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사)전자정보인협회 회장

요즈음 대다수 청소년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다. 유튜브의 영향력은 희망 직업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인터넷 방송진행자(VJ),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소년도 있다. 개인이 만든 동영상을 올려서 광고 등을 통한 수입을 가지고 생활하는 이들은 회사에 고용된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그때 그때 일하고 돈을 버는 일종의 임시직인 프리랜서이다.
디지털경제의 모바일 환경에서 생겨난 일반인 배송기사인 아마존 플렉스, 음식 배달 전문 우버이츠, 배달의 민족 배송기사 배민라이더, 일반인 대리운전 카카오대리 등의 공통점은 바로 임시직이다. 기구 워커(gig worker)인데, 회사에 고용되지 않고 돈을 버는 시스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기그(gig)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재즈 연주’ ‘일시적인 일’ ‘재즈 연주가로 일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악보 없이 즉흥으로 연주하는 것을 ‘잼(jam)’이라고 하고 연주자를 즉흥으로 섭외하는 것을 ‘기그’라고 한다.
‘기그’라는 단어는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로 섭외한 연주자들이 하는 공연에서 그 어원이 유래되었다. 예를 들어 가수가 노래하려면 기타, 드럼 등 연주자가 필요한 데, 밴드를 결성하려면 매달 월급을 주면서 운영해야 한다. 만약 공연이 계속 있지 않다면 운영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공연 때만 필요한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을 하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의 모바일 환경에서 기그 워커에 의해 경제가 주도되는 것을 기그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직원을 평생 고용하기가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한 직장에 평생 얽매이며 인간관계에서 오는 매너리즘과 스트레스 등 힘든 직장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회사는 필요한 프로젝트마다 적합한 사람을 그때 그때 찾아 함께 일하고 프로젝트를 종료한다. 그리고 근로자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자신의 사정에 맞게 유연하게 수행한다. 이처럼 필요한 때마다 단기계약이나 임시직으로 고용하는 근로 형태를 기그 경제라고 한다.
기존의 산업 환경에서는 택시회사를 운영하려면 많은 택시를 보유한다. 또 택시기사를 고용해 월급을 줘야 했다, 그러나 ‘우버’라는 택시회사는 자가용을 가진 개인들이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영업을 하도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역시 이용자와 연결을 해준다. 현재 전 세계 300개 도시에서 약 390만 명의 운전자가 단기 계약을 맺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그야말로 기그 워커로 아무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자류롭게 일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산업 환경에서는 여행자에게 방을 빌려주려면 호텔이나 숙박업소를 차려서 직원을 고용하고 방마다 침대를 사고 각종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해 놓아야 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라는 숙박공유 업체 회사는 숙소를 원하는 사람과 숙소를 빌려줄 사람을 연결해 주기만 하면 된다.
유럽의 대도시에서는 캥거루가 그려진 가방을 연 배달원 ‘딜리버루(Deliveroo)’를 볼 수 있다. 영국의 음식 배달 업체이다. 이 역시 해당 애플리케이션에 등록을 하고 원하는 시간, 원하는 지역에 배달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최근 ‘이케아’라는 DIY(Do It Yourself) 가구 회사는 사람들이 조립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조립해주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업체를 인수했다.
이런 회사들은 기존의 고용보다 유연하게 이용자와 구직자를 연결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기그 워커’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스마트폰을 다룰 수 있는 20,30대 젊은 세대이다. 이들은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한다. 상사의 눈치를 본다거나 매일 출근해야 하는 어려움과 여러 직장에서의 계약을 싫어하기 때문에 ‘기그 워커’로 일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N 잡러’들도 있다.
그러나 프리랜서들은 일하지 않을 때는 아무 수입이 없다. 정규직에서 제공되는 각종 복지혜택도 없다. 기그 워커로서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수많은 프리랜서와 경쟁해야 하고 고용과 관련된 법적 보호막도 전무하다.
우버의 최고 경영자(CEO)는 ‘일에 삶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삶에 일을 맞추는 시대가 왔다’며 우버 운전기사들을 독립적 프리랜서로 대우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우버 운전기사들은 열악한 고용 조건을 이유로 대규모 소송에 나섰다. 영국의 고용 심판소는 이 소송에서 운전자가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임을 인정했다. 프랑스 대법원도 이 서비스 운전자는 우버와 ‘종속 관계에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남의 나라. 혹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적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10년 후 세계 인구 절반이 프리랜서로 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6년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기그 경제의 부가가치는 2025년까지 2조 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우리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프리랜서 방식으로 일자리의 형태가 옮겨지는 이른바 기그 경제 시대에 살아가야 한다. 내가 가진 재능, 강점을 누군가가 사준다면 전문성이 있을수록 고소득을 얻을 수 있다. 출퇴근이 자유롭고, 상사 눈치를 안 봐서 좋다. 그러나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보통의 일이라면 경쟁이 심해져 노동의 일이 떨어지고 소득이 낮아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점점 소득의 양득화가 심해질 수 있다.
누군가는 기그 경제 시대를 풍요롭게, 누군가는 불안한 미래로 살아갈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변화를 감지하며 변화에 대비하는 준비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