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요금 정상화 통해 효율화 투자 유인을
SMP, 지역별 수요와 공급에 기초해 결정돼야
전력 공기업들, 제반 비효율 찾아내 제거하고
비합리적 제도 개혁해 소비자 고통 덜어줘야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신년 새해 석학의 제언>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2022년, 세계 전력산업은 130여년의 역사에서 경험한 적이 없는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탄소 중립을 주도했던 유럽은 대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40%가 넘어섰고 러-우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의 급상승과 북해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출력 저감, 도매 및 소매 전력가격의 폭등, 전력회사의 줄도산, 소비자 및 전력회사에 대한 1,00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재정 지원 등 유럽의 전력산업은 풍전등화의 위기를 겪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한전이 35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보았고 유동성 확보를 위한 한전법 개정, 발전사업자 수입을 직접 규제하는 SMP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혼란과 변화를 겪었다. 유럽의 따뜻한 겨울과 경기침체로 LNG 국제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JKM 현물가격은 여전히 mmbtu당 30불 수준이며 가격 인상 요인은 아직도 잔뜩 남아있고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전 세계의 경제를 위기로 이끌었고, EU집행위는 ‘22년의 EU 경제성장률을 3.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으며 올해는 0.3%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올해 세계 평균성장률 2.5%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유럽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과 영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0.3% 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암울하게 전망하였다. 또한 에너지원의 93%를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우리나라도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석유, 석탄, LNG 등 에너지 수입액은 1,900억달러를 넘었고, 무역적자는 472억달러를 기록하여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수출과 세계 6위의 수출국이라는 엄청난 실적을 빛바라게하였다. 올해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에너지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LNG 등 고원가의 화석연료 수입을 최대한 줄이는 것 이외는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생활화된 에너지 절감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저원가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은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지만 상당히 긴 건설 기간이 필요하고, 글로벌 기업의 RE100 선언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신재생의 발전원가는 비싸다. 새 정부 2년차를 맞는 올해는 적극적인 에너지 절감과 과감한 전력 수요관리를 위한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우선, 소매 전기요금의 과감한 정상화를 통하여 효율화 투자를 유인할 강력한 동기를 제공하여야 한다. 올해 1분기에 전력량 요금 9.5%, kWh당 13.1원을 인상했지만  한전이 요구한 51.6원/kWh에는 한참 못 미친다. 빠른 시간 내 2분기 이후의 인상 수준을 밝힐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요금 인상분에 상응하는 전력소비량을 줄이면 요금지불액은 동일하고, 더하여 무역수지의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가져온다. 고효율화 산업 육성까지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일석사조(一石四鳥)이다. 고효율화 투자 촉진을 가속하기 위해서는 투자에 대한 세제 감면, 정책 금융 지원, 온실가스 감축 인정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고효율화에 대한 기술과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자체로, 그렇지 못한 중소&#8231;중견기업과 일반 소비자에게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최종에너지 소비의 20%를 차지하는 전력은 사용하기에 편리한 반면, 효율은 35%에 불과하다. 만약 소비단에서 1단위 전력을 절감하면 발전단의 연료는 약 2.9배를 절감할 수 있는 영역이다. 전기소비를 10% 줄이면, 무역적자가 60% 감소한다는 논리는 이러한 배경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작년 10월까지 우리나라의 전력판매량은 전년보다 무려 3.4%나 증가하여, EU의 수요 감소와는 대조를 보인다. 적극적인 가격신호의 제공과 산업체의 효율화를 통하여 올해는 전력소비 증가를 꺾는 원년이 되어야만 한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의 인상만으로도 소비자는 연간 7조원을 추가 지불하게 된다.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한 만큼 이제는 공급자가 응답할 때다. 한전은 비용 집행에서 낭비 요소는 없는지, 가스공사로부터 LNG 구입 가격은 적절한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송전제약 기준은 합리적인지, 전기요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매전력시장 가격은 시장 가치에 부합하는지, 신재생 보상비용은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있는지 등등 공급측의 전 영역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요불급한 비용은 과감하게 잘라내고, 불합리한 제도는 과감한 개혁을 단행해 현재 발생하고 있는 비용뿐만 아니라, 미래에 발생하는 비용까지도 낭비가 없도록 세세히 살펴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도매전력시장 가격(SMP)은 지역별 수요와 공급에 기초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현재의 방식은 육지 전력시장을 하나로 취급하여,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전원을 유인할 가격 신호를 적절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결과, 신규 발전설비는 수요와 상관없이 건설이 용이한 지역에 집중되고 있어,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호남, 강원, 제주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된 발전설비를 수도권 등 수요지에 전송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송전망 건설이 필요하지만, 과거 밀양 사태에서 보았듯이 현실은 녹록치 않는다. 제주, 강원, 호남 등에서 보이는 신재생과 저원가 발전기에 대한 광범위한 발전 제약이 현재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육지 단일 전력시장 가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특정 지역에의 발전설비 집중은 가속될 것이다. 그로 인하여 신규 송전망 건설 요구는 더욱 높아지지만 실제 준공은 계속 지연될 것이고, 출력제어로 발전사업자의 불만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전기공급의 비용 또한 비례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2001년 도입된 현재의 육지 단일 SMP 방식은 20여년 전과 같이 송전망 건설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때에 적합한 논리이다. 물론 육지를 몇 개의 지역으로 구분하여 가격을 결정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2007년 송전망 손실에 따른 시장가격 차등을 채택할 때 적용한 10년 점진적 적용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신규 설비에 한하여 향후 20년 동안 점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도 있다. 핵심은 시장에서 지역적 신호를 주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방식을 지속했을 때의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적은지, 혹은 지역별 가격 신호를 제공할 때의 사회적 비용이 적은지 고민할 시점이 왔다. 

이는 가격 결정방식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제반 비효율을 찾아내어 제거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제도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개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여 소비자의 고통 분담을 덜어줘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