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명주 사장

피츠버그 방문길에 심 사장은 웨스팅하우스사의 정비관련 엔지니어들과 미팅을 갖고 한라정공이 전력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노내 핵계측 검출기 안내관 인출삽입장비’의 개발 현황과 한국 원전에서의 실증 여부 등을 설명했다. 웨스팅하우스사 관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웨스팅하우스는 수년전부터 58개짜리 심벌(원자로 핵다발 안으로 들어가 있는 튜브) 타입에 맞는 노내 핵계측 검출기 안내관 인출삽입장비 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 원전산업의 침체 영향으로 협력업체가 문을 닫거나 기술력을 갖춘 엔지니어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개발 자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정공은 전력연구원과 공동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최초로 1개 구동설비 당 16개까지 심벌을 다룰 수 있는 ‘노내 핵계측 검출기 안내관 인출삽입 장치와 검출기 구동설비를 개발 완료한 후 고리원전 1~4호기와 영광 1~2호기, 울진1호기에 각각 설치한 바 있다. 또 내년 3월까지는 2호기에도 관련 장비가 납품된다. 고리원전 1~2호기의 경우, 심벌이 36개인데 반해 영광 1~2호기는 50개에 달한다.

웨스팅하우스가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중국에 설치된 웨스팅하우스 노형의 출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원자로 출력증강은 곧 심벌타입이 늘어남을 의미하고 있다. 한라정공이 개발한 장비는 원자로 용량에 따라 개수가 늘어나는 밀봉테이블 숫자와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고, 이미 한국 원전에서 실증을 통해 그 성능과 기술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노내 핵계측 계통은 가압 경수로형 원전의 원자로 내부를 이동형 검출기를 사용해 원자로 내의 지정된 안내관을 따라 상하로 이동하면서 중성자속의 분포를 측정하는 설비다. 이곳에서 취득된 정보는 원자로 노심 설계의 파라미터 확인에 활용된다.

끝단이 막혀있는 안내관은 원자로의 용량에 따라 36개 또는 50개가 배치되며 원자로 용기 바닥으로부터 밀봉 테이블까지 연장돼 있는 원자로 용기의 확장인 안내관을 통해 용기 내부의 핵연료 다발 속으로 삽입돼 있고 핵연료 교체 시에는 밀봉 테이블 상부 약 4m 위치까지 인출된다.

하지만 안내관은 원자로 냉각수 계통의 압력경계를 유지하는 안전성(Q) 등급의 중요한 설비임에도 불구하고 인출 및 삽입을 위한 안내관의 취급은 의외로 낙후돼 그동안은 작업자의 인력에만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인력에 의한 안내관의 인출 및 삽입작업은 안정된 자세를 취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과 고방사선 지역에서 수작업으로 인해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웠다.

한라정공은 안내관 인출 및 삽입 자동화 장치 개발과정에서 구동장치, 안내관 인장장치, 안내관 One Touch Holder, 저압 밀봉 기능을 겸한 O-Ring Clamp 등을 개발했다. 제어 및 감시장치는 삼창기업이 개발했다. 이 자동화 시스템이 개발됨에 따라 노내 핵계측 계통의 안내관을 인출 및 삽입할 수 있어, 계통설비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작업인원과 작업시간을 줄여 작업자의 방사선 쪼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안내관에 수직으로만 힘을 가할 뿐만 아니라 가해지는 힘을 측정해 정해진 힘을 초과하지 않도록 운전할 수 있어 안전성 등급인 안내관 등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노내 핵계측 검출기 안내관 인출삽입장비는 이동식 중성자 검출기를 채용하는 경수로형 원전에 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고리원전 1~4호기와 영광 1~2, 울진 1~2호기 등 8개 호기가 해당되며, 전 세계적으로는 약 170개 호기에 달하는 웨스팅하우스형 노형이 운전 중이다. 출력증강을 전제로 최대 4,000만달러의 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라정공이 주목하는 시장이 바로 해외시장이다. 심명주 사장은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으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웨스팅하우스 방문이 성사된 것도 한수원으로부터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

▲ 한라정공이 전력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안내관 인출삽입장비

한수원 중소기업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김정태 처장은 직접 추천서를 써 웨스팅하우스 사장에게 보냈다. 김 처장은 중기지원팀장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회사중 하나가 바로 한라정공이라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통해 해외 원전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한수원의 상생협력 방향”이라며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지난해부터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온 심 사장은 “원전 종주국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라며 “조만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 설립된 한라정공(주)는 원자력 발전설비 및 기자재 제조업체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국내 대표적인 원전설비 전문 제작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