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안전에 디지털 혁명이 곧 도래할 전망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고원식 전기안전연구원장은 최근 “아크감지기술을 탑재한 지능형분전반의 보급이 완료되면 전기화재 점유율이 19%대에서 6%대로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주택안으로 인입돼 분기되어 있는 각각의 전원 회로의 차단기는 과부하와 단락, 누전에 대한 보호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보호기능이 완벽할 경우, 전기재해가 예방될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상당부분의 화재가 전기에 의해 발생되고 있다. 통계청과 소방방재청이 밝힌 화재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전체 화재발생건 중 전기화재 점유율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35.7%까지 달했다. 지난해에는 4만9,631건에 달하는 전체 화재건수 중에 전기화재는 9,808건으로 19.7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원인별로 살펴보면, 미확인 단락이 2,851건으로 가장 많았고, 절연열화에 인한 단락(1,946건), 과부하?과전류에 의한 단락(1,318건), 접촉불량에 의한 단락(1,025건)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 혹은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과열에 의한 아크고장의 발생가능성으로 인해 아크고장에 의한 전기화재는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이런 아크고장은 일반적으로 빠르게 발화로 진전될 수 있는 높은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하지만, 배선용차단기나 누전차단기는 줄열에 의해 발생되는 절연체의 열적 손상으로부터 배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아킹의 영향으로부터 회로를 보호하지 못해 전기화재의 주요원인인 아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다.

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연구원은 지난 2005년부터 전력IT 국가 과제로 정보통신기술(IT)과 전력기술이 융합된 지능형 홈 분전반 개발을 추진해 왔다. 이 결과, 유비쿼터스 환경과 접목한 원격 실시간 감시를 통한 지능형 홈 분전반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결과물(H-SCP)은 현재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28가구에 설치돼 시범 운영되고 있다.

고 원장은 “그동안은 아크감지기술이 없었다. 전기화재의 80%가 아크가 원인”이라며 “아크감지기술을 홈 분전반에 탑재해 재해 예방차원서 획기적이어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기안전연구원은 이 분전반의 보급이 완료되면 19%에 달하는 전기화재를 6%로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런 이유로 고 원장은 “현재 국가 전기안전망 구축을 준비중”이라며 “정부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고 원장은 또 “스마트그리드에 전기안전 분야가 빠져 있는데, 지능형 홈 분전반을 스마트그리드와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그리드에 이 기술이 포함될 경우, 제주도 3,000호 가구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시범단지 구축 사업 과정에서 지능형 홈 분전반도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고 원장은 “전압 승압 과정에서 누전차단기 설치가 오래 걸렸듯이 지능형 홈 분전반 설치도 오래 걸릴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2005년 목욕탕 등 습기와 민감한 시설에 설치했고, 지난해에는 전 시설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법제화 했다”고 소개했다. 고 원장은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선진국 수준보다 전기화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지능형 홈 분전반에 탑재된 실시간 감시요소는 전원의 전압과 부하전류, 피상전력, 순시전력, 영상전류 등과 같은 기존의 보호체계에 부가적으로 아크고장 차단 및 감시 기능 포함시켜, 전기안전 감시기능외에도 일반 화재 및 보안에 대한 감시기능도 수행하도록 했다.

수용가에 발생된 전기적 문제는 지능형 홈 분전반이 아상상태를 검출, 서버로 전송하고 이 정보는 지정된 관리자의 PDA로 SMS 문자 정보를 전송, 현장 관리자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전기안전연구원은 올해안으로 안동하회, 경주 월성 양동 등 6개 민속마을 2,200가구중 1단계로 2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운영하고, 내년에는 2단계로 전 가구에 확대할 계획이다.

고 원장은 “이러한 실시간 감시 기능으로 기존의 방문 점검보다는 사전적 예방차원서의 점검 가능해, 현재 현장 점검위주의 전기안전 시스템의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전기안전 선진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그러면서 “지능형 홈분전반 보급이 완료되면, 연간 6% 수준으로 전기화재를 줄일 수 있어 연간 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과 196명의 인명손실 방지하는 한편, 화재발생 이후의 막대한 간접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다”며 “국내 1,840만호 가구중 취약설비와 다중이용설비가 약 100만호에 달하는 데 여기에 우선적으로 공급해도 크게 실효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74년 전기안전공사의 부설연구원으로 설립된 전기안전연구원은 1991년 조사연구실을 모태로 1995년 경기도 가평에 연구원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연구활동을 시작했다. 연구원은 전기화재, 감전, 전기설비사고, 전력IT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2003년 5월부터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전력산업원천 개발사업 중 전기안전기술 분야의 관리기관으로 지정받아 그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2005년 전력IT 과제에 참여, IT 기술을 융합한 지능형 홈 분전반(H-SCP)을 개발해 사용자가 전기설비 사고에 대한 사전예방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전기안전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3년 6개월 동안 전기안전연구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고 원장은 올 1월 다시 연구원장으로 부임해 국가전기안전망 구축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고 원장은 “국가안전망구축으로 전기화재 예방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전기재해 사고후 분석방법을 조직화 할 수 있도록 올해안에 전기재해 분석센테를 구축할 것”이라며 “현재 구축된 케이블 DB를 바탕으로 변압기 등으로 DB 구축을 확대해 명실상부한 재해예방 분석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원식 원장은 올 4월, 전기안전기술 중장기(2005~2014) 액션플랜을 국내 최초로 수립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인 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산학연 전문가 64명으로 구성된 전문가그룹은 지난 2004년 1월부터 2005년 6월말까지 15개월 동안 미래 전기안전분야의 성장엔진을 발굴하기 위해 액션플랜을 수립한 바 있다. 이 플랜에 따라 2004년 30억원에 불과했던 연구비 지원규모는 2007년 60억원으로 확대된 바 있다.

고 원장은 “연구비 지원규모를 100억원까지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산업계와 학계 등으로 전기안전 관련 R&D가 확대,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담=김홍섭국장

“스마트 그리드와 연계방안 추진”

▲ 고원식 전기안전연구원장이 지능형 홈 분전반(H-SCP)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전기안전연구원이 의욕적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전기안전망은 사전감시 및 조치 체계를 갖는 시스템의 구성 및 운영을 말한다. 이를 통해 전기화재 예방 및 감소는 물론, 전기안전 관리의 효율화를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할 핵심 기술이 바로 지능형 홈 분전반이다.

복지영유아시설, 문화재 및 민속마을, 재래시장, 소외계층 등에 설치된 H-SCP는 인터넷을 통해 지역센터와 연계되고 이는 다시 재난관리기관과 공유할 수 있는 국가전기안전관리센터와 연계된다. 전기안전연구원은 국가전기안전망이 구축 완료되면, 연간 400억원에 달하는 직접적인 재산피해와 200여명에 달하는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화재진압비용 등 막대한 간접비용도 줄일 수 있다. 전체 화재중 19%에 달하는 전기화재의 87%를 사전예방을 통해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안전연구원은 우선, 문화재청과 연계해 전국 6개 민속마을 등 2,000여 가구와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3,000호 가구 등은 물론 단계별로 예산을 확보, 사회복지 시설 및 취약시설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안전연구원은 현재 전기안전 분야가 빠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구축사업에 지능형 홈 분전반에 의한 국가전기안전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연계형을 개발하고, 제주 실증단지에 구축하는 한편, 스마트 콜과 연계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리=박해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