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현 한국표준협회 회장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투명한 시스템을 통해 공정한 사회를 조성해야 합니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신년 화두로 ‘투명경영’을 제시하며 “투명하고 부패없는 사회가 정착되도록 협회의 역량을 결집시켜 나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 해 10월 국제표준화기구가 반부패경영시스템 ISO37001을 제정·공포했지만 어수선한 국내 사정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다”면서 “수출기업의 경우 이를 준수하지 않고 외면하면 불이익을 받거나 경쟁력이 떨어져 국제시장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반부패에 대한 국제 투명성기구의 감시가 갈수록 심해져 이제 특정권력자에게 뇌물을 주고 후진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은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투명경영’이 ‘지속가능’한 미래의 필수조건이라는 게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경제·환경·사회 세 가지 축이 동시에 만족돼야 합니다. 경제는 늘 발전해야 하고, 사회는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되며, 구성원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유지해야 하며, 환경은 현재보다 더 발전된 방향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는 “표준협회도 곧 국내 최초로 기관 및 기업에 반부패경영시스템을 도입해 나갈 계획”이라며 “선진시스템 도입을 통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협회가 리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대적인 화두인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천재적인 학습’과 마음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파도는 폭 넓게, 폭 깊게, 생각보다 빠르고 거세게 전 영역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밀어 닥치고 있습니다. 그것도 시스템적으로 다가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하지 못하면 청년 일자리도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기존의 생존방식과 사고, 관행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창의적인 인재 양성과 창조적인 일에 나서야 한다”며 “기업경영자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치열하게 부딪혀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덧붙여 “기업의 돌파구를 현재 있는 곳에서만 찾지 말고 경쟁력 있는 공간에서 찾아나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비즈니스 환경이 급격하게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시스템도 기술과 기술, 기술과 경영, 또 다른 경영과 경영이 융합하는 체제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잘 대비하고 갖춰나가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소홀히 하거나 무지한 경영자들이 의외로 많아 안타깝습니다.”

그는 “글로벌 기술과 표준화 동향을 잘 읽어내면 그 속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보이고 일자리도 찾아 질 것”이라며 글로벌 표준에 대한 기업의 인식전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네 나라만 보더라도 국제표준에 대응하는 전략과 접근방법이 조금씩 다른 데 우리나라는 그런 ‘색깔’이 안 보인다”고 평가한 그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 현재까지 잘해 왔던 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환경에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환기를 맞은 우리나라가 차제에 국가 체제를 모두 리셋(reset)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새롭게 비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표준에 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백수현 표준협회장을 만나 신년 계획을 들었다.

▲표준협회를 이끄시는 경영의 핵심은 무엇인지
=먼저, 융합적인 사업 전개를 통해 표준과 품질분야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 기존 특정 부처 중심의 활동을 뛰어넘어 표준을 선도하고, 품질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고 고도화해 범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협력적 네트워크를 확대하려 한다. 또한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 서비스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서비스 산업 리딩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

둘째, 시대적 트렌드에 맞춰 신규산업을 발굴해 사업영역 확대와 함께 고객을 다각화하겠다. 최근 산업간 융복합을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새롭게 신설한 본부별 R&D부서를 통해 신사업 개발과 글로벌 사업 기반을 구축함은 물론 미래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시키는데 집중하고, 기존 산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도 노력하겠다.

셋째, 저성장기 시대, 어려운 경영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경영 내실화를 통한 선진 경영체계를 공고히 하겠다. 협회는 사업 분야별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KPI(핵심성과지표) 도입을 통해 성과 중심의 책임경영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전문성과 협업에 기반한 책임경영과 고객만족경영을 통해 주도적으로 표준과 품질 분야의 새로운 거버넌스를 확보하는데 더욱 노력할 것이다.

▲ 취임이후 표준에 관한한 우리나라의 총 본산이라고 할 협회를 크게 변화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표준에 관한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협회가 어떻게 자리매김하도록 공을 들였는지?
=취임 후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미래전략연구소를 신설하고 사업간 시너지를 위해 본부를 통합하고 교육부문을 조정했다. 또한 임직원의 역량강화를 위해 전문성 강화 등 인재육성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2015년 협회 최초로 매출 1,000억원 돌파와 함께 기존에 있던 부채 전액을 상환했다. 이는 협회가 전파하는 ‘표준화 및 품질경영’이 더 이상 하나의 구호가 아닌 우리 삶 그 자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더불어 우리 조직 내부에서부터의 실천이 필수적이며 과감히 관행을 타파하고,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을 통해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기존 교류가 많지 않았던 분야별 전문기관과 공공기관, 대학 그리고 중국표준화협회와 같은 국제기관까지 40여개가 넘는 기관과 이미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협력체계를 갖췄다.

▲ 협회를 바라보는 국내외 위상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외 위상변화를 자평하신다면...
=한국표준협회는 1962년 설립돼 5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표준 품질 분야 대표기관이다. 서울 본부를 비롯해 전국에 12개 지역본부가 있고, 직원은 3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협회 회원사 수는 5,000개사에 이른다. 표준, 품질, 인증, 교육의 업무 포트폴리오를 통해 전국의 산업현장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명실상부한 지식서비스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15년에는 처음으로 ISO서울 총회를 개최해 160여 개 국가에서 온 1,000여 명의 표준화대표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ISO는 모든 전기통신분야에 적용하는 표준을 조정하는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모든 전기, 전자 기술과 관련된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발간하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와 함께 세계 3대 표준화기구로, 2014년과 2015년 부산에서 ITU총회와 ISO총회를 개최했다.

2018년에는 IEC총회도 국내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세계 3대 표준화기구의 총회를 국내에서 모두 개최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국제표준화 분야에서 위상을 더욱 높여갈 것으로 기대된다.

▲ 올해 눈여겨 볼 사업은 무엇인지?
=올해는 협회 창립 55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 세기의 반을 지나온 지금, 눈 앞에 다가온 4차산업 혁명의 메가트렌드에 대응하고 그간 함께 준비해 온 ‘미래 가치를 선도하는 지식 플랫폼’의 새로운 비전 실현을 목표로 ‘KSA 중기경영전략 2020’을 추진한다. 전 임직원이 표준화와 품질경영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지식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경영 실현을 실현하겠다.

▲ 우리나라가 표준산업과 품질경영을 토착화하고 세계를 리딩하기 위해 풀어야 할 현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동안 가장 큰 화두였던 ‘안전’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의 신설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의 안전문화에 대한 갈망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협회는 안전환경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안전뿐 아니라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전반에서 안전의 틀을 혁신하는 ‘안전의 표준’을 제공하는데 힘쓰고 있다.

안전환경혁신센터는 산업현장의 안전에 관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안전관리자에 대한 직무교육, 서비스·안전보건·화학물질 등 분야별 전문 안전 교육을 제공하며, 교육형태도 온오프라인을 모두 지원한다. 또한 기업에서 요구하는 현장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교육 이상의 현장적용이 필요한 기업에는 환경안전보건 진단부터 시스템 구축, 안전문화 개선 프로그램을 포함한 종합적인 현장지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안전경영 국제표준인 ISO 45001이 제정돼 기업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협회의 미래 청사진은
=국경이 없는 글로벌 시장, 지식과 정보가 경쟁의 원천이 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협회가 수행하고 있는 ‘표준’, ‘품질경영’, ‘교육’, ‘인증’은 하나같이 모두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다. 이를 통해 산업계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이를 초석으로 세계적인 표준화 기관으로 자리잡는 것이 협회의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