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경제부는 정부가 밝힌 ‘정전사태 재발방지대책’을 보다 구체적이고 빈틈없이 마련하기 위해 9월 27일 ‘전력위기 대응체계개선 TF’ 발족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9.15 정전사태와 관련해 내놓은 ‘정전 재발방지를 위한 범정부 대책’에 대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영환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정부합동점검반 정전사태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대책으로는 ‘블랙아웃’ 막을 수 없다”며 “책임회피로 일관돼 마치 남의 일 보듯 하다”고 혹평했다. 김영환 위원장은 “정부의 사태 파악이 너무 안일하고, 그 해결책이 전혀 근본적이지 못해 피상적인 인식으로 일관되고 있다”며 “억지춘향식 점검에 불과하며, 이 정도의 대책만으로는 전력대란이 또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예비력 산정은 허수와 오차가 포함되어 있어 적시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다”며 “주파수와 전력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예비력을 산정하는 등 매뉴얼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 의원도 정부 대책에 대한 개선대책으로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통합해 계통운영기능을 조정해야 하고, 주파수 변화율을 추가해 비상시 매뉴얼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식경제부와 유관기관 협력 강화해 콘트롤 타워 기능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력노조 정부 정책은 꼼수 불과
전국전력노동조합의 주장은 더 강하다. 전력노조는 성명을 내고 “국무총리실의 이번 정전사태 원인 및 대책 발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이는 말 그대로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언급하면서 이번 사태를 그대로 덮고 지나가려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마치 고름이 나는 질병의 원인이 골수가 썩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피부에만 고약을 붙여서 환자를 눈속임하려는 꼼수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력노조는 이번 정전사태의 근본 원인이 유기적 협조체제를 붕괴시킨 전력산업구조개편에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한전과 전력거래소 통합을 포함한 전력산업 재통합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해 왔다.

전력노조는 “이와 같이 9.15 정전사태의 원인과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이 뚜렷하게 나와 있는 이 시점에 정부 스스로 사건의 본질을 덮고 표면적인 현상 몇 가지를 치유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책임 떠넘기기식 복지부동의 자세”라고 혹평했다.

연이어 또다른 성명도 내놨다. 전력노조는 “정부 조사단이 밝힌 정전사태의 원인은 ‘수급판단실패’, ‘정보 미공유’, ‘대국민홍보실패’ 이다. 그러나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사도,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며 “거듭 밝히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정책 실패”라고 규정했다.

전력노조는 “전력산업 분할 민영화와 경쟁체제가 불러일으킨 명백한 정책 실패”라며 “분할 경쟁이 심화되면서 정보의 왜곡, 비대칭 문제는 심각하게 제기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급판단과 계통운영의 필수적 조건은 발전소와 변전소, 송전망 및 배전망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내 전력공급 주체간의 모든 정보들이 완벽하게 공개되고 공유되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노조는 또 “졸속원인조사에 이은 땜질식 처방, 책임자 몇 명 처벌의 정치적 해결로 이번 사태를 마무할 것이 아니라 사태의 원인을 철저하게 근본적으로 재조사해야한다”며 “근본적 원인이 밝혀진 뒤에 항구적이고, 세밀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정전 재발방지 대책 무엇을 담았나?
정부는 지난달 26일 정전 재발방지대책을 통해 “금번 정전사태는 전력당국의 수요예측과 공급능력 판단실패, 기관간 상황정보 미공유 그리고 대국민 홍보지연으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번 대책에서는 정확한 수요예측과 적절한 전력공급 확보를 바탕으로 전력수급의 안정을 도모하고 기관간 상황정보가 원활히 공유되도록 위기대응 협조체제를 개선하고, 신속한 대응이 어려우면서도 긴급한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따를 수 없는 위기대응 매뉴얼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사전 예고가 없어 국민 불편과 피해를 초래한 만큼 대국민 예고시스템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며 “또한, 국민들도 위기시 에너지소비 절약 노력에 동참하고, 근본적인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강력한 에너지소비 절약 및 공급안정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정책의 주요방향과 골자는 예측프로그램을 전면 보완하되 명절연휴의 예측을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 개발하고, 거래소와 한전이 동시에 예측해 예측오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발전기 예방정비가 일시에 이루어져 위기시 공급능력이 취약해졌다며 수급상황에 맞추어 공급력 확충이 가능하도록 예방정비시기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운용중인 예비력기준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공급측면에서 발전량 오차를 최소화하며 실시간 감시를 강화해 예비력을 충실히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위기대응 시스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4단계(관심, 주의, 경계, 심각)의 위기경보시스템은 급격한 수요변동시 실제 단계별로 조치하기 어렵고 실효성도 없다며 긴급매뉴얼을 일반매뉴얼(4단계)과 구분하고, 위급상황시 선조치 후보고가 가능한 경우를 규정, 신속한 대응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전력 유관기관간 핫라인을 개설, 지경부-한전-전력거래소간에 발전상황에 대한 상세정보(예비력 내역, 주파수, 전압 내용 등)를 공유하고, 위기발생시 전력거래소가 정부부처(행안부, 소방방재청, 경찰청 등)에 즉시 연락해 범정부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또 비상시 긴급단전 1순위를 종전 일반주택에서 비상발전기를 소유한 단독 선로 소비자로 개편하는 등 대상과 기준, 방식도 개선키로 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지역별, 단위별 단전순위는 지경부와 방재청, 그리고 한전이 T/F를 구성해 결정키로 했다. 아울러 승강기 갇힘 사고의 예방, 소형병원 및 교통신호등에 비상전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지경부, 전력위기 대응체계개선 TF 발족
지식경제부도 국무총리실의 ‘정전사태 재발방지대책’의 기본방향에 따라 보다 구체적이고 빈틈없는 보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날인 9월 27일 ‘전력위기 대응체계개선 TF’(단장 이승훈 서울대 교수)를 발족했다. 전력위기대응 TF는 피해보상위원회와 3개 작업반으로 구성하고 기술적인 문제, 사태 및 피해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 등을 위해 대한전기학회를 자문단으로 활용한다.

피해보상위원회는 금번 정전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제조업체, 상가 및 일반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개별 피해사실 조사를 통하여 적절한 보상을 추진하기 위해 피해보상지침을 마련하고, 철저하고 객관적인 원인분석 및 평가(현장조사 포함)를 토대로 한 보상금 지급 업무 등을 수행한다.

위기대응 시스템 개선도 추진된다. 순환정전시 우선 순위 대상 재검토, 위기대응 매뉴얼 개선, 전력위기 상황발생시 사전예고 시스템 강화(전력수급 상황에 대한 사전정보 국민에게 제공, 긴급 부하차단시 단전정보 사전에 신속히 전파 등), 위기시 절전 국민행동 요령 마련 등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3개 작업반이 운용된다. 동계 전력수급대책반은 동계 전력수요예측 및 공급력 확보, 대국민 절전 국민행동 마련 및 절약홍보,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방안 등 동계 에너지 수요관리방안 마련하게 된다.

단기제도개선 및 비상대응체계 개선반은 위기대응 매뉴얼 개정, 순환정전시 우선순위 조정, 계통ㆍ운영 관리시스템 개선 등 순환정전 재발방지방안을 마련한다. 그리고 장기 전력수급개선반은 장기수요예측 및 장기 전력수급대책의 신뢰성 제고, 전기요금 및 기타 수급안정을 위한 중장기 개선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논란도 적지 않다. 김재균 의원은 △한전, 발전사, 전력거래소 등 분업화된 現 전력산업 구조상 각 운영주체간의 효율적 상호기능 작동 여부 △발전ㆍ송배전ㆍ판매 등 전력 운영에 있어서 각 기관간의 권한배분, 정보공유, 의사결정, 인력배치 등 제반 기능에 대한 적절성 검토 △발전소 정비, 전력수급위기 등 위기관리에 있어서의 현 시스템의 원활한 기능 여부 등 정전사태 관련 정부 관계장관 회의결과를 공개하면서 지경부가 발표한 전력TF 대책방향에서는 이 내용이 쏙 빠져버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정전대란은 부문별 유기적인 조율과 협력이 필요한 전력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구조개편이 가져온 재앙인 만큼, 현 전력산업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현 전력산업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라는 대책방향이 전력TF에서 중심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노조는 정전사태 근본대책 수립을 위한 공동연구단 구성을 제안했다. 전력노조는 “철저한 원인조사를 토대로 근본적인 대책수립을 위해서는 전력산업의 정책인 정부와 전력관련 전문가, 전력산업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공동연구단 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전력노조는 “전력위기 대응체계 개선 TF팀의 참여인사들이 과거 한전분할 경쟁 민영화를 주도했던 핵심인사들이라는 점을 들어, 사태해결이 아닌 오히려 시장 확대, 분할 민영화를 재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력노조는 “TF팀장인 이승훈 교수는 과거 한전분할 민영화 정책 도입을 주도한 인사로 전기위원회 위원장을 지낸바 있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발표한 칼럼에서 전기요금 인상, 시장도입 완결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후속대책 또한 ‘시장도입’과 ‘요금인상’이라는 점은 명약관화 하다”고 밝혔다.

#9.15 정전피해는?
지식경제부는 지난 4일 9.15 정전 피해신청 접수 마감 결과 전체 신고건수 8,962건에 신고금액이 61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20일부터 2주 동안 전국의 한전지점, 소상공인진흥원, 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295개소에 설치된 ‘정전피해 신고센터’에서 피해 접수를 받았다. 지경부에 따르면 전체 피해신청 건 중 50만원 이하 소액 신청자가 전체 신청건수의 약 51%(신청금액 5.8억원)를 차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어 소액 피해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전기위원회 산하에 정전피해보상전문위원회(위원장: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대표)를 구성한 바 있으며 피해보상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유형별 보상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고 조속한 시간 내에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