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학 전등기구조합 이사장이 정족수 미달로 임시총회 무산을 알리고 난 직후 총회장을 빠져 나가자 총회에 참석한 회원사 대표가 이를 저지하고 있다.

전등기구조합을 둘러싼 잡음들이 결국 법원의 손을 빌어야 하는 사태까지 치닫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전등기구조합 임시총회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됨에 따라 임훈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이사장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조속히 처리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 중소기업중앙회 감사실에 이번 임시총회가 이사장측의 조직적인 방해로 무산됨을 알려 이번 전등기구조합 감사결과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2주후에 임시총회를 재소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시총회에 참석한 한 조합회원사는 조합측에서 물량배정 수수료를 과도하게 산정해 가져갔다고 주장하며 해당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과 함께 조합을 상대로 부당이익금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왜 임시총회는 무산됐나?
이번 임시총회는 전등기구조합 정상화를 위해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7일 전체 170개 회원사 가운데 67개사의 동의를 얻어 요청했다.

주된 안건은 ‘임원의 선출과 해임의 건’으로 현 김종학 이사장이 물량배정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등 조합운영을 파행으로 운영,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일 임시총회에 참석한 회원은 본인 참석이 29명, 대리참석 12명 서면결의 3명 등 모두 54명이 참석, 의결정족수인 86명에 훨씬 모자라 결국 30여분만에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임시총회 무산으로 비대위는 위상이 크게 흔들렸으며 조합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던 회원사들조차 비대위가 임시총회 성원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사장측이 회원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며 비대위 주장에 반박하는 등 임시총회를 앞두고 회원사 세력규합에 힘쓴 것과는 대조적으로 비대위는 물량배정의 부당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기존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되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한 업체대표는 임시총회가 무산되고 남아있던 회원사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된 간담회에서 비대위측에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에너지관리공단 물량배정 신청에 비대위 역시 떳떳하지 못한 처신을 한 것이 아니냐”며 “진정 조합의 정상화를 위한다면 비대위가 먼저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밝혀 물량배정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전체 조합운영 정상화와 회원사 발전을 위한 처사임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 앞으로 전등기구 조합은?
임시총회 무산으로 일단 이사장측은 한숨 돌렸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산자부에서 열린 ‘조명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김종학 이사장은 몇몇 비대위측 인사들과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이사장은 “정부가 적극 나서 국내 조명산업 육성을 위해 힘쓰고 있음에 감사한다”며 “조명관련 산업들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전등기구조합 및 조명기술연구소 이사장으로써 조명산업 발전정책을 충실히 추진해 나가도록 힘쓰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반면 비대위측은 내외부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가 더욱 쌓이게 됐다.

당장 외부적으로는 현재 계류 중인 이사장직무정지 가처분신청 사건을 조기에 진행시켜야 하는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

각종 투서와 민원신청으로 제기된 전등조합 파행운영과 허위 물량배정에 대한 조사내용들 역시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시작된 중소기업중앙회의 전등조합 감사결과는 아무리 빨리 보고서가 작성되더라도 9월말까지는 발표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외부적으로 조합의 파행운영을 알리는 데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조달청 하청납품 민원이나 중소기업중앙회 부당 물량배정 조사, 국회의원 자료요청 등에 대한 조사들이 모두 미뤄지거나 별다른 조치사항 없이 마무리됐다.

내부적으로는 임시총회 무산으로 떨어진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시키느냐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비대위를 지지하던 회원사들의 재규합과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기위해 밥그릇 싸움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노력들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또 비대위 내부에서 의견 차이를 보인 이사장 퇴임이라는 강경파와 조합 정상운영을 위한 직무유지라는 온건파와의 입장조율이 필요하다.

이렇듯 바빠진 비대위가 정관에 따라 추후 열리게 되는 임시총회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 향후 진행될 상황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