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대형사고에 대해 깊은 반성과 함께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겠다. 또 다른 사업소의 동일한 사고방지를 위해서라도 일벌백계 하겠다. 아울러 불량설비 공급자에도 엄격하게 책임을 묻겠다.”
임기 두 달을 남긴 한준호 한전 사장은 지난 달 31일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대강당에서 배전 189개 사업소장과 송변전 48개 사업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송배전 대형사고 재발방지 다짐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한전은 공기업 경영평가 8년 연속 1위 등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지만 2~4월 광역정전, 과천 송전선로 화재사건, 연말에 미금 전력구 화재 등으로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과 한전의 이미지를 실추했다”며 “각자 입장에서 깊은 반성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오늘 회의를 계기로 올해는 사고를 최대한 줄이는 해로 삼자”며 “사고를 줄이는데 사업소장의 결의가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사업소 직원을 다독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고복구에서 예방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사장은 재해사고 발생 현장에 누구보다도 먼저 한전 직원이 현장에 도착해 복구를 진행해 국민의 신뢰를 받아왔지만 이제는 이러한 능력을 살려 복구보다는 사고예방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한전이 실질적으로 관리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 수용가 설비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담당자 입장에서는 한전의 설비가 아니기 때문에 불만을 갖겠지만 국민은 정전이 나면 한전의 책임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좀 더 폭을 넓혀 사업본부는 앞으로 수용가 설비 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사장은 그러면서 장마, 태풍 등으로 인한 수해발생을 대비해 형식적인 취약설비 보강 중심이 아니라 항구적이고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재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광역정전의 원인을 살펴보니 변전소의 GIS 보호계전기에 문제가 많다는 한 사장은 “앞으로 특별관리가 필요하다”며 “기준 강화를 계기로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 사장은 또 보호계전기 비작동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전문 인력확보도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날 다짐대회에서 한 사장은 ▶대형사고 발생시 사업소장(관련 직원) 엄중 문책 ▶불량설비 공급자에 대한 엄격한 책임 추궁 ▶사업소 평가시 사고발생에 따른 배점 상향조정 ▶안정적 전력공급 ▶청렴도 향상은 사업소장의 결연한 의지와 각오가 중요하다며 이를 올해 사고를 최대한 줄이고 한전의 명예회복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안했다.

한 사장은 그러면서 “현대중공업, 효성, 일진 등 국내 업체로 안되면 외국 업체에게 개방을 해야 한다”며 “불량설비 공급자에게도 엄격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 사장은 또 “최근 청와대 사정반이 동서발전과 한전을 다녀갔는데 청렴도 향상을 위해서는 사업소장이 굳은 의지를 가지고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며 “공직기강은 솔선수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 한전에 대한 느낌도 쏟아 냈다. 한 사장은 “지난 3년 임기동안 한전에 대해 느낀 것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해내겠다는 다짐을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조직과 구성원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며 “송변전, 배전 등 사고를 줄이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삼기를 바란다”며 20분 동안의 인사말을 끝냈다.

한편 이날 다짐대회에서는 사업소장들을 대표해 김기학 서울사업본부장과 김인섭 서울전력관리처장이 ▶고품질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설비사고 사전 예방시스템 구축을 최우선 추진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송배전설비를 운영해 고객에게 최상의 전력서비스 제공 ▶구시대적인 의식, 관행 과감히 타파 ▶관리미흡 등에 의한 대형고장 발생시 처벌 감수 등을 약속하는 선서를 하고 결의문을 낭독한 후 이를 한준호 사장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