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성 사장

이준성 동일E.S.D(주) 사장은 큰 ‘그늘’을 잃었다. 설립자이자 아버지인 이동형 회장이 최근 지병으로 타개했기 때문이다. 고인이 된 이 회장은 1979년 ‘동일전자산업개발’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전력전자’라는 분야를 개척해 온 선구자로 평가를 받아왔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이 회장은 1970년대 서울 종로에 있던 한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전 연수원으로부터 전력전자 분야에 대한 위탁교육을 의뢰받고 강의를 하던 중 ‘우리나라에도 자동제어와 전력전자를 전문적으로 제작, 수리를 해주는 업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한전 직원들의 권유로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그 작은 회사가 바로 동일전자산업개발이다.

이준성 사장은 “아버님이 동대문에 10여 평짜리 사무실에 책상하나 놓고 시작한 사업이 바로 오늘날 동일E.S.D(주)의 모태가 됐다”며 “일에 대한 대가 이전에, 발전소 현장에 대한 열정과 그 현장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에게 신의에 가까운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3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동종 업계에서 30년을 생존해 왔다”고 회고했다.

▲ 자동전압조정기 국산화를 견인해 온 이준성 동일E.S.D(주) 사장(가운데)과 임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AVR(자동전압조정기) 국산화 전문기업인 동일E.S.D는 고 이동형 회장이 당시 서울화력 근무자는 물론, 한전의 본사 직원을 설득한 후 시행할 수 있었던 4호기 AVR 국산화를 바탕으로 AVR 국산화에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한다.

지난 1992년 6.25 직후 원조제품으로 공급됐던 호남화력 2호기의 AVR 국산화를 시작으로 1호기는 물론 영남화력에도 자체 개발한 AVR 시스템을 공급했다. 그 후 2000년대 들어 평택화력에 전력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아날로그 2중화 여자시스템을 제작, 설치했다.

특히 전력연구원의 발전기 여자시스템 오프라인 시뮬레이터는 현장검증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국내 원자력발전소 뿐만 아니라 GE사의 EX2000 시스템이 적용된 500㎿급 표준석탄화력에도 적용됐다.

▲ 자동전압조정기

또 2007년에는 제주화력 가스터빈 3호기의 AVR 국산화에 도전, 이를 완수했다. 제주화력의 가스터빈 3호기는 광역 정전이 발생할 경우, 여타 발전기가 시동하는데 필요한 전력을 공급해 주는 비상발전기 역할을 담당하는 중요 발전기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남부발전 남제주화력 내연 AVR 시스템의 국산화를 완료했다. 동일E.S.D는 남부발전으로부터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 협력중소기업에 선정됐다.

故 이 회장이 투병중인 가운데 만났던 이준성 사장은 “현재까지 우리가 납품한 제품으로 인해 발전소에 트립이 생겼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단순한 업자이전에 스승으로서 대우를 받았던 아버님의 ‘신의’를 중시하던 신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전력전자를 리더 할 전문 기업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창립 30주년과 관련해 올해로 22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호진 기술개발팀 이사는 “후회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술적 호기심의 허기를 채울 수 있었던 만족감이 가장 컸다”면서 “발전소라는 응용분야 중심에서 우리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앞으로 이를 구체화하는데 일익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8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중용 팀장도 “안정적 전기를 공급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만들고, 실제 이 장비를 설치해 발전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뿌듯했다”면서 “성취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로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입사한 새내기 이민아 사원은 “가족같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 좋다”면서 “사장님이 담배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준성 사장은 “동일E.S.D의 오늘이 있기 까지 많은 도움을 준 발전소 관계자들의 노고와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면서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발전소의 안정적 운영에 일익이 되는 제품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내년에는 우리만의 사옥을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제2도약의 발판을 삼겠다”며 “임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력제품은

AVR(Excitation System, 자동전압조정기/)=보통 Analog Type과 Digital Type으로 구분되는데, 각각 직접여자방식과 간접여자방식으로 구분된다 동일E.S.D의 제품은 호남화력 1~2호기, 영남화력 2호기 평택화력 1~4호기, 제주화력 가스터빈 3호기에 설치돼 있다. 제주화력은 전력연구원개발 제품인 KDR-1200 Model이다. AVR은 설계, 제작, 유지보수가 모두 가능하며, 유지보수의 경우는 어떤 회사의 제품도 가능하다.

또 PCR(Phase Control Rectifier), SRP(Silicon Rectifier Panel) 등 다양한 정류기를 제작하고 있다. 각각 소자에 따라 다르게 운영이 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어떠한 용량에도 모두 적용이 가능하도록 설계, 제작, 유지보수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는 평택화력 1, 4호기의 SRP, 남제주 내연 1~4호기에 설치돼 있다.

또 VFD Power Cell도 개발했다. ESCO사업으로 최근 들어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실험용 Simulation 장비 등을 개발했고, 구형 VFD, 신형 VFD등의 유지보수도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평택화력, 서울화력, 인천정유의 VFD를 들 수 있다. 아울러 SFC시스템도 있다. 최근 양수에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현재는 유지보수에만 가능하지만 앞으로 기술개발을 통해 제작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산청양수발전소의 SFC Monitoring System, 안양복합 등에서 유지보수를 수행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시스템의 Reverse Engineering이 가능하다. 이는 동일E.S.D의 초창기 주력사업으로 어떠한 시스템도 도면화, 제품화를 단시간에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면과 매뉴얼은 좀 더 좋은 제품으로 개발이 되기도 하고, 그동안의 문제점을 해결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실적은 삼천포 5~6호기의 전원장치 접지 분리 공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