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규 한수원 중앙연구원 원전기술지원센터 전기기술팀장

한수원은 지난해 8월 대전에 있는 중앙연구원 창조동 1층에 디지털 여자시스템의 실증센터를 구축해 운용에 들어갔다. 이로써 디지털 여자시스템의 신뢰도 제고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이곳에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운용되는 디지털 여자시스템과 동일한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도 장착되어 있다. 실물과 동일하게 구성한 이유에 대해 박인규 한수원 중앙연구원 전기기술팀장은 “설비의 안전운영을 제고할 수 있는 큰 기틀을 확보함과 동시에 현장 실무진들의 기술능력 제고는 물론 유지에도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 제고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연구과제를 수행한 부서장으로 큰 역할을 수행한 박인규 팀장을 만났다.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들었다. 디지털여자시스템 실증설비를 한수원 중앙연구원에 설치한 이유는 뭔가?

-과거 EX-2000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가 디지털 여자시스템의 기술력을 가질 수 없었다. 두산중공업이 (디지털 삼중화 시스템을)개발했지만, 제작사는 항상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서 새로운 기술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한수원도 언제까지나 기술을 제작사에 의존할 수 없다. 특히 제작사가 해당 기술을 한수원에 계속해서 서비스를 하려면 조직과 인력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만큼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제작사에 강제로 그것을 하라고 할 수 도 없다. 제작사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제작사가 현재의 설비에 대한 기술인력과 제반 인프라를 언제까지 유지할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 기술을 확보하고, 우리가 유지해 나가자, 그래야만 우리 설비를 제대로 운영할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서 실증설비 구축을 추진하게 됐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실증설비를 구축했나
-발전소와 똑 같은 설비를 갖추는데 중점을 뒀다. 축소하거나 모형으로 만들지 않고, 실물과 똑 같은 설비를 실증센터에 구축했다. 실제 발전소가 운전되는 것과 같은, 똑 같은 조건을 형성하도록 시뮬레이션 했다. 발전소에서는 기동에서 계통병입이라는 용어가 쓰인다. 실제 이 실증설비는 계통병입되는 것 까지 MMI라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발전소 운전 조건을 그대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시현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데 가장 주안점을 뒀다. 또 하나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고장진단을 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설비진단 기술을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발전소와 같은 실물설비를 구축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설비라는 역설로 들린다. 디지털 여자시스템이 왜 중요한가

-만약에 디지털 여자시스템이 고장 나면, 바로 발전 정지로 이어진다. 또 이 설비가 발전정지를 유발하는 기기중 하나다. 또 잘못되면, 전기적인 특성상 단순한 발전정지에 그치지 않고 대형고장으로 갈수도 있다. 여자시스템 고장으로 발전기에 공급되던 여자전류가 상실되면 터빈 발전기의 큰 고장으로 야기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그런 사례는 없지만, 그런 개연성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설비다.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발전 정지도, 원자력에 대한 대국민 신뢰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런 대형 고장이 나면 원자력 사업 전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설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 구축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실증설비 구축 연구과제의 핵심중의 또 하나가 컴퓨터 프로그램 소스 코드 해설집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두산중공업이 고유기술을 다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부분에서 두산중공업이 큰 결정이 없었다면 해설집을 제작하게 어려웠을 것이다. 디지털 설비는 프로그램을 이해하지 못하면 운영하기 어렵다. 시스템을 완벽하게 이해 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전체에 대한 상세한 설명서를 만든 것이다. 대의를 위해 그런 결정을 해 준 두산중공업 관계자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실증설비 구축으로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점은

-첫째는 설비 안전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진들의 기술 능력을 향상시키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없지만 혹여 전자카드 등이 순간적인 오동작을 일으킨 경우 실증설비를 활용하여 장기간 운전 상태로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보인 것과 같은 증상을 보일 경우, 그 원인을 찾아낼 수 있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두산중공업의 삼중화 시스템이 안정적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그런 일이 생길 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디지털 여자시스템의 프로그램 변경 등과 같은 설계변경에 대해 실증설비를 통해 실증운전과 검증을 수행함으로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현장일꾼들이 디지털 여자시스템을 쉽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 바로 그런 의미에서 실증설비를 구축한 것 같은데

-기술력을 향상 시키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계획예방정비 과정에서 시험할 때 우리가 만든 종합시험지침을 활용하고, 때에 따라서는 연구원에서 전문가를 파견, 현장 담당자와 공동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종합시험을 수행한다. 그러면 현장 일꾼들의 실력이 제고될 수 있고, 현장 일꾼들로 하여금 정상운전 중 어떤 이상 증상이 발생할 경우, 원전기술지원센터 전기기술팀에 문의하면 해결 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갖도록 한 것도 큰 의미를 지닌다.

▲원전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전기 설비의 닥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중전기 제작사에 바라고 싶은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원가절감 노력은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원가절감보다는 설비 신뢰성을 제고하는 방향에서 설계, 제작공정 개선 등에 주안점을 두었으면 한다. 너무 원가절감만 주력할 경우, 해당 제품이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파급되는 영향은 국가 전체에 미친다. 결국은 그게 부메랑이 되어 제작사에게도 나쁜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따라서 설비의 신뢰성 제고라는 측면에 중점을 두었으면 한다. 또 한가지는, 국내 제작사의 경우 사전 서비스 개념이 아직은 정착되지 않았다고 본다. A/S에 주력하지 말고, Before Service에 주력했으면 좋겠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즉, 적극적인 사전관리를 통해 설비 신뢰도 뿐만 아니라 제작사 신뢰도까지 확보해 나가는게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 제작사들이 이런 점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기 분야가 침체 되면서 대학에서 전기공학과가 전기전자, 전자전기컴퓨터 등으로 통폐합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전기공학도가 배워야 할 일부 필수과목이 통폐합으로 인해 선택과목이 되어 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에서 필요한 전기 인재를 키우는데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전반적으로 전기공학도 레벨이 낮아지고 있다. 결국 현장을 지키던 선배 전기일꾼들이 퇴직해 회사를 떠나면, 지금 당장은 괜찮겠지만 그런 부분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작게는 한수원에서 크게는 국내 전체 전기공학도의 이론과 실무 레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점은 국가는 물론, 사회적으로 고민하고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