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필요하면 스위치를 켜고 필요 없으면 닫는다.
일반상품을 주문하고 배달받는 것과 무슨 차이점이 있는가?
어떻게 하여 이와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것인가?
수 백 개의 발전기는 어떠한 명령을 받는가?
전력시스템이란 무엇인가?
급전(dispatch) 및 전력시스템운용을 위한 컴퓨터시스템(EMS, energy management system)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김영창 공학박사

김영창(공학박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주로 장기투자계획의 근간을 이루는 발전시스템 확장계획 수립에 관한 일을 하였다.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아주대학교에서 강의하였고, 현재는 전력사업의 계획과 운용에 최적화이론을 적용하는 분야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발전설비투자이론》(IECC 에너지시리즈-3, 2006, 에경M&B),《전력산업의 이해》(2012, 사단법인 대한전기학회),《블랙아웃과 전력시스템 운용》(유재국 공저, 2015, 북코리아), 《전력시스템 운용》 (Bruce Wollenberg 등, POWER GENERATION, OPERATION AND CONTROL 제3판의 번역서, 2018 북코리아), 전력시스템 다이나믹스(EPRI Power System Dynamics Tutorial의 번역서, 한국전력 발행, 2021년 12월), 비선형계획법: 이론과 알고리즘,  김영창 번역, Mokhtar Bazaraa, C. M. Shetty 저 등이 있다.

서론

우리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전기 스위치를 켜면 즉시 전기가 들어온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운전 중인 발전기가 즉시 전기를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어떤 메커니즘이 스위치를 켜면 전깃불이 즉시 들어오게 만드는가? 사실 전기 소비자들은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깃불, 전철의 탑승, 자동판매기의 사용, 컴퓨터의 이용 등 일상생활이 전기에 의존하는 바가 커지므로 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것은 전기사업자들이 하는 업무를 이해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또한 전기공학도가 아니면서도 전력정책을 수행하는 의사결정자에게도 이 글은 큰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 바이다. 
우선 여기에서 전기소비자가 전기를 사용할 때, 전기를 보내는 측에서, 수요가 나타남과 동시에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관해 설명하고, 전력시스템운용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상황을 고려해 전력시스템운용을 하는 것인가를 설명하고자 한다. 
앞으로 연재될 글들은 “전력시스템과 이의 운용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기본 사항을 설명한 후 급전(dispatch) 및 이엠에스(EMS, energy management system)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한편 ‘에너지 매니지먼트’라 하면 어떤 빌딩의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말할 수도 있으나, 여기에서 이엠에스는 전력시스템운용을 위한 컴퓨터시스템으로 그림-1의 각종 프로그램의 집합을 말한다.
우선 ‘시스템’이라는 용어의 고찰에서 출발해보자. 일반적으로 시스템이란 여러 기능을 가진 구성요소가 모여 하나의 기능을 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 하나의 화력발전기 또는 원자력 발전기만 보더라도 원자로, 보일러, 터빈, 발전기 등을 비롯한 수 십 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고 발전소 자체도 하나의 시스템이다. 여러 형식의 발전기가 300여 개 이상 운전하며 송전망을 통해 전력을 전달하며 소비자에게 전력을 공급해 주고 있는 것 자체도 하나의 시스템이다. 여기에서는 전력시스템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의 작동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소비자 부하 또는 전력시스템 부하가 변함에 따라 발전기가 어떻게 출력을 변동해야 하는가를 설명하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상호 연결된 하위 구성요소 등이 전체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기능을 수행하려면 구성요소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전력시스템운용이 취급하는 정보는 전력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의 말단에서 주로 생산된다. 예를 들면 원자력 발전소는 화력발전소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갖지만, 발전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전기적 일률 출력), 전압의 크기와 위상 등 몇 개 요소만 고려하는 시스템운용 측면에서 보면 전력을 생산하는 구성요소는 모두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전력시스템운용에 대한 설명은 중앙제어소의 이엠에스(EMS)가 전국에 산재해 있는 수백 개의 발전기의 말단특성(terminal characteristics)을 사용해 시스템운용에 필요한 각종 계산을 하고 출력을 어떻게 조정하라고 개별 발전기에 정해진 시간간격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에 대한 것이다. 
전력시스템은 이러한 정보를 무엇에 사용하는가? 이러한 정보는 중앙의 어딘가에 모여 가장 안전하면서 가장 경제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개별 발전기의 출력을 결정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보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아무리 많은 정보가 있어도 알고리즘이 허술하면 시스템운용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보를 생산해 낼 수 없다. 전력시스템운용에 사용되는 선형계획법, 비선형계획법 등의 최적화이론은 과거부터 수많은 수학자에 의해 연구되었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해를 구하는 것이 현실화되었으며 실시간 전력시스템운용을 위한 이들 프로그램이 이엠에스에 사용되고 있으므로 어떠한 프로그램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가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며, 해당 분야를 공부하지 않은 독자라도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도면을 사용해 설명하고 최적화이론에 대해서도 수식보다는 글로 표현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독자들이 한 가지 더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실시간(real-time)이라는 것이다. 실시간이라는 것은 온라인(on-line)이라고도 하며 이에 반대되는 것이 오프라인(off-line)이다. 택시운송사업의 예를 들어보자. 간단하게 말하면 어떤 자동차를 구입할 것인가의 문제와 구입한 자동차로 오늘 이 시간 시내에서 각종 교통규칙을 준수하며 어떻게 자동차의 가속장치와 브레이크를 밟는가의 2개 문제는 전력시스템의 확장계획과 실시간 시스템운용의 문제로 대비될 수 있다. 택시기사가 네비게이터 화면을 보아가며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상황 아래 네비게이터의 도움을 받아 악셀과 브레이크를 조정하는 것을 실시간 또는 온라인 운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네비게이터는 전력시스템운용의 이엠에스라고 말할 수 있다.전력시스템운용 또는 급전이라는 것은, 실시간에서 즉 시시각각으로 소비자가 전국 각지에서 전기를 현재 사용하는 상황 아래, 규정 주파수 60헤르츠를 유지하면서, 전력시스템의 기술 관련 제약조건을 지키며, 안전도를 유지하고 연료비도 최소화하기 위해 개별 발전기에 대해 일정한 시간간격으로 출력조정 신호를 보내는 것을 말한다. 원래 "dispatch"라는 단어는 ‘급히 보내다, 사냥꾼이 짐승을 처치하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시스템운용에서 이것은 ‘급전(給電)’으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중앙제어센터에서 발전기에 대해 출력변경의 신호를 보내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출력의 제어는 어디까지나 실시간 데이터를 입력받아 현재 필요한 실시간 출력을 계산해 결과물을 발전기에 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반대편에서 생중계하는 축구경기의 경우 화면에 나타나는 슛은 현지에서도 거의 실시간으로 쏘았던 슛이다. 그런데 여러분이 뉴스 화면에서 어떤 선수가 슛을 쏘는 장면을 보았다면 그것은 녹화방송이지 실시간 방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슛을 쏘는 장면이지만 그것이 실시간 장면일 수도 있고 실시간 장면이 아닐 수도 있다. 축구경기는 눈에 보이지만 전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출력제어를 위해 생성된 정보가 실시간 정보인지 실시간이 아닌 정보인지 육안으로는 판별할 방법이 없다. 
그림-1은 실시간 시스템운용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며 몇 번 반복해 나타날 것이다. 이 그림은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월렌버그 교수의 저서에 있는 그림으로 전력시스템운용 모형(SCADA와 EMS)의 표준을 나타내고 있다. 실시간 시스템운용에서 이엠에스는 ‘감시제어자료획득(SCADA)’ 시스템을 통해 전국의 주요 지점에서 일어나는 전력시스템의 각종 정보(상태)를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받는다. 감시제어자료획득 시스템은 주기적으로 원격계측장치를 스캔해 상태 정보를 알아내고 급전실로 전송한다. 일반적으로 자료전송은 2초 간격으로 실행된다. 차단기 작동과 같은 몇 가지 사건은 2초의 스캔 주기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2초 사이에 변화가 있으면 이엠에스에 전송하고 차단기가 작동되면 네트워크 구성형태의 변화가 발생한 것이므로 네트워크의 데이터베이스를 수정해 놓는다.
이엠에스의 상태추정 프로그램은 감시제어자료획득 시스템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상태추정을 실행해 각종 시스템 상태를 나타내는 변수의 값이 참값일 가능도(likelihood)가 높은 값을 추정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놓는다.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실제로 현장의 계측기(원격계측제어장치, RTU)가 각종 상태를 계측해 원시자료를 그대로 전송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놓는다면 후속 프로그램이 이 값들을 참값이라고 믿고 계산을 실행하며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전력시스템 내의 수천 곳의 소비자부하 또는 기타 자료를 계측할 때 계측기나 나타내는 값에는 확률적 오차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대로 받아들여 다음의 프로그램이 계산에 이용하면 발전기에 신호를 보낼 수 없는 무위미한 값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태추정 프로그램이 통계학 이론에 의한 계산을 통해 각종 시스템상태의 진실에 가장 가까운 값을 찾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놓는다. 이에 관한 좀 더 상세한 내용은 후반에 다시 설명한다. 
상태추정프로그램의 후속 프로그램은 각종 계산을 통해 전국의 발전기에 일정한 시간간격으로 감시제어자료획득 시스템을 통해 개별 발전기에 대해 출력조정의 신호를 보낸다. 즉 감시제어자료획득 시스템은 이엠에스의 눈과 손의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이엠에스는 규정주파수를 유지하고 안전도(security)를 유지하며 각종 제약조건 아래, 시스템 전체로 본 연료비를 최소화하는 발전기 출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안전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실시간 시스템운용에서 전력시스템의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가 고장을 일으켜 탈락하였을 때, 이로 인해 나머지 건전한 구성요소가 과부하로 되어 탈락하지 않기 위해 개별 발전기의 출력을 조정하는 것이다. 소비자부하가 시시각각 변동하며 지역별 또는 변전소별 부하도 변동하므로 안전도를 유지하기 위해 발전기출력을 일정 시간마다 조정해 놓지 않았을 경우 어떤 송전선로 하나가 고장으로 탈락해 해당 선로에 흐르던 전력이 다른 송전선으로 이동해 건전한 송전선로의 과부하를 유발할 수 있다. 고장을 일으키지 않은 (건전한) 송전선로 하나가 과부하로 탈락하면 또 다른 송전선로가 연쇄적으로 탈락을 일으켜 전국의 발전기가 모두 정지해버리는 시스템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안전도 유지는 시스템운용에서 이엠에스의 중요한 기능이다. 전력시스템 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의 영향은 빛의 속도로 파급되므로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발전기 출력을 미리 조정해 송전선로의 전력 흐름을 조정해야 하며 일단 사고가 파급하기 시작하면 수동으로 이를 저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그림-1의 상정사고분석 프로그램과 안전도제약 최적조류계산 프로그램의 역할이다.

그림- 1  전력시스템운용과  EMS와 SCADA

발전사업자는 설비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 투자에 따른 미래의 비용회수 및 수익률을 자신이 검토해야 하며, 실시간 시스템운용에서 자신의 발전기가 어떻게 출력조정신호를 받아 출력을 조절하는가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여러 발전사업자의 발전기가 실시간에서 주어진 시스템수요를 얼마만큼 담당하느냐에 대한 문제는 발전비용의 정산과 관계되고 개별 사업자의 발전기의 연간 투자비 및 변동비의 회수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이 커진다면 시스템운용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도 전력시스템운용을 이해한다면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