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비전을 실현하는데 있어 에너지의 역할이 가장 크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 그리드 등 전력분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인터뷰 들머리부터 최형기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기술표준정책국장은 ‘스마트그리드’를 화제로 꺼냈다. 미국을 비롯한 EU 등 선진국은 물론, 최근 우리나라 역시 저탄소 녹색성장의 실현 비전으로 이를 화두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리드로 시작한 최 국장의 달변은 해당 업무로 이어졌다. 최 국장은 기술표준정책국의 업무를 소개하면서 “나라와 나라간에 교역을 하려면 해당 국가가 요구하는 시험성적과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모든 상거래와 관련된 일종의 ‘패스포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시험성적, 인증 등의 정책을 수립하고, 해당 산하기관을 국제기관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쉽게 설명했다.

이어 최 국장은 “FTA 등으로 인한 시장개방에서 인증관련 업무는 더욱더 중요한 팩트가 될 것”이라며 “과거에는 관세를 통한 규제가 주였다면 최근에는 기술규제가 향후 더욱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며 기술규제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그러면서 “선진국은 이미 관세규제를 통한 무역장벽을 버린 지 오래이지만, 최근 비관세장벽 중 가장 높고 두터운 장벽이 바로 기술규제”라며 “각 나라마다 규제하기 가장 좋은 것이 바로 기술규제”라고 밝혔다.

또 “선진국은 기술규제를 아주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최근 기술규제 흐름이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면서, 이들 국가들은 선진국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해당 국가가 원하는 인증기관에서 시험성적과 인증을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장은 그러면서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3개국 등이 특히 최근 기술규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며 “이들 3개국과 양자간 상호인정협정 체결에 중점을 두고, 올해부터 전략적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 국장은 “이들 국가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서 받은 시험성적과 인증을 인정해 달라고 독려 하고 있다”며 “향후 상당한 결과들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국장은 그러면서, “개도국 중 우리나라의 수출전략국가인 CSI, 중남미, 아프리카, 아세안(인도포함) 개발도상국 등은 아직 표준체계가 정립 안 돼 우리나라의 표준체계를 도입하도록 중점을 둘 것”이라며 “물건보다는 앞으로 사람과 문물이 국가간 교류의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를 위해 최 국장은 최근에는 개도국 국가의 정책 실무자를 대상으로 표준 관련 교육을 우리가 실시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정책 입안자를 중심으로 교육 대상자 폭을 넓혀 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규제 등 국제표준 관련 분쟁을 교육이라는 다른 영역으로 사전에 막아 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과 정책의 연결고리가 바로 표준에 있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한편 최 국장은 국제 표준화 활동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이 양립하는 전략을 수립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이같은 전략이 개도국에 강한 인상을 주면서 스며들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국제표준과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한국이 중간자 입장으로서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를 잘 활용하면, 국가 브랜드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최 국장은 그러면서 “KS인증에 머물렀던 표준관련 시각을 해외로 돌려 국제 표준활동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국의 표준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며 “최근 7년간 200여건에 달하는 국제표준을 제안, 이중에 46건이 채택 됐고, 20건을 제외한 나머지 제안들은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현황을 소개했다.

다음은 최형기 국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세계인정의 날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를 치른 소감과 성과는.
-국제시험기관인정협력업체(ILAC)와 국제인정기구포럼(IAF)는 인정제도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일반대중의 이해 증진을 위해 2007년 ILAC/IAF 총회 결의안에 따라 2008년부터 매년 6월 9일을 ‘세계 인정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세계 인정의 날 행사는 인정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산업계나 일반인에게 인정의 가치를 전달했다는데 그 성과가 있다.  또 국제기구 내에서 KOLAS 활동에 따른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한편 5대 분야 18개 과제에 대한 인정제도 확대에 대한 본격 추진을 통해 수출지원 및 녹색성장의 핵심 인프라 확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무역에 있어서 적합성평가의 상호인정협정(MRA)의 의미, 그리고 국가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그 파괴력은 어느 정도인가.

-세계무역에서 적합성평가의 상호인정협정(MRA)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시험성적서(Test Report)의 상호인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제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상대방 국가의 표준이나 기술 기준에 의해 시험을 실시하고 성적서를 발행하면, 그 결과를 상대국에서 인정해 주는 것으로 시험이나 분석을 상대국에 대행시키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는 자국의 수출업체는 시험기간의 단축, 경비 절감 및 기술 유출 방지 등 비용절감과 편의성면에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로부터 마킹이나 제품 인증에 대한 상호 인정으로 더욱 발전될 수 있으며, 시험결과가 표준에서 정한 요구 사항을 만족하며, 마킹이나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는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 타국의 결과를 수용하는 인증의 위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상호인정의 궁극적 확대 사례는 EU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EU는 시장 단일화를 위해 시험 성적, 마킹, 인증 뿐만 아니라 단일 표준을 사용하고 있고, 인증도 단일마크(CE)로 통일하고 있어 명실상부하게 시장 단일화를 이룬 것이다.

이는 세계 무역에 있어,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단축하고 각 국가별로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한 의도적인 기술 장벽을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국가 간 FTA (자유무역협정)로 가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의 하나인 것이다. 그러므로 적합성평가 상호인정이 활성화되면 FTA의 성립 조건을 활성화하고 세계무역을 보다 왕성하게 촉진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경제 여건상 인정제도가 수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다.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국내 시험기관에 대한 인정(Accreditation)은 시험, 측정을 수행하는 시험소의 능력 및 자격을 평가해 국제적인 공인시험기관으로 승인함을 의미한다. 세계 10위권의 수출국인 우리나라에서 국제공인시험기관은 우리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기업 간 거래에 있어서도 제품에 대한 국제수준의 상호신뢰성을 제공함으로써 기업간 거래의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제공인시험기관의 증대와 인정받은 시험범위의 확대는 곧바로 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 즉 시험기간의 단축, 경비 절감 및 기술 유출 방지 등 비용절감과 편의성 등 기업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제인정기구의 상호인정협정(ILAC-MRA) 체결로 우리나라 공인성적서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어 경제적인 이득효과를 본 사례가 있는지.

-국내시험기관에서 인정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수요기업에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효과를 제시한 사례는 많다. 그 중에서 수요기업들이 제시하고 있는 몇 가지 사례가 있다. 먼저, 그 동안 국내 휴대폰 생산업체가 GSM 휴대폰을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BABT, 독일의 TUV PS등의 인증기관으로부터 제품인증을 받아야만 수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인정기구(KOLAS)의 인정을 통해 국내 시험성적서로도 별도의 심사절차 없이 제품인증을 받아 수출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연간 약 138억원의 해외 시험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주식회사는 미국으로부터 대형 해양구조물을 수주해 건조하는 과정 중에 해당공사에 사용하는 전기분야의 모든 계측기를 미국의 표준기관인 NIST부터 직접 교정받을 것을 요구받았는데, ILAC-MRA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 정리해 설득한 결과, KOLAS 공인성적서를 인정받았고, 해당 계측기를 전량 대우조선에서 자체교정해 성공적으로 공사를 종료, 연간 약 120억원을 절감하게 됐다.

이외에도, (주)오뚜기가 국제공인시험성적서로 식품기준이 엄격한 유럽시장에 진출해 ‘06년 (주)오뚜기식품 해외 수출실적을 510억원으로 늘린 사례가 있다. 

<최형기 국장은?>

충남 홍성 출신의 최형기 국장은 서울고를 거쳐, 한양대에서 공업화학과를 졸업했다. 또 한양대 공과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주)한화 연구원을 거쳐 세원전자(주)와 정남유화(주)에서 선임연구원과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아울러 숭실대와 한양대, 서울시립대 등에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992년 공업연구관으로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최 국장은 재료분석과장, 생물환경과장, 생활복지과장을 거쳐 기간산업기술표준부장, 표준기술지원부장 등을 맡아 기간산업의 표준 지원과 기업의 표준화를 지원했다.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국방대학원 파견 근무를 마친 최 국장은 2월부터 기준표준정책국장을 맡아 기술표준정책, 국제표준화, 기술규제 및 적합성 분야의 정책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최 국장은 고분자학회, 공업화학회, 재표공학회, 일본의 Plastic Recycleing 학회의 이사 등을 역임하는 등 국내외 학회에서 활동을 해 왔다. 표준과 신소재, 복합재료, 환경분야 등 30여 과제에 대해 연구 및 기술이전 활동을 벌여왔고, 국내 46건, 국외 12건 등 58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개인적으로는 2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