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화력발전소(당인리 발전소)의 지하화를 추진하는 지식경제부와 폐지를 주장하는 마포구청간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나라 당이 ‘마포구 편들기’에 나선 것은 부적절한 처사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지역주민들에게 발전소 폐지를 약속했다. 박 대표는 “엄청난 에너지를 공급하던 당인리발전소는 우리 전력 생산의 1%를 차지할 뿐”이라며 “이제는 없어질 때가 되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토론회에 모인 주민들을 향해 발전소 폐지를 기정사실화하고 “걱정 말라” “못해 내면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당인리 발전소를 문화창작발전소로 탈바꿈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였더라도 김형오 국회의장이 거들고 당 대표까지 나서서 챙기기에는 사안의 크기가 너무 작아 보인다. 더군다나 당정간의 의견 조율을 거쳐 합의된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집권당 대표가 불쑥 주민에게 약속부터 먼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게다가 정책토론회 때 김형오 국회의장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원희룡 의원 나경원 의원 집권당 중진급이 대거 참석해 마치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는 것도 모양새가 사납다. 정부의 방침을 사전 협의없이 집권당이 뒤집는 것은 정권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집권당 대표가 나서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민주적 방식을 가로막는다. 우리는 당인리발전소가 수도권 전력계통의 안정화를 기하고 비상시 청와대 국회 정부청사와 같은 주요 국가시설물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지역주민의 타당한 요구를 존중하고 받아들여 사안을 푸는 것이 정도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해 당사자들의 논의가 더뎌 답답하더라도 집권당이 민주적 논의 과정에 끼여들어 사안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인 방향몰이로 경제 정책이 결정되는 것은 후진적이다. 특히 발전소 같은 유틸리티는 한번 결정하면 돌이키기가 어렵다. 국가의 동력을 제공할 발전소나 송전선로 등 발전설비 건설사업이 민원(民怨)과 관원(官怨)에 막혀 일 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어려운 형국에 집국당 마져 일방적으로 주민의 편을 들면 국가의 기간산업인 전력산업의 미래는 어둡다. 정치는 갈등을 다독거리고 이해 당사자들을 조정해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지, 편들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