파수가 높으면 지속 시간이 짧아 주로 저층 건물에 피해가 간다. 반면 주파수가 낮으면 같은 파동이라도 지속 시간이 길어져 고층 건물에 큰 피해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지 전 센터장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3~4의 지진을 분석해보니 주로 고주파가 많았고, 이번에 발생한 규모 5 이상의 지진도 마찬가지였다”며 “학교나 빌라 등 1~4층 사이의 저층 건물이 지진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원전 건물과 원자로 등 장치설비는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보완한다면 이들 설비가 아니라 고주파에 약한 시스템 설비”라고 했다.

원자로 등 주기기와 원자로 건물 등은 충분한 내진률을 갖고 있지만 배관 패널 콘트롤박스 등은 고주파에 영향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원전을 지은 후 보강하는 것은 복잡하고 비용도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사전 설계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안전성도 확보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응력 패러다임에 변화가 생겼다”면서 “양쪽에서 밀던 압축에서 양쪽으로 당기는 식의 인장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 세계의 지각판이 계속 움직이고 있어 2000만년 후엔 일본이 한반도에 붙고 1억년 후에는 태평양판이 없어지고 대서양만 남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도 역시 지각이 움직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진도가 높은 지진의 발생 가능성은 줄여준다”고 했다.

또 그는 “지진에 더 큰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저층 구조물”이라며 “상대적으로 초고층 건축물은 지진에 강하다”고 했다.

한편, 내년부터 추진될 활성단층 조사·연구와 지도 작성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활성단층을 파악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개발 과정에서 대부분의 단층 흔적이 대부분 사라졌다”면서 조사·연구와 진도지도 작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헌철 전 센터장은 서울대 자원공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자연에 들어와 지질연구센터장은 세 차례나 지낸 지진 전문가다.

또 그는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부지구조분과위원과 한국지진공학회 부회장을 맡으며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에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