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懲戒)라고 하는 것은 제재(制裁)를 가하여 뉘우치게 하는 것인데, 이와 유사한 용어에 징벌(懲罰)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것은 장래를 경계하기 위하여 일벌백계의 벌을 가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민사상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악의를 가지고” 또는 “계속해서” 재산이나 신체상의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행한 경우에 해당된다.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시 가해자에게 손해 원금과 이자만이 아니라 형벌적인 요소로서의 금액을 추가적으로 포함시켜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영미법 계통 국가에서 시행되어온 제도이다. 대륙법 계통인 우리나라는 전보적(塡補的) 손해배상만을 행하여 왔다. 즉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한 액수만을 계상하여 보상(補償)하는 제도를 시행하여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 12월 31일에 제정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징벌적손해배상과 유사한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돼 시행된 후에 개인정보보호법 등 몇 가지 법률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해 왔지만 지금까지 별로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7월 1일부터 그동안 몇 년간 갑론을박 끝에 드디어 제조물책임법을 도입하여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어언 16년간을 시행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정되어 논란이 되어왔다. 그러다가 작년 4월 18일자로 논란 끝에 제조물책임법을 개정하여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4월 19일부터 발효하여 시행하고 있다.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그 결함에 대하여 필요한 조치를 사전에 취하지 않아서 그 결과로 소비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사람이 있는 경우 그 사람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바꿨다.

이때 법원이 배상액을 결정할 때에는 고의성의 여부와 정도, 해당 제조물을 공급하여  제조업자가 취득한 경제적인 수익, 해당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제조업체가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 그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의 정도, 해당 제조물의 공급이 지속된 기간 및 공급규모, 제조업자의 재산상태, 제조업자가 피해구제를 위하여 노력한 정도를 고려하도록 하였다.

또 결함의 추정에 관한 특칙을 두었는데, 피해자는 해당 제조물이 정상대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의 입증, 그러한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그 손해가 해당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을 증명하면 제조물의 공급할 당시 해당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였다.

다만,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면책이 된다. 이 제도는 2018년 4월 19일부터 시행되었는데 제조물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 사실상 모든 공산품에 대하여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시행하게 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징벌적손해배상은 피해자 스스로가 권리구제를 위하여 법원과 변호사를 활용하여 사실관계를 밝히고 동시에 가해자의 재발가능성까지를 포함하여 위법행위에 대한 단호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행정관청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까지 해결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제도이므로 우리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징벌적손해배상은 본질적으로 민사관계이며 민사관계에서는 입은 손해에 상응하는 전보적(Supplementary)손해배상이 원칙이지만 이를 넘어 사회에 끼친 해악이나 재발방지까지를 염두에 둔 금전적 손해배상책임의 가중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발상은 공법과 사법의 분화가 조화롭게 잘 이루어진 영미법에서는 가능하지만 대륙법계에서는 도입에 구조적 문제가 있어 여타 국가에서도 도입을 꺼리고 있다. 그리고 손해배상사건은 법령에는 단 몇 개의 조문에 불과하고 실제 소송의 전개는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의 증거제출능력에 따라 사실관계가 확정되고 손해배상의 범위가 결정되는 것이다.

증거법의 엄격성으로 인하여 비법률가인 원고와 피고는 뒷전에 서게 되고 양측의 소송대리인사이에 벌어지는 공방의 결과에 따라 소송의 승패와 내용이 결정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의 역할이 커지며, 그 결과로 손해배상액이 결정되면 그 대부분은 변호사가 가져가게 된다. 그리고 피고 측인 가해자가 승소해도 장기간의 시간소모와 막대한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패소하게 되면 그야말로 손해배상액에 변호사비용까지 합쳐서 엄청난 금전적 손실이 된다.

이와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에서는 변호사가 가해자의 고의과실에다 사회에 미치는 해악의 정도까지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다. 그에 따라 주어지는 대가(對價)는 의뢰인인 피해자와 변호사 사이의 계약에 따라 결정되며 궁극적으로는 변호사의 경제적 이익 추구가 내재되어 있다.

다행스럽게도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발생한 손해의 3배로 최대한도를 한정하고 있어 이것만 가지고는 이 제도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된다. 그러나 일단 3배의 징벌적배상금이 제도화 된 이상 앞으로 현재의 3배에서 시간을 두고 연구·검토하여 크게 확대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배상액의 범위에 제한이 없고, 우리나라에서도 벌써부터 10배정도로 늘려야 함을 주장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앞으로 만약 손해배상액의 범위가 확대되면 최근 로스쿨제도의 도입으로 법률시장에 혼란이 야기된 것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소위 앰뷸런스로여(Ambulance Lawyer)가 이른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악덕 소비자)와 결탁하여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남발하고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사업자는 불필요한 소송에 회사의 운명을 맡기는 경우도 자주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업자의 가해사실이 입증되어 막대한 배상액을 지불하더라도 그 배상액은 피해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보다는 대부분은 변호사의 주머니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주로 미국 구어에서 사용하는 앰뷸런스 체이서(Ambulance Chaser)란 교통사고 피해자를 등치는 손해배상 전문변호사를 지칭한다. 구급차를 쫓는데서 일반적으로 악덕변호사를 이른다.

가장 큰 문제는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이 남용될 경우 법령을 준수하는 일반 사업자들까지도 소송의 목표물이 되어 제물이 될 수 있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규제완화가 아무리 큰 폭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블랙컨슈머의 횡포를 조장하는 것은 사업자의 사업의욕 자체를 송두리째 꺽는 불행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시대적 요구사항이며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 채택하였지만 동시에 시행 상에 여러 가지 치명적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바로잡을 마땅한 법적 수단이 없다는 것이 더욱 치명적이어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