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두뇌 격’인 감시경보시스템(PMAS)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국산화된데 이어  건설 중인 신고리 1.2호기에 적용을 앞둬 원전 운영에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PMAS는 감시와 경보시스템을 따로 운영해온 원자력발전소의 운영체계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경보 계통과 감시계통의 이원화에 따른 설비 중복, 경보 불일치의 문제점도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시스템 공급자가 단일화돼 신속한 유지보수가 이뤄져도 원전의 안전성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무엇보다 외국 기업의 독무대가 돼온 기존 원전의 감시 및 경보시스템 시장을 국내업체가 주도할 것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처럼 기술의 파급력이 크고 원전 운영의 흐름을 바꿔놓을 PMAS의 출현이 가능했던 것은 한수원의 강력한 의지로 귀결된다. 원전의 핵심 시스템을 국산화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국산화에 착수할 수 있었고 그러한 의지가 지속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에 사업 성공이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사실 국산화의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에 의존해온 기존의 행태를 답습하는 쉬운 길로 가지 않고 위험부담이 많은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데는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에 걸쳐 국산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보여준 초지일관의 자세와 기술진들의 끊질긴 국산화 열기는 원전 역사에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다.

원자력의 안전을 담보하는 PMAS는 앞으로 신월성 1.2호기는 물론 추가 건설되는 원전에 설치될 예정이다. 국내 업체는 이번 신고리 1.2호기 프로젝트에 설계에서 부터 기기를 제작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전 과정을 수행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국내 기업은 착실히 기술 자립의 토대를 확고히 다져나갈 것이다. 당장 신고리 1.2호기에 적용해 거둬들인 금전적인 절감액이 200억원에 달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원자력계가 기술개발에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이 더 큰 수확이다. 원자력 강대국답게 운영중인 원전의 신뢰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노크’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PMAS가 성공하려면 먼저 국내 원전에 장착돼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그동안 시연회 과정에서 안정성과 성능을 충분히 인정받았지만 현장에 처음 적용되는 신고리 1.2호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원자력계 모두가 적용 현장에서 개선점을 찾아내 보완하면서 안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산 PMAS가 해외 원전시장에 진출하는 물꼬를 터야 한다. 오랜 연구기간과 막대한 투자가 뒤따른 국산 PMAS를 국내에 적용하는데 그치지는 것은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결과다. 국산 PMAS는 유지 보수의 수월성은 물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해외 수출은 시스템 특성상 단독기업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출의 첫 관문은 한수원과 공급자인 두산중공업, 관련 중소기업이 함께 힘을 합쳐 뚫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시스템과 조직, 해외 정보가 풍부한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이 중소기업과 손잡고 수출을 리딩할 것이 요구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실효성있는 지원책을 찾아 모처럼 결실을 맺은 국산 PMAS가 해외에 적용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