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르고 치솟는 유가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가가 세계 경제의 ‘뇌관’이 되면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에겐 곧바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치솟는 기름값에 서민들의 허리가 휘고 산업계도 오일 쇼크의 충격파로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가 1배럴당 130달러를 넘어 섰고 곧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이 1.0%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2% 포인트 상승하는 등 거시경제에 충격이 확대될 것이라는 경고음도 울린다. 고유가가 한때의 쓰나미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최근 한승주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고유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알맹이가 없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과 유가 보조금 지급 연장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바우처 제도는 서민이나 영세업자가 정부에서 받은 쿠폰으로 가스나 전기요금, 난방, 주유대금을 지급하고 판매업자가 정부로부터 사후 정산을 받는 제도다. 하지만 예산이나 대상자 선정 기준이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유가 보조금 연장 방안도 기간만 연장하는 것이라 실효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생계를 위협받는 서민들의 아우성이 높아지는데다 화물연대 등이 총파업을 예고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단기 처방을 내놓은 측면이 강하지만 민생고통을 덜어주기엔 정부 대책이 안일하고 소극적이며 역부족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을 살펴보면 오일쇼크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부처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 든다. 새 정부 출범이후 고유가로 반등하는 기조가 두드러져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기 대책으로 땜질식 ‘뒷북’으로 일관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 마져 시기를 놓치거나 부처 조율도 없이 내놓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에너지 절감 유도방안으로 대두된 연비1등급 차량 취득세 등 감면과 고속도로 통행료 공용주차장 요금 할인 등도 관계부처인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가 정책 조율이 안돼 대안으로 채택되지 못한 제도다. 현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유가 민심’을 잡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사회 불안을 해소하면서 국민과 함께 오일쇼크를 최소화하는 방향몰이를 해나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고유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책 운용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정부의 대책 못지않게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국민 각자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 천정부지로 뛰는 고유가 상황에서도 차량 통행량과 전력 사용량은 줄지 않고 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제3차 오일쇼크를 방불케 하는 고유가 시대의 체감이 아직까지 국민들에게 전파되지 못하는 상황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건물의 냉난방 상태를 규제하겠다고 나섰겠는가? 한여름에 냉기가 감도는 실내에서 지내고 겨울에는 반팔을 입는 지금의 행태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의식이 고유가시대에 맞게 바뀌고 실천에 옮길 때 오일쇼크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