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충동 상무는 77년 서울대 조선해양학과 졸업 85년 미국 UC버클리대 공학박사 85년 현대중공업 책임연구원 92년 〃 중앙연구소 CAE 연구실장 96년 〃 중앙연구소 부소장 99년 〃 기계전기연구소장(현) 2001년 〃 테크노디자인연구소장(현)

글로벌 경쟁시대 생존무기는 가치창출형 인재
정부자금 기웃거리기보다 시장에서 승부해야

 ‘세계 최고의 중공업 연구소’
현대중공업 기계전기연구소가 설정한 기술 부문 비전은 화려하지 않지만 믿음직스런 현대의 기업 이미지를 반영하듯 현란한 수식어나 군더더기가 붙어있지 않다.
이충동 현대중공업 상무(기계전기연구소 소장)는 “현대중공업의 전체적인 기술력 향상을 주도하고 신기술 신제품 개발을 이끄는 세계 일류의 종합 기술연구소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며 비전설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상무는 기업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술개발 능력을 갖추고 국제경쟁력을 강화시켜 기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데 여념이 없다. 

이 상무가 연구소 운영에 있어 가장 초점을 두는 덕목은 ‘시장 지향적 최적기술 개발’이다.
“최고의 기술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 자체로 가치는 있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고의 기술보다는 최적의 기술로 회사의 매출을 늘리고 원가 절감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시장중심의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글로벌을 지향하면서 기존에 구축한 글로벌 리소스 네트워킹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네트워킹의 ‘꼭지젼인 국내 연구소를 중심으로 미주-아시아-유럽을 잇는 글로벌네트워크를 연계하여 기술 개발의 시너지를 배가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는 각 지역별로 특화된 분야와 영역, 역할을 가진다. 전통기술의 산실인 헝가리에 세워진 휴넬렉 연구소는 변압기, 차단기, 회전기 등 정통 전력기기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분산발전시스템과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등의 전력변환 분야는 2003년 10월에 문을 연 미국 ITC연구소가 맡고 있다.

기계전기연구소는 중국시장에 적합한 제품개발을 위해 올해 안에 중국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해외 네트워크를 국내 본부와의 연계성을 높이는 것이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경쟁시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연구하는 것은 여러모로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 현지 연구소는 가장 뛰어난 기술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국가 경쟁력은 글로벌 1등 기업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 1등 제품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등 기업답게 벌크 선, 컨테이너선, 탱커, LNG 운반선, 중대형 엔진을 글로벌 1등 제품으로 꼽힌다. 대형 프로펠라, 선박용 동기발전기, 굴삭기, FPSO 등도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현대의 1등 제품군에 속한다. 이 상무는 변압기, 진공차단기, 고효율전동기, ACONIS, 고속전철 전장품, 전기자동차와 철도차량 전장품, 고압인버터를 차세대 글로벌 1등 제품군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생존핵심은 핵심 인재’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이 상무는 누구보다 인재 욕심이 많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실력있는 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합니다. 우수한 핵심인력 확보는 기술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은 불변입니다”
기계전기연구소는 핵심기술별로 요구 기술수준을 만족하고 역량을 갖춘 인력을 년중 채용하고 있다. 해외 지사망과 지역 연구법인을 통해 맞춤형 적임자를 뽑고 있다. 현중 장학생 제도도 우수인력을 수혈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상무가 선호하는 인재는 ‘가치 창출형 인재’다. 가속화되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기업연구소 소장으로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면서 투철한 가치관과 조직관 그리고 인간미를 풍기는 핵심인력을 찾아내고 키우는 것이 본연의 일이자 보람“이라고 밝혔다.

평소 생각해온 R&D의 정의를 내려달라는 질문에 “꿩 잡는 게 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업에서 오랜기간 근무하면서 느낀 바로는 수익성을 창출해내지 못하는 R&D는 무의미하다”는 이 상무는 “매는 꿩을 잡을 때 그 가치가 인정 된다”고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이 상무는 R&D가 갖춰야 할 삼박자로 수익성, 사업 연계성, 효율성을 꼽았다. “적은 돈을 들여 빠르게 개발을 끝내 사업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R&D가 지향해 나가야할 방향”이라는 이 상무는 “팔 수 없는 기술, 검증되지 않은 기술, 현장을 벗어난 기술은 무의미 하다”고 강조했다.

기계전기연구소는 친환경 분야 기술에 대한 대응에도 개발 역량을 모으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이 추구하는 국제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지수가 매우 높은 SF6 가스 저감과 대체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태양광사업에 진출한 현대중공업은 풍력과 연료전지 등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시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장 진입을 위한 사전준비를 진행 중이다.

“기존 아날로그 설비에 디지털기술과 IT기술이 융합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도 필연적인 시장의 결과물”이라는 이 상무는 “국책연구와 자체연구를 병행하면서 디지털 컨버전스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국가 인프라 사업인 전력부문과 IT의 융합은 전력사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재정 형편이상으로 산업을 일으키려는 정부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업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정부의 선한 취지를 살려 기업이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기업가 정신을 살려 사업을 일으키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입니다”

이 상무는 “시장에서 승부하려는 노력보다 정부의 자금에 매몰되어 과제에만 기웃거리는 기업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기술개발 시스템에 대해서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해서 공동 참여시키고 지원을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결과의 투명성도 보장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가 업체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한 바탕위에 지원과 정책 방향을 설정하면 정부가 의도한 정책 목표의 실현이 보다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이 상무는 거듭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