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한전 등 전력그룹사는 그동안 숨찬 10개월을 보냈다. 지난달 19일 기획재정부는 2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을 개최하고 선진화 방안 추진 실적을 공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정원 감축은 감축목표인 2만2,000명의 93% 수준인 2만1,000명의 감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 민영화 및 지분매각 24개 대상기관 중 13개 기관이 내부절차(이사회 의결)를 완료했고, 청년인턴 채용도 100.5%를 넘어 1만2,186명이 채용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졸초임 2,000만원 이상 267개 공공기관 전체가 인하 방침 결정한 가운데 이 중 116개 기관이 보수규정 개정을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전…경영선진화는 여전히 진행중

인력감축, 대졸초임 인하 등의 핫 이슈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사회를 통해 경영선진화에 따른 효율화 방안들이 대부분 목표치를 달성했지만, 문제는 시행과정이다. 노조가 이사회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팎의 사정도 좋지 않다. 유연탄과 원유 등 연료비 인상에 따른 원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아직도 제자리다. 전기요금이 제자리 걸음을 할 경우, 지난해 2조원에 달하는 손실에다 올해도 2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인상방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기요금의 인상시기는 불투명하다.

이런 경영여건으로 인해 경영효율화라는 정부의 정책적 주문외에도 강력한 예산절감에 바탕한 ‘자구노력’까지 겹쳐지면서, 한전 안팎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전은 현재 김쌍수 사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강력한 ‘혁신’이 추진되고 있다.

전사적 TDR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을 목표한 가운데, 지난해 12개 과제에 이어 올해도 직무분석 TDR, 수출전문 벤처기업 설립 등 136개 TDR 과제가 수행중에 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12개 TDR 과제를 통해 모두 1,117억원에 달하는 경비절감 효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TDR이란, ‘5%는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는 김 사장의 혁신 10계명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새로운 생각과 방법으로 탁월한 성과(최소 30%)를 창출하자는 의미다. TDR은 한전은 물론, 발전자회사 등에도 강력하게 번져나갔다. 현재 한전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 한수원 등은 LG출신의 ‘TDR 전문가’를 영입했다.

TDR 다음으로는 추진되는 혁신활동은 6시그마 중심으로 개인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ACT 등 혁신스쿨도 운영됐으며, 공개경쟁보직제로 대변되는 인사혁신도 단행됐다. 이 결과, 273명의 희망퇴직은 물론, 발전자회사 등 총 8개 자회사로 관련 인사혁신 제도가 전파돼 나갔다.

조직도 본사의 경우, 24처(실) 89팀에서 21처(실) 70팀으로 축소했고, 사업소는 9개 사업본부+7개지사+11개 전력관리처에서 13개 통합사업본부와 3개 건설처로 재편됐다. 또 해외지사도 5개에서 2개로 축소됐으며, 37개에 달하던 물류센터도 14개로 축소한 바 있다.

특히 미래역량 강화 측면에서 지역별 해외사업조직을 기능별 조직으로 재편한 바 있고, 원자력사업 조직의 경우 46명에서 50%를 늘린 69명으로 재편했다. 또 1직급 직제인 기술기획단을 상임이사 직제인 기술본부로 격상했고, 특허팀과 스마트그리드 담당 등을 신설한 바 있다.

김쌍수 사장이 취임한 후 지난 10개월 동안 무엇보다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One-KEPCO 방침. 지난해 8월 27일 취임한 김 사장은 우선 전문 역량을 가진 인재 육성, 중장기 에너지 전략 마련,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한 혁신활동, 모기업과 자회사와의 일관된 그룹형태의 발전모색, 공기업 이미지 탈피, 해외사업 강화 등의 경영원칙을 제시하면서 “70%는 현장에서, 30%는 집무실에서 경영을 하는 현장경영 실천하겠다”며 “현장에서 즉시 문제를 발견, 해결하는 속도경영을 지향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김 사장의 경영방침은 한전을 비롯한 전력그룹사 곳곳에서 현실화됐으며, 한전의 사창립행사를 대신해 이달 30일 개최되는 ‘전력그룹 재도약을 위한 KEPCO 뉴비전 선포식’으로 총화될 전망이다.

한편, 19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평가에서 한전은 100개 공공기관 중 A 등급을 받은 18개 기관에 포함돼 상위권을 달렸다. 하지만 92개 기관장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는 47개 기관과 함께 60이상~70미만에 해당돼 ‘보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관장 평가 항목이 임기 중에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핵심사업인 한전의 고유 과제와 선진화(민영화, 통폐합·기능조정) 및 경영효율화(인력조정, 보수조정, 노사관계, 출자 정리, 청년 인턴채용) 등 공통과제로 구분돼 각각 50%의 가중치로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상위권’과 ‘중간’이라는 배치되는 성적표를 받아 쥔 김쌍수 한전 사장의 경영방침에 변화로 작용할지가 주목을 끌고 있다.

또 이번 평가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발전6사 사장단도 바늘방석이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발전자회사 평가와 사장단 평가에 따라 경영방침의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1기 선진화 마무리, TDR 등 2기 본격 추진

한수원은 제1기 경영선진화 기간 중 1,067명의 정원을 감축하고 직급을 초월한 발탁인사와 임금반납, 대졸초임 삭감 등을 단행했다. 한수원은 또 이 기간 중 2조9,000억원에 이르는 투자사업의 조기 집행과 350여명의 청년 인턴을 선발하는 등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한수원 정부의 선진화 방침에 부응하고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1,067명의 정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키로 결정하고 이의 일환으로 3월에는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부·처의 통폐합을 통한 조직 슬림화를 추진했다. 또 임직원들의 임금을 자진반납하고 대졸초임 삭감을 결정했다.

투자규모를 5조3,000억원으로 확대하고 투자비의 60.8%인 2조8,300억원을 중기지원을 위해 조기 집행키로 하고 현재 1조7,500여억원을 집행, 계획대비 120% 이상을 달성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원전건설 전문기술 훈련원’의 정원을 예년보다 5배 이상 늘여 총 590여명으로 확대했다. 또 청년실업 해소와 잡셰어링을 위해 350여명의 청년인턴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한편, 한수원은 5일에는 김종신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2기 경영선진화 추진 다짐 및 TDR Kick-Off 미팅’ 행사를 개최해 지난 8개월간의 ‘제1기 경영선진화 추진성과’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이와 함께 더 강도 높은 혁신을 위한 제2기 경영선진화 추진을 위한 다짐대회를 가졌다.

한수원은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사업부제를 확대 추진하고 인사제도 혁신, 중수로 경쟁력 제고, 설계·구매과정 개선을 통한 원전건설 경쟁력 제고 등의 과제를 중점 추진키로 했다. 한수원은 경영선진화 2기에는 6시그마, TDR 혁신기법을 도입해 추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이를 위해 ‘발전소별 책임회계 시스템’과 ‘성과중심의 인사시스템’을 갖춰 내부 경쟁 분위기를 확산시킬 방침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았던 중수로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건설 분야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다.

■화력발전5사…조직·인력슬림화, 일방적 선진화에 노조 반발

화력발전5사는 조직슬림화와 인력슬림화, 대졸임금 삭감을 통한 경영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5월 이사회에서는 대졸 신입직원의 임금을 현재보다 15.4% 삭감하는 보수규정을 개정하는 등 임금에도 변화를 주었다.

이에 발전산업노동조합은 경영진을 상대로 인력감축과 임금삭감, 날치기 이사회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발전노조는 이달 영흥화력 3,4호기 준공식과 보령화력 7,8호기 종합준공식에 이어 7월초 예정인 하동화력 7,8호기 준공식에서도 피켓과 현수막을 걸고 조직 및 인력감축을 골자로 하는 경영선진화방안 철회를 관철할 예정이다.

남부발전은 2020년까지 녹색성장 등 5대 분야에 1조 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과 함께 ‘KOSPO 중장기 기술개발 계획’을 수립, 발표했다. 남부발전의 중장기 기술개발 계획은 발전설비의 고신뢰성, 고효율화, 저비용화, 저탄소 녹색발전, 고부가 가치화 등 5대 분야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부발전은 6처2실32팀을 4처2실24팀으로 조직을 슬림화한데 이어 지난해 정원대비 21%인 508명을 감축하는 인력슬림화를 추진했다. 특히 3월, ▲Feedback 5개년(2009~2013) 중기경영계획을 세웠고 ▲호기별 수지관리를 통한 효율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경영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JUMP 1250 선진화 프로젝트’를 마련해 추진 중이다. JUMP 1250 선진화 프로젝트는 2012년까지 경영수지 개선과 녹색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50대 전략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제2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중기 전략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50대 전략과제는 사내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해 우선순위에 따라 본사 및 사업소 각 25개의 전략을 선정하고 2012년까지 연도별로 계량화된 목표를 부여, 전 직원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해 서부발전의 모든 구성원들이 중장기 전략에 기반 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