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송전탑 갈등해결을 위한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사진 왼쪽)은 “갈등해결방안으로 전원개발촉진법을 개정해 사업계획의 승인 전에 시장·군수와의 협의를 의무 규정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등에서 사용할 대규모 전력을 수송할 송전선로 건설이 지역주민 등의 반발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

한전은 2일 송전탑변전소건설반대 전국모임과 녹색연합, 국회의원 조승수 의원실이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송전탑 갈등 해결을 위한 긴급토론회’에 서면답변을 통해 오는 2015년까지 765㎸ 등 송전선로 6.064C-㎞를 건설하고, 총 용량 6만2,740㎿의 변전소를 신규로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6년부터 올 4월 현재, 전국적으로 건설반대 123건, 위치변경 61건, 고액보상 30건 등 228건의 다수인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한전은 참여하지 않았다. 주최측은 한전에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총신대측과의 법정 소송이 진행중인 관계로 이것이 종료되면 7월부터는 토론회 등에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토론회 분위기는 격앙됐다. 전자파에서 위치변경에 따른 논란, 지가하락 등 재산권 문제, 한전의 민원해결 자세, 특혜논란 등 격앙되고 때로는 다소 거친 격앙된 표현도 쏟아졌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전선로를 통해 사용자인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할 책임지고 있는 한전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한전과 시공사, 지역 주민들간의 대립이 격돌하면서 업무방해죄, 공사금지가처분 소송 등 송전선로를 둘러싼 ‘갈등’ 법정으로 옮겨지고 있다. 전력공급 필수 설비인 발전소와 송전선로, 변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이런 갈등이 격돌하면서, 근본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갈등조정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제기돼 왔다.

전력공급 안정성을 위해 그 책임을 다해야 하는 한전이나 지가 하락 등으로 인해 재산권 보호를 주장하는 지역주민들 모두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은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전원개발촉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갈등을 만드는 근본적인 ‘고리’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과지 선정과정의 투명성은 물론, 전자파 위해 시비를 해결할 수 있는 이격거리 규정 마련 등의 조치도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아울러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체계를 벗어나 분산형 전원 공급 등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주최측은 토론회 배경에 대해 “한국전력이 막무가내로 송전탑과 변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분쟁이 발생한 지역만 70여 곳이 넘고 송전탑을 둘러싼 민원은 100개를 넘어서고 있다. 경남 밀양과 창녕에 들어서는 송전탑은 각각 69개, 9개이며 이들 지역을 지나는 송전선로의 총 길이는 43.8km에 달하고, 충남 당진군에는 이미 송전탑이 11개 노선에 502개나 이미 박혀있지만 한전은 345kV 송전탑 71개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남 진도군에는 섬을 가로질러 20km 연장의 송전탑 80여기가 설치될 예정이다”며 “문제는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고,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가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주요 발제자와 토론자의 발표내용을 요약했다.

■당진지역 송전탑 건설현황과 문제점(김병민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당진군에는 현재 502개의 철탑이 꽂혀있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240여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이고, 공교롭게도 바로 옆에 있는 서산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600여기가 꽂혀 있다. 초대형화 된 화력발전소가 인근지역에 너무 많고, 그렇게 해서 생산된 전력을 소비하는 수도권으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철탑이 생기게 됐다.

철탑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방안은, 대형화된 발전소 건설을 막아 내는 것, 이 정책을 막는 것이 첫 번째 방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당진, 태안, 보령 등 3개의 대형 발전소가 있는데, 다 건설되면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단지가 된다. 이런 대형 화력발전소가 문제다. 소비지와 발전소가 멀어 원거리로 공급해야 하는 것이 그 다음 문제다. 한전은 송전탑 이전을 요구하는 지난 3~4년 동안의 당진군민과 지자체의 이야기를 왜 들어주지 않았다.

앞으로 당진지역에 5개 선로가 더 지어진다. 신당진-신온양간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해 지난 2005년 3월부터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가 너무 많았고, 앞으로도 5개 선로가 왔다 갔다 해서 당진군민들이 대안노선으로 제시했다.

5개 노선을 새로 건설하는 것보다 한전이 현대제철 선로를 인수하고, GS EPS도 가까운 현대제철 선로쪽으로 송전선로 투자를 원하고 있어 향후 5년 이내에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지역주민은 물론 지자체가 한전을 설득했다. 하지만 한전은 사장이 바뀌어서 어렵다고 한다. 예산도 줄이고,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진용 밀양시 대책위 사무국장

먼저 한전이 주민들에게 다가서는 자세가 문제다. 이런이런 계획이 있다고 바로 (주민들에게)전해오지 않는다. 먼저 국회의원, 단체 기관장 등과 접촉하고, 모든 사실이 완료된 후 주민들은 최후통첩으로 송전탑 건설여부를 알게 된다.

그 다음은 민원인을 대하는 자세다. (민원인이)뭘 말하는지, 뭘 원하는지 그 권원적인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몇 번 만났다. 무엇을 협의했다. 오로지 실적위주로 주민들과 접근한다. 몇 번 만났고, 결국은 한전의 사업 해결을 위해 (주민들을)만난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만나지 않는다.

그동안 180여건이 넘는 민원을, 선로변경을 요구해 왔다. 한전이 주의 깊게 반영하려는 노력은 극히 일부였다. ‘고시된 일이라 어렵다. 승인 후라 어렵다. 이설을 하면, 또 다른 민원을 발생시키니 원안대로 하자’는 등으로 주민들의 의견은 아예 반영하려 하지 않는다.

농촌지역은 특히 농토가 기반이다. 농토자체가 주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다. 농토가 (자식을)교육시키고 살아가는 밑천이자 전 재산이다. 관통하면 지가하락 등으로 생존권은 전폐하고 죽어나가는 것이다. 지가하락으로 학자금, 결혼 자금이 안될 때 농민들이 죽어나가는 것이다.

■총신대학교 양지캠퍼스 송전선 건설사업의 문제점(문병호 총신대 교수)

최초 경과지 선정에서 불법성이 있다. 항공사진을 보면, 39번(송전탑 넘버)에서 43번으로 물 흐르듯이 가면 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110도 정도 확 꺽여 39→40→41→42번 노선으로 변경된다. 그런 후에 다시 더 밑으로 내려와 39→40→41→41-1→42번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애초 금호아시아나 부지로 물 흐르듯이 직선으로 갈 수 있다. 그곳은 골프장 부지로 사람도 살지 않는 곳이다. 왜 이런 이유로 밑으로 내려 왔는지 모르겠다. 총신대는 1983년도에 세워졌다. 가장 먼저 이곳에 들어 왔다. 작년 2월 41-1번이 100%, 42번이 60% 진행된 것을 발견했다. 즉시 이의를 제기했다.

먼저, 우리에게 전혀 통보하지 않았다. 인근 지주에게는 서면으로 통보했다. 1차 관보에 게재되기 전에도 지주가 민원을 제기했고, 이 민원 받아졌다. 한전이 변경될 노선을 염두에 두고 1차 관보를 게시한 것이다. 1차 관보를 게시했지만, 총신대에는 전혀 통보하지 않았다.

지난 3월 학생들과 크게 부딪혔다. 5월 말과 6월 초에는 주일날 새벽에 공사를 급습했다.  결국 42번을 99% 완성했고, 43번은 며칠 후 공사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3~4미터 높이의 트럭에서 밀쳐졌고, 크레인을 돌려 12명이 다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국회에서 의원 4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단이 꾸려져 현장조사도 했다. 한전 사장, 국회의원 등을 만나면 다들 잘못됐다고 하는데,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이 공사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아무리 그래도 국가의 주권은 국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인데, 국민이 싫어하는 것을 강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자연 훼손도 심각하다. 방학 동안 날림으로 공사를 진행해 자연 훼손이 정말 심각하다. 야산을 깍아서 들어오는데, 정말 자연훼손 심각하다. 도처 도처에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노선 선정과정에서 일부 특정지부의 민원만을 들어주고, 마을이 들고 일어나도 해결이 안된다. 왜 특정지주는 들어주면서 155기에 1(#41-1)를 추가하느냐. 불법적인 부분이 아니었다면, 종교 학원으로서 참았을 것이다. 이것은 님비도 아니다. 어떤 정권에서 하지 않은 이런 파쇼적인 일을 하고 있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송전탑 피해갈등 해결방안(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멜라토린이라는 암세포를 억제하는 물질이 있다. 이 분비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송전선 주변 학교의 학생이 비주변 학생보다 낮다. 또 송전선 100미터 거주 학생과 100미터 이상 학생을 비교해도 가까운 학생의 분비량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가 권고하는 ‘가전제품 전자파 안전거리 지침’이 있다. 전자레인지는 2미터, TV는 1.5미터 등등. 문제가 되는 송전탑의 안전거리 권고치는 왜 없는가?

1995에서 2003년까지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총 1,880건의 민원이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다. 이중 57%가 154㎸ 송전선로였고 30%는 345㎸였다. 주민 요구사항을 보니 위치 이전이 44%로 가장 많았다.

민원 발생시기를 보니 61%가 시공단계에서 발생했다. 그 전에 많은 일을 한다고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철탑을 세우는 과정서 알았다는 것이다. 전원개발촉진법 5조에 따라 사업승인 과정이 있는데, 지자체장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시도지사의 의견만 청취하도록 하고 있다. 시장 군수가 반대할 수 있는 그 기회를 사전에 무력화시켜 버린다. 결국 시장·군수가 반대해도 지경부장관이 허가 하면 가능하다.

형식적으로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문제다. 일간신문 1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14일을 게재한다고 하는데, 바쁜데 누가 이걸 보겠느냐. 그러니 총신대처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참고로 국방군사시설도 지자체 장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전원개발촉진법 이거 빨리 바꿔야 한다. 시도지사가 송전탑 문제가 있는 거 어떻게 알겠느냐. 지자체 시대다. 시장군수를 지역주민들이 선출한다. 시장군수의 의견을 들으면, 그것이 곧 지역주민의 이야기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참여가 이뤄진다.

전원개발촉진법에 사업승인 전 시장 군수와 협의 의무를 규정하는 것을 신설해야 한다. 또 시장 군수의 고유권한을 무력화하는 의제처리 규정(독소조항)도 삭제해야 한다. 이것은 사실, 시군 자치단체만을 위한 것 아니다. 한전도 이롭다. 왜 한전이 직접 주민들을 상대하느냐. 시장 군수만을 만나도 된다, 한전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발전소 주변지역에 관한 법률도 개정해 지원대상 시설의 범위에 송전선로, 변전소, 전력소도 추가해야 한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도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협상과 공모 등 다양한 방안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