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스마트그리드의 후폭풍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전력산업계가 흥분하고 있다. 정부 역시 미래를 선도할 핵심 사업으로 스마트그리드를 선택하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 엇갈리면서, 여전히 그 정의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설비개선을 중심으로 한 미국에 비해 우리는 에너지효율 개선을 염두에 둔 스마트그리드를 추진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명확히 ‘그것’이 ‘무엇’이라는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를 대하는 전력산업계 조차도 여전히 상이한 시각이 존재한다. 전력IT 실증이냐, 다른 산업과의 융합화냐를 놓고서도 프리즘의 다양한 색깔처럼, 아직은 형형색색이다.

지난주, 출범 2주째를 맞이한 한전 스마트그리드추진실 남효석 실장은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남 실장은 그러면서 “현재 해야 할 일과 향후 할 일을 구분해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선, 제주 실증단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중점을 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 “실증단지 구축 사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스마트그리드 로드맵을 구체화시키는데도 힘을 쏟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2차 스마트그리드추진위원회가 열렸다. 한전 관계자는 “제2차 스마트그리드추진위원회 회의에서는 로드맵 시안이 발표됐고, 각 분과위원회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됐다”면서 “아울러, 정부의 로드맵외에도 한전만의 독자적인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개진됐다”고 밝혔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지만, 업무 원칙은 명확하다. 남 실장은 앞으로 “이상만을 앞세우면서 스펙트럼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현실로 구현하는데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만큼,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서 처음을 하는 일이라, 아직 정돈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과 현재 수준을 정확히 판단한 후 목표 등을 구체화 해 나갈 것”이라면서 “정부가 제시한 비전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나가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스마트그리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 실장은 “아직 구체적인 정의가 없지만, 스마트그리드가 CO2 절감과 효율개선 등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면서 “한전이 여러 효율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우선은 AMR, DAS, SCADA 등 첨단 전력IT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연동해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7일 스마트그리드추진실이 개최한 워크샵에서 발표된 제주 통합실증단지 구축 및 운영계획에 따르면 제주 통합실증단지에는 발전(계통) 분야로는 K-EMS, 송전은 지능형 송전망감시시스템과 능동형 텔레메트릭스, 변전에는 대용량 전력수송 제어시스템, 디지털 차세대변전시스템 등이 장착될 전망이다.

또 배전분야에는 배전 지능화시스템이 고객을 대상으로는 마이크로그리드시스템과 수용가 통합자원관리 등을 장착되며, 전력반도체 기술과 전력선통신 유비쿼터스시스템 등이 공통으로 쓰이고, 아울러 전력IT 10개 과제로 개발된 시스템 전부가 장착돼 연계된다.

여기에다 전기자동차 충전소 5개소와 스마트미터기(AMI)를 200호에 설치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전력저장장치 등과 연계하는 추가기술 등도 포함될 예정이며, 스마트 가전, 통신, 그린빌딩 등이 신규로 참여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남 실장은 “IT, 주택, 건설, 자동차 등 다른 산업과의 융합에도 노력할 것”이라면서 “제주 실증단지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쳐, 국익을 제고함은 물론, 해외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 총 1,260억원이 투입돼 착공되는 제주도 실증단지 건설을 위해 한전은 1차로 810억원으로 전력IT 실증을 추진하고 45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AMI 등 관련 요소기술. 분산전원 연계 등이 추진된다. 전력IT 실증플랜트 구축 및 운영에는 500억원이 소요된다. 소요 재원은 현금 375억원과 125억원 가량의 현물이 투입된다.

또 설비 및 전력설비상태 감시 및 검증과 평가에 98억원을 투입하고, 스마트그리드 체계 통합시험 평가 및 아키텍처 개발 등에 212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3,000호 규모의 실증단지의 부하는 10㎿로 여기에는 주택과 상가, 공장 등이 믹스된다. 전력설비는 2개의 변전소와 4개의 배전선로로 구성된다.

이와 관련 남 실장은 “앞으로 제주 실증단지는 액션 플랜을 마련하고, 12월까지 실증단지 구축을 위한 상세설계를 마친 뒤 내년 1월 본격적인 실증단지 구축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통합실증단지는 새로운 시스템이 한전 전력계통망에 연계돼 실증을 하게 됨으로, 안정적 전력계통 운영, 보안, 고객안전이 필수적임에 따라 실증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지만, 다양한 기업들이 실증단지에 참여하게 됨으로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 실장은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경계했다. 남 실장은 “업계에서 신사업을 펼칠 새로운 영역으로서 스마트그리드에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면서 “너무 기대를 걸면, 실망이 크다”고 강조했다.

남 실장은 그러면서 “신성장동력으로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걱정이 존재한다”며 “과열되기 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계 최초로 국가단위의 스마트그리드구축을 약속한 해가 2030년이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갖고 찬찬히 살펴보면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 추진실은

부사장 직속으로 스마트 그리드 로드맵 수립 총괄

▲ 남효석 실장(가운데) 등 스마트그리드실 직원들이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전은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기술본부 녹색성장팀내에 TDR팀으로 존재했던 스마트그리드추진팀을 부사장 직속의 스마트그리드추진실로 격상했다. 또 지난달 29일 추진실장에 기획본부 요금제도팀 남효석 팀장을 임명했다. 스마트그리드추진실은 총괄팀, 기술개발팀, 실증팀 등 3개의 팀, 총 28명의 간부와 직원들로 구성됐다.

팀장을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된 총괄팀은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추진 업무의 총괄 및 종합 조정 업무를 담당한다. 또 정부 정책 및 법과 제도와 관련된 협력을 진행하게 된다. 아울러 스마트그리드 로드맵을 수립하고, 스마트그리드 기반의 성장동력원도 발굴, 그 수행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스마트그리드추진위원회 운영 등 관련 기구를 운영하는 한편, 홍보 전략을 수립 시행하게 된다.

7명으로 구성된 기술개발팀은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술개발을 총괄하게 된다. 전기자동차 인프라, 전력저장 장치, AMI 구축 지원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그리드 통신 인프라 구축 및 정보처리 기술의 고도화 전략도 수립하고 스마트그리드 관련 계통 운영시스템의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아울러 정보보안 등도 핵심 업무다.

10명으로 구성된 통합실증팀은 제주도 통합실증단지의 구축과 운영 및 성과물에 대한 평가를 담당할 예정이다. 우선 실증단지에 전력IT 성과물의 설치 설계를 구축을 추진하고 통합운영시스템 및 응용시스템도 구축한다.

또 실증단지의 네트워크 설계 및 신호전송 인프라 등도 구축한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로, 전력저장장치, AMI의 연계 및 실증을 추진한다. 특히 실증단지의 사업화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실증할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