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 한전 전력연구원 원장이 취임 100여일 동안 보여준 행보는  ‘혁신과 개척’으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연구원의 업무가 전력산업의 운영기술과 정비기술 중심으로 안정된 양질의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것에 맞춰진 R&D였다면 이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에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과제책임자(P/L) 중심의 연구개발체제로 고착화된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토록 하고 있습니다. 하반기부터 P/L 중심조직의 정착으로 연구성과를 극대화해 환경변화에 대한 탄력적 대응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것입니다.”

최근 조직개편과 관련해 “전력연구원이 지금까지 발전소의 설비를 운영하는 기술의 중심이였다면 이제는 새로운 영역창출을 꾀해야 하는 만큼 변화가 필요했다”며 기존의 6개 연구소 조직을 4개 연구소, 1개 엔지니어링센터 조직으로 통폐합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력연구원은 특히 신성장동력과제를 중점적으로 수행할 ‘녹색성장연구소’를 새로이 발족하는 등 현장의 기술현안 해결을 전담하는 엔지니어링센터를 신설했다. 그동안 시행하던 연구그룹제를 폐지해 하부조직을 사업지향형 프로젝트(P/L)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연구분야는 성과위주의 프로젝트 단위의 PL제로 개편, 핵심요소기술 개발에 우선 순위를 두어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이에 따라 연구자원을 배분하게 된다. 이로써 각 연구소장은 PL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급변하는 R&D 환경에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연구자원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L은 해당 기술분야에 정통한 연구원이 단위 연구 프로젝트를 책임지며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투입자원의 운영, 참여연구원의 평가 등에 대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더 효율적이고 빠른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김 원장은 “전력연구원은 반복적인 기술은 아웃소싱을 하고 핵심기술의 고도화를 꾀할 것”이라며 “조직개편과 관련한 이 모든 것이 전력연구원의 체질개선을 위한 과정”으로 설명했다.

한전이 글로벌 ‘엔지니어링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 전력연구원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선택한 ‘KRP 경영철학’이 새삼 눈길을 끌었다.

KRP 경영이란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과 효율적 관리혁신을 위한 자원경영(Resource Management), 지속적 신뢰구축을 위한 파워경영(Power Management)을 뜻한다.

“K는 지식경영을 말합니다. 우리에게 있어 더욱 절실한 분야죠. 지식을 창출해서 여러 기술을 제공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동안 특허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 데 이제는 관심을 갖고 본사는 물론 우리도 특허기획팀을 별도로 만들어 과제 시작단계부터 특허 분석을 하고, 또 우리가 개발하는 것보다 외국이 갖고 있는 게 낳은 게 있다면 도입하는 것 등이 지식경영의 축을 이룹니다.”

이러한 지식과 자원, 파워라는 운영방침을 근간으로 그는 ‘DIET’라는 구체적인 네 가지 R&D 추진전략을 세웠다. 즉, 연구과제 추진을 차별화해 핵심자원에 집중(Differentiation)하고 제한된 사고의 틀을 벗어난 창의적 연구수행이 되도록 하며(Imagination) 연구성과 경제성 강화(Economy)를 통해 수익창출 중심의 연구수행과 고급기술 위주의 엔지니어링 컨설팅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R&D 자원을 경영 인팩트(Impact)가 큰 기술중심 TDR에 집중(Together TDR)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R&D 추진전략인 DIET를 구체화하기 위해 35명의 수석(을)급 연구원이 중심이 되고, 전 연구원이 참여하는 팀당 15명의 자율적 모임 ‘누리마루’를 구성했습니다. 전공 및 직급이 상이한 각양각색의 구성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소통과 교감으로 혁신적인 연구과제 발굴과 성과물 적용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도출 등 다양한 의견을 수집하는 창의적 모임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적극 지원하고 활성화 하고자 합니다.”

최근 스마트 그리드를 포함한 녹색성장과 녹색전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전력연구원의 역할과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전력연구원은 우리 회사의 미래성장 동력창출원으로서 녹색성장을 이끄는 신재생에너지기술, CO2 회수기술, 융·복합 기술인 전력IT, 스마트 그리드, PHEV(충전식 하이브리드 전기차) 기술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스마트 그리드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최근 본사와 연구원에 스마트 그리드 전담팀을 조직했다”며 인력도 계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임을 밝혔다.

“R&D를 이제는 단순히 R&D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R&D 이노베이션’이라는 말이 더 적합한 것이라고 봅니다. R&D란 돈(연구개발비용)이 기술이 되기까지의 단계고 다시 이 기술이 돈(기술개발품 상품화에 따른 수익창출)으로 되어야지 그게 실질적인 혁신이라든가 R&D의 성과인 것입니다. 우리도 항상 고민하고 비판받는 데 기술개발하고 나서 얼마나 활용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소위 2%로 부족해 활용을 못하고 있다면 돈만 들어갔지 내놓은 게 없는 것이기에 그걸 R&D로 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김종영 원장은 “순수과학자들은 제외하더라도 전력연구원이 진정, 글로벌 R&D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품의 상품화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말로 “적극적인 R&D의 의미를 다시 새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