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한국과학기자클럽은 지난달 29일 프레스센터 20층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정확한 이해와 대응방안’이라는 주제의 원자력안전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주 일본 후쿠시마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의 토론회가 각각 열렸다. 지난달 25일 환경운동연합과 에너지정의행동은 환경재단의 후원을 바탕으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원전 대전환, 에너지 대안 가능하다’라는 주제로 한국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틀 후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한국과학기자협회는 같은 장소 20층 국제회의장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정확한 이해와 대응방안’이라는 주제의 원자력안전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NGO와 원자력문화재단ㆍ과학기자협회가 후쿠시마를 보는 ‘눈’은 확연히 달랐다. 원전 대전환을 주장하는 NGO의 시각은 장기적인 계획으로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원자력문화재단은 사고의 정확한 원인 및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 전망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면서 원자력안전 및 방사선 영향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전 대전환, 에너지 대안 가능하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5일 체르노빌 25주기를 맞아 열린 원전 대전환을 위한 에너지 대안 토론회에서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에너지 정책에 있어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계획으로 재생가능에너지의 수출을 동력화 시키며 그 규모를 확대시키는 것이지, 원전 확대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그 대안으로 ‘에너지 소비 자체를 절감할 것’과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일 것’, ‘지역 간 갈등을 줄여 지역분산형 에너지 체제를 수립할 것’ 등을 내세웠다. 윤 교수는 “에너지정책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짚어보지 않고, 단기적 경제발전을 위해 안정적 기저부하인 원자력 발전의 의존도를 높이고, 공급지향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과다예측 하는 등 현행 국가에너지 기본 계획에는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필렬 한국방송대학교 교수도 ‘한국에서 에너지 전환은 가능한가?’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수 십년의 장기 계획을 세워서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며, 에너지전환전문 정당 및 에너지전환 씽크탱크(Think Tank) 등을 마련해 원전으로부터의 에너지 전환 의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순진 교수가 말하는 원전 대안은
윤 교수가 말하는 원전의 대안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생태적 전환’이다. 그것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탄소ㆍ저오염의 환경성을 염두에 둠은 물론이고, 에너지의 개념을 경제활동의 동력이나 인간 필요 충족의 개념으로 보기보다는 안정적이고 효율성을 갖춘 서비스로, 시민들의 민주적 참여가 가능한 부분으로 보자는 것이다.

윤 교수는 또 “환경, 경제, 사회 측면에서 에너지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하고, 시민 에너지 소비 절약,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가능에너지의 분산적 구조를 차차 이뤄가며 궁극적으로는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한 지역에너지를 확대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아울러 에너지 거버넌스(governance)로 만들어진 현 에너지위원회에 지역과 시민단체 의견이 대변될 수 있는 구성이 첨가돼야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윤 교수가 말하는 현 에너지정책의 문제점은 에너지 수요를 지속적인 증가 추세로 보고, 공급을 확대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다. 그 과정에서 원전 중심의 정책은 과열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핵연료 처분경험 미비, 원전 상류 및 하류 후행주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증가 가능성, 방사능 문제등이 존재하는 한 원전은 에너지 정책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필렬 교수 “독일 녹색당 본받아야”
이필렬 교수는 에너지 확대 정책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넘어가기 위한 그 가교적 역할로 독일의 에너지전환정책을 본받아야 할 것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독일의 에너지 싱크탱크인 생태연구소는 지속적으로 원전발전의 위험과 문제점을 제시하며 에너지전환 시나리오를 내놓았고, 녹색당은 원자력 포기라는 당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밝히며 “독일이 脫원전으로의 에너지전환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생태연구소와 녹색당의 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60년대 말부터 일어난 원자력발전 반대운동이 십수년간 지속됐고, 1977년에는 생태연구소라는 에너지전환정책 수립을 위한 싱크탱크가 설립됐다. 1980년 초에는 녹색당이 만들어져 독일 정부의 원전 확대정책에 제동을 걸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 4월 27일 프레스센터 19층에서 환경운동연합ㆍ에너지정의행동이 주최한 ‘한국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대안 토론회’에 참석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정책대학원 교수가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정확한 이해와 대응방안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정확한 이해와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원자력안전 대토론회에서 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일본 원전사고의 정확한 이해와 우리나라의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과 국내원전과의 비교, 그리고 우리의 대응방안 등을 역설했다.

장 교수는 일본 원전 사고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10대 교훈을 언급하고 △비상 전기공급 등 비상냉각시스템 강화 △사용후 핵연료 보관 수조에 대한 안정성 강화 △수소제거시스템의 점검 및 보완 △가동중 원전에 대한 PSA 분석 등을 통한 안전성 재점검 △신규 원전에 대한 피동안전계통 강화 △중대사고시 대응할 수 있는 절차서 확립 △컨트롤 타워의 기능 강화 및 고급인력 양성 △중대사고를 포함한 안전 연구를 증진하고, 매뉴얼에 반영 △국제 협력 및 산학연 협력을 통한 정보 및 정보 및 지식 교류 △안전문화 확립 및 국민 이해 증진 등을 꼽았다.

일본 원전사고에 대한 정확한 보도와 소통의 중요성을 업급한 곽재원 중앙일보 과학기술 대기자는 원전 안전 관련 보도와 관련해서, 언론사간 속보경쟁과 멜트다운, 방사선 등과 같은 전문 과학용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곽 기자는 원전과 관련한 소통은 전문지식인과 시민을 어떻게 연결시켜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주장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은 ‘한반도 지진 가능성과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발표하면서 국내 원전은 지진 및 지진해일에 관한 역사적 문헌과 관측기록에 근거해 설정된 설계기준을 바탕으로 건설되며, 과거 기록치보다 충분한 여유를 두어 건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험을 국내 원전 안전성 향상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국내 원전의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노병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안전본부장은 ‘일본 원전사고 관련 환경방사능 감시 결과’를 발표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KINS의 환경방사능 감시 현황과 결과에 대해 언급하는 한편, 향후 환경방사능 준위 전망을 발표했다. 또한 방사능 관련 이슈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던 이유 등을 언급했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일본 원전사고 이후 한반도 주변 기류 분석을 통해 한반도 주변 상층에서 늘 부는 편서풍 때문에 일본에서 직접 방사능 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능 물질은 일본에서 직접 유입된 게 아니고, 지구를 한바퀴 도는 편서풍을 타고 온 방사능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숙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일본 원전 방사선, 우리 인체 및 식품에 미칠 영향”을 발표하며 방사선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공기 중 방사성물질의 측정치나 빗물에서 검출된 정도는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에게도 암발생을 높일 수준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또 위험성의 전달이 중요한 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현시점에서 방사능 공포로 인해 건강에 미치는 해가 방사능 자체에 의한 위험 보다 훨씬 큰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이재환 이사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국내 원전 및 방사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전문가와 국민 간 소통을 원활히 하여 대중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오늘 행사가 국민들의 막연한 공포를 해소하고 원자력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