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협회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수장이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된 후 1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중도에 사퇴했기 때문이다. 좌초한 ‘남병주 號’로 인해 전기공사협회는 그간 쌓아 올린 위상이 실추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남병주 21대 전기공사협회 중앙회장은 지난달 공제조합 이사장 시절 대출에 따른 리베이트 명목으로 5억원을 수수한 사건과 관련해 1심 판결에서 법원이 추징금 5억원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하자,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남병주 號를 대신해 전기공사업계를 구원할 구원투수를 결정하는 방법이 새로운 논란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기공사협회 선관위는 최근 오는 21일 남 회장의 잔여임기를 맡을 적임자를 선택하기 위해 임시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임총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한 후보가 두 명이 나왔다.

전기신문사 사장을 역임한 최길순 후보(61세 에이치케이건설 대표)와 경기도회장을 맡고 있는 채규암 후보(54세 청한전기 대표)가 각각 구원투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단일화가 이번 보선의 쟁점으로 부각된 이유는 남 전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인해 공사협회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은 가운데, 꼭 경선이라는 방식으로 구원투수를 결정해야 하냐는 분위기가 존재하면서다. 경선보다는 추대를 통해 실추된 공사협회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호 1번 최길순 후보 측은 최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단일화 쟁점으로 부각…10일 회의결과 촉각

3일 입후보한 두 후보는 4일 기호추첨을 하고 ‘휴전’기간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개점 휴업 상태다. 단일화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10일 대전서 열리는 회의결과 이후 본격적인 경선에 들어가자고 양 후보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번 보선의 출마 배경을 언급한 기호 2번 채규암 후보는 “최 후보 측에서 연륜과 경험으로 볼 때 단일화한다면 최 후보가 돼야 한다며 제가 사퇴할 것이라는 선거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도 사퇴는 절대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채 후보는 “선거 당시 남병주 회장의 선대위원장을 맡은 집행부로서 현재의 상황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며 “책임을 지겠다는 소신을 갖고 이번 보선에 출마를 한 것”이라고 힘을 줬다.

특별한 선거전략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 채 후보는 “전임 회장이 역동적으로 추진했던 사업들이 많았는데, 이런식으로 그만두게 될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최 후보에 비해 비록 적지만,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젊다는 점으로 진실성 있게 대하면 대의원들도 진심을 알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 후보는 또 “박운희 전 회장 이후 안정기에 들어섰던 협회가 갑자기 이런 사태를 맞이해, (협회가)선장 없이 항해하고 있는데, 지경부나 한전 등에서 우려 섞인 시각으로 협회를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열심히 노력해서 (우려 섞인 시각을)털겠다”고 밝혔다.

채 후보는 그러면서 “이번 보선은 돈이나 비방 등으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아직은 열세이지만 진실성을 갖고 대의원에게 호소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자유분방하고 젊은, 새로운 시각을 겸비한 대의원들이 새롭게 포진된 만큼, 20~30%의 유동층 대의원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 회장은 특히 “문제가 된 전임 회장들을 보면 외형을 늘려 타업종에 진출하다보니 잘못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건설 등을 배제한 단종 분야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비리의 재발방지 해법을 제시하면서 “중앙회장의 경우, 도덕적으로 깨끗해야만 직원과 회원들을 끌고 갈 수 있다”며 전기공사협회는 단종 업체가 끌고 가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좌초 ‘남병주 號’ 수리 후 재가동

채 후보는 남병주 전임 회장이 추진했던 독도태양광 건설 등 묵직한 사업들을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선박을 건조하기보다는 좌초된 배를 수리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채 후보는 “전임 남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독도 태양광발전 건설 사업이 잘 추진이 안 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남 회장이 펼친 사업들을 마무리 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석부회장 제도 신설과 관련해 채 후보는 “잔여 임기라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면서 “연구하고 검토해서 옳은 방안을 찾겠다”라고 언급했다.

선거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3년 연임제를 4년의 단임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채 후보는 “아직 시도회장단과 정식으로 논의를 벌이지는 않았지만, 4년 단임제로 가는 것이 맞다”면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의원 선출방법 등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며 선거제도는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채규암 號’만의 색깔도 칠할 것이라며 협회조직 개편, 중앙회에 집중된 권한 일부 및 예산집행권을 단계적으로 이양, 분권형의 시도회 운영제를 시행하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채 후보는 우선, 전기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장기 성장발전 로드맵을 수립해 이를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전기공사업의 녹색성장 전략수립, 신재생에너지, 기후변화에 따른 전기산업의 신성장동력원 발굴로 업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전임 남 회장도 강조했던, 분리발주 제도의 사수와 해외시장 진출 및 활성화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전기단체 총 협의회’ 구성을 언급하면서 “전기관련 유관기관과 공조 체제를 구축해 연대강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채 후보는 또 전기공사인력개발원 등 부설기관의 운영 효율화도 언급했다. 재해예방기술원, 전기설비진단센터, 교육훈련 혁신센터 등 자립도를 제고함은 물론 수익모델 개발로 회비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기시공기술사의 국가기술자격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해 토목건축에 비해 소외된 시공기술의 중요성을 제시해 기술의 위상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실추된 협회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그간 지속해온 무료봉사활동, 이웃돕기, 장학사업 등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이미지 개선과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내 놓았다.

1976년 인천대 전기과를 졸업한 채규암 후보는 1999년 경기대학교 행정대학원 고위정책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1999년부터는 (주)청한전기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1980년 설립된  청한전기는 올해 전국 도급순위 821위 업체로 시공능력평가액은 71억원. 지난 1999년이후 한전의 배전공사 협력업체로 선정돼 10여년 동안 배전선로의 안정성 확보와 안정적 전력공급에 일익을 보태왔다.

2002년 4월부터 2005년 6월까지 협회 제도개선위원을 맡아 활동했고, 이후 2008년 5월까지 기술개발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 2006년 3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전기신문사 이사를 역임한 바 있고, 2008년 1월 경기도회장 선거에 출마 회장에 당선된 바 있다.

아울러 전기공사공제조합 경영혁신특별위원회 위원과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전 사장 감사패를 받았고, 2003년에는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한국로타리장착문화재단 가족봉사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전기신문사 사장 공로패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