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연구회(회장 이승훈)은 8월 30일 ‘총체적 전력난국, 어떻게 풀 것인가?’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연구회는 최근 총체적으로 표출되는 전력부문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세미나 개최 배경을 밝혔다.
최근 국민생활에 필수재인 전력의 사용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정도로 전력사정은 총체적 난국이라는 것이 전력계 현주소를 바라보는 연구회의 시각이다. 공급능력이 감당하지 못하는 전력수요의 급증에 따라 과로한 발전소 등 전력설비의 고장이 크게 느는 중이고 전력수급계획의 정확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전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그 여파로 한전과 여타 전력사업 당사자 간의 이해 갈등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것도 난맥상으로 꼽았다.
이날 세미나는 조성봉 숭실대 교수, 손양훈 인천대 교수, 윤원철 한양대 교수, 김영산 한양대 교수가 발제에 나서 문제점을 짚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열린 종합토론 세션에는 건국대학교 최정표 교수가 좌장을 맡고 산업은행의 박웅찬 발전 1팀장, 건국대 박종배 교수, 한국경제신문의 안현실 논설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근대 선임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발제자로 나선 4교수의 발표내용을 요약했다.
‘전력난국 : 시장실패인가? 정부실패인가?’(조성봉 숭실대학교 교수)
| |
 |
|
|
조성봉 숭실대 교수
|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총체적인 전력난국의 그 가장 중요한 원인은 2004년 이후 급등한 국제유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전기요금 억제로 실질 전기요금이 낮아진 데 있다. 즉, 상대적 에너지가격의 변화로 실제 전력수요는 예측치를 크게 상회하게 되어 전력수급계획의 정확성은 현저하게 떨어졌으며 전력부족으로 발전설비의 가동률이 적정수준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유지보수 일정이 빡빡해지면서 발전설비의 고장이 급증하게 되었다. 적정이하의 전기요금은 한전의 재무구조를 크게 악화시켜 한전주주들의 반발을 불러들였고 그 결과 한전은 정부, 발전사업자 등 여러 전력사업 당사자들과 첨예한 이해 갈등을 빚으면서 전력난국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인상요청에 대한 인가방식의 전기요금 규제는 정부가 독점 공기업을 규제하는 방법으로 한전과 같이 상장된 주식회사에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또한 “2001년 발전부문의 분할과 경쟁도입 이후 정부가 장기적인 전력산업 방향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아 전력의 사업 환경이 불투명하고 사업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 전력난국은 정부가 전력의 가격결정, 규제원칙 및 산업구조 정책에 대해 합리적이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나타난 전형적인 정부실패다. 배전분할 중단 이후 불안정한 과도체제를 10년 가까이 방치한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하는 한편 이에서 발생한 문제를 시장경쟁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는 집단이기주의에 전력산업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실패한 요금정책의 결과 : 적자 한전과 부족한 전기’ (손양훈 인천대 교수)
| |
 |
|
|
송양훈 인천대 교수
|
최근의 전력부족 사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최소한 향후 3~4년간 만성적인 전력부족 현상이 예상된다. 공급설비의 확충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올 여름은 전력다소비 업체의 조업시간 조정 등을 통해 250만kW의 수요를 감축한 상태이며 이를 위한 절전보조금 지급규모가 2012년 한 해만 4천억 원에 달할 것이다. 이 같은 전력 부족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전기요금이 수급조절의 기능을 할 수 없도록 정부가 억제한 결과이므로 한마디로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의 실패다.
정부가 전력산업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가격결정을 하기 때문에 값싼 전기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을 이겨낼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이 같은 원가이하의 요금은 공기업 적자로서 결국은 국민이 국가 재정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소비자가 내야 할 돈을 납세자가 내면서 엄청난 국가 자원의 낭비와 왜곡을 불러온다. 지난해의 9·15 순환정전 사태를 빌미로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하려는 법안까지 발의되었다가 18대 국회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사례를 들면서 2001년 발전부문의 경쟁도입 이후 최근까지 한전의 발전부문을 다시 구시대적인 통합체제로 회귀시키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전력산업이 공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방만한 경영과 낙하산 인사라는 근본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요금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면서 전력낭비와 함께 전력부족문제와 정전 가능성이 확대될 뿐 아니라 적자 누적, 부재 급증, 투자재원 부족의 문제가 반복되며 만간주주 소송, 사장의 중도사퇴라는 총체적인 전력난국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총체적 전력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산업의 규제와 산업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치고 있는 에너지산업의 메가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력설비 확충 및 민자 발전 활성화’(윤원철 한양대학교 교수)
| |
 |
|
|
윤원철 한양대 교수
|
전기요금 현실화와 함께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불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급속한 설비확충의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민간발전사들이 전력수급 위기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민간 발전사들이 높은 효율성을 보임으로써 시장효율성 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구체적으로 계량경제 모형을 통해 시산한 결과 민간 발전의 출현에 따라 전력거래 정산단가는 시기에 따라 최소 3원에서 최대 12.5원까지 하락했으며 그 결과 월간 정산단가 절감액은 최소 1,018억 원에서 최대 3,942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수치에서 드러나듯이 민간 발전사들은 효율적인 발전실비와 인력의 운영을 통해 전력시장 내에서 건전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전기요금 안정에 기여했다.
‘전력시장의 선진화 : 판매경쟁 도입’(김영산 한양대학교 교수)
| |
 |
|
|
김영산 한양대 교수
|
현재 전력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력산업에 판매경쟁을 도입해 전력시장을 선진화해야 한다. 판매경쟁은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연결고리로서 소비자의 요구를 생산자에게 전달하고, 생산자에게 비용을 유발한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현재의 전력시장에서는 판매경쟁이 없고 대신 정부의 규제가 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나, 규제는 본질적으로 경직적이고 획일적이기 때문에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전력 상품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물가안정이라는 당장의 목표에 집착함으로써 전기요금의 수급 조절기능이 무력화 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 보급이 본격화되면, 판매경쟁이 추가 비용이 거의 없이 도입될 수 있으며 그 부작용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을 기초로 김교수는 치밀한 계획 하에 스마트 그리드 보급과 함께 단계적으로 판매경쟁을 도입하는 선제적 접근이 요망된다.
|
홈 > 뉴스
> 특집 > 이슈&이슈 | 이슈&이슈
epetimes@epe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