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사)전자정보인협회 회장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근세 휴머니즘은 중세의 신학적인 절대주의, 통일적인 객관정신에 대하여 개인적인 주관주의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동시에 자기 감정의 발로와 세속적인 것을 존중하였으며, 그것은 중세에 대한 근대적인 반항과 투쟁의 표출이었다. 이와같은 싸움은 일찍이 이탈리아의 단테(A.Dante)·페트라르카·보카치오의 문학적 작품에서 시작하였으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君主論)’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중세적 세계관에 반대하고 사람의 생(生)의 감정을 강조하였다. 또한 운명에 대항하여 그 자신을 주장함으로써 그 자신을 옛 세계에서 해방시키려고 대결하였다. 여기에서 사람의 존엄성을 발견하려고 추구하였다. 이것이 그 시대의 독립인(獨立人)이었으며, 새 시대의 새로운 인간상이었다. 그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그 자신이 개척할 뿐만 아니라 외계(外界)도 마음대로 변경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였으며, 또 그것을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였다.
즉 사람은 자기의 힘으로써 세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자신 우주를 대표하였다. 사람은 곧 소(小)이었다. 르네상스기의 위대한 미술가인 미켈란젤로·라파엘로 등은 그 자신의 인상을 충분히 발휘하려고 노력한 데에서 그 결과 그 위대한 작품이 나타났다. 새로운 사람의 이상은 자기의 모든 힘을 발휘하는데 있을 뿐이요, 중세적인 덕을 지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 시대는 개성을 절대시 하는 천재(天才) 숭배의 시대였으며, 또 그와 함께 선악의 구별이 없이 자기의 힘을 나타내려고 노력하였다. 따라서 악덕도 그것이 개인의 힘의 발로인 때에는 그런대로 통용되었으며, 전제군주의 비행도 따라서 인정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권모술책이 공공연하게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와같이 개인과 개성을 절대시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휴머니즘은 더욱 고전적 교양과 현실에서 유리된 것이다. 이러한 이념의 세계의 동경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서로 싸우며, 대립하여 자기 세력의 확충을 위하여서만 노력하였다. 따라서 미술과 문학에 있어서는 찬란하였으나, 정치적으로는 극도로 혼란하였으며, 혼돈 상태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시민의 현실생활은 극히 불안한 가운데서 허덕이고 있었다.
그 결과 그들의 조국은 외국의 끊임없는 침략에 굴복하엿으며, 그들은 정복당한 백성으로서 비참한 고난의 역사를 밟게 되었던 것이다. 르네상스에서 시작된 휴머니즘은 유럽에 있어서 자연과학의 발달과 계몽사상의 보급에 의하여 인성(人性)의 문제는 감각적으로 또는 합리적으로 변하였다. 때문에 독일에서 발달된 네오휴머니즘은 종교적·정치적 절대주의와 일면 싸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종교개혁을 통하여 발달한 민족사상과 함께 사람의 자유와 인간성의 철저한 발휘를 위하여 계몽사상에 대하여서도 싸음으로써 결국 근대화를 촉진시키었다.
이와같이 발달한 근세 휴머니즘은 때로는 시대적인 제약도 있었으나, 그것은 유럽의 문화를 근대적인 자각의 입장에서 변혁시킨 정신적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왜 현대에 이르러서는 또 다시 새로운 위기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는 깊이 생각할 문제로 대두되었다. 현대 휴머니즘의 중요한 문제인 동시에 현대인에 있어서 풀어야 할 절실한 문제인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는 사람에 대한 문제는 사람의 자주성이나 주체성의 문제 또는 인간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류 또는 세계 위기의 문제에까지 이르렀다. 오늘날 역사적으로 일찍이 보지못한 막강한 파괴력을 가진 핵무기에 의한 핵 전쟁이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려고 하는 극히 무모한 국가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어서 인류의 자멸을 스스로 초래하려고 하는 비인도적인 경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극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여기에서 1955년에는 영국의 철학자·수학자·저술가·평화 운동가이며 1950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러셀(B.A.W. Russel)을 비롯한 세계의 여러 과학자들은 평화를 위한 수단에 대한 해결방법의 발견을 세계에 호소하였다. 여기에서 오늘날 다시 사람은 자기의 존속을 위하여 새로운 정세에 대처할 방법을 발견하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와같은 원동력은 많은 사람들이 서로 감응(感應)할 수 있는 휴머니즘의 정신에서 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욱이 현대의 휴머니즘은 이전에 있어서와 같이 다만 비판적이며 분석적인 것에 그치지 아니하여야 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사람의 가치를 옹호하고 주장하는 동시에 인류의 파멸을 구제할 합리적이고 건설적이며, 창조적인 것이라야 할 것이다.
이와같은 새로운 휴머니즘의 요구에 의하여 국제적인 휴머니스트의 단체(IHEU)가 1952년에 설립되었다. 윤리적이며 과학적인 휴머니즘을 촉진시키는데 관심을 가진 집단과 개인을 세계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조직체이다. 여기서는 사람의 모든 가치를 유지하고 촉진시키며 발전시킨다. 동시에 과학적 지식의 함양과 사회관계에 있어서의 민주주의 원착에 충실하며 일체의 권위주의적인 원칙을 거부한다. 따라서 그 어떤 권력과 독단에 의거하지 아니하고 좋은 신념을 실천함으로써 인류 생활에 헌신하며, 그것에 대하여 책임질 것을 기반으로 하였다.
1957년 7월에는 제2회 국제회의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었으며, 그 주요 의제는 ‘오늘날의 인류’이었다. 그후 1962년에 제3차 회의 의제는 ‘성숙한 인간성’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렸다. 뒤이어 1966년에 제4차회의(의제: ‘인간의 여러 문제와 이상에 대한 휴머니즘의 응답’)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