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한전,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
‘적자 블랙홀’ 한전 재무 위기 ‘다소 숨통’
만성 적자 상황서 ‘주택용 동결’ 고육지책
연 약 4조7천억 추가 전기판매 수익 기대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전기요금 인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24일부터 평균 9.7% 오른다.
생활 물가 안정과 서민 경제 부담을 고려해 일반용 전기요금은 이번에도 동결 조치를 이어간다.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작년 5월 인상 이후로도 계속 동결 중이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민생과 자영업의 어려움이 지속하고 있고 소비심리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정부의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남호 산업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이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전기요금 인상 방안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9.7% 인상된다.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오른다.
경기 침체에 따른 어려움을 감안해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인상에 그쳤다.
한전의 산업용 고객은 전체 수용가 약 2,500만여호의 1.7% 수준이지만 전력 사용량은 53.2%에 달한다.
이로 인한 추가 전기 판매 수익이 연간 단위로 약 4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매출이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천연가스(LPG) 가격 변동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수치로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대외적인 큰 변동이 없다면 한전 입장에서 별도 기준으로도 안정적인 흑자 기조로 바뀔 것이다. 전반적인 재무구조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우리나라의 전력 인프라 건설과 관리를 책임지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심각한 재무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결정됐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를 전후로 한 2021∼2023년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전기를 파는 역마진 구조로 연결 기준 43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안고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때 해외 주요국들은 전기요금이 급격히 올라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을 주었고 원가를 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다수의 유틸리티는 파산하거나 부실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전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상당 부분 자체 흡수하며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했지만 ‘적자의 블랙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총부채는 202조9,900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202조4,500억원)보다 4,400억원가량 늘었다.
대규모 부채로 한전은 작년 한 해만 4조4,500억원을 이자로 지급했다. 
하루 122억원 수준이다.
이번 요금 인상 조치로 한전의 재무상황은 다소 숨통이 트이지만 여전히 40조원대에 달하는 누적적자 해소는 풀기 힘든 난제다.
산업용과 주택용의 요금 불균형과 여전히 원가 이하로 공급되는 주택용 농사용 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한전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 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전력망 확충과 정전·고장 예방을 위한 필수 전력 설비 유지·보수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효율적 에너지 소비 유도와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서도 요금 조정을 통한 가격 신호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